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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자금·만기예금 600조 어디로 갈까?
입력 2010.12.14 (06:10) 수정 2010.12.14 (07:31) 연합뉴스
은행 정기예금 약 50조원의 만기가 올해 말부터 내년 초에 집중된다.

여기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550조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돼 총 600조원을 웃도는 자금의 움직임을 두고 금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제는 어떤 금융상품에 투자하든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대를 넘볼 정도로 이미 높이 오른 가운데 은행 예금금리는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고,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침체 국면이다.

전문가들은 펀드 환매자금과 만기가 돌아온 예금이 당분간 금융시장의 단기 상품에 머무르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탐색하는 `간 보기'를 할 것으로 점쳤다.

◇정기예금 50조원 줄줄이 만기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정기예금은 50조5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전체 정기예금 잔액의 10분의 1에 이르는 금액.

지난해 같은 기간의 만기 도래 추정액 42조8천억원보다 약 18% 증가한 액수다.

올해 말까지 17조5천억원, 내년부터 3개월 동안 33조원의 예금 만기가 한꺼번에 몰려 있다.

이러한 까닭은 은행들이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고금리를 얹어주는 특판 예금을 대거 유치했던 데서 비롯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예.적금이 11조원에 이르며, 내년 1월에는 2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정기예금이 4분기에 2조5천억원의 만기가 돌아왔고, 내년 1분기에는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14일 "올해 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자금이 유입되면서 단기 예금과 합쳐져 정기예금이 많이 늘었으며, 당시 늘어난 예금이 이제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우리은행이 7조7천억원, 기업은행이 4조억원의 정기예금 만기가 내년 1분기에 집중돼 있다.

은행들은 그러나 이들 만기 도래분을 다시 유치하는 데 별로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워낙 풍부해 가만히 앉아 있어도 되는데 굳이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는 식이다.

또 낮은 금리에도 마땅한 자금 운용처를 찾지 못한 상당수 고객이 다시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리 경쟁을 벌이면서까지 예금을 다시 유치할 계획은 없다"며 "최근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예금이 눈에 띄게 빠지는 모습은 아니다"고 말했다.

◇갈곳 못찾은 부동자금도 550조원

그렇다고 당장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옮기자니 `코스피지수 2,000 시대'가 께름칙하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수가 오르면서 앞다퉈 돈을 회수하고 있다.

월별 국내 주식형 펀드 잔고는 지난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여 지난 5월 71조8천억원에 달하던 것이 지난달에는 63조원으로 줄었다.

코스피 2,000이 가시권에 들어온 최근에는 투자 예탁금마저 지난달 말 15조원에서 지난 9일 현재 14조5천억원으로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앵그리 머니(angry money)', 즉 마이너스 수익률에 화가 났던 자금이 원금 회복과 고점에 대한 부담 등으로 점차 이탈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중에는 갈 곳을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넘치는 형국이다.

현금, 요구불 및 수시입출식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 부동자금은 지난 10월 말 현재 556조4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CMA는 9월 말 41조9천억원에서 지난 9일 42조7천억원으로, MMF는 같은 기간 74조3천억원에서 77조7천억원으로 늘어 대기성 자금 수요를 방증했다.

언제든 부담없이 찾아갈 수 있는 만기 6개월 미만의 정기예금도 전체 정기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월 말 16.4%에 달해 지난해 같은 달의 13.1%보다 3%포인트가량 높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코스피가 2,000을 뚫었던 2007년에는 예금금리가 5%대였지만 지금은 3%대로 낮아져 부동자금이 상당한 규모로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눈치보기'..증권사 "곧 증시로"

전문가들은 이들 자금의 향방에 대해 당분간 단기 예금이나 대기성 금융상품에 머무를 것으로 점쳤다. 증권사들은 "불안감이 사라지면 곧 증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호언장담도 했다.

동부증권 박유나 연구원은 "은행 정기예금의 성격상 만기가 돌아온다고 곧바로 은행을 떠나 증시로 유입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저금리를 감수하고 상당 부분 은행권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잠재적인 주식 투자자들이 CMA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중간영역'에 머무르면서 지수의 안정성을 타진하는 `간 보기'를 하는 것 같다"며 "`반 토막 펀드'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사라져야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익률 측면에서 압도적인 증시로 곧 유입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위원은 "은행으로서는 자금조달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예금금리를 많이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당장은 환매 압력이 거세지만 이제 새로운 수익을 노린 자금이 서서히 들어올 시기"라고 진단했다.

직접투자나 펀드 대신 자신의 기호에 맞게 자산을 구성할 수 있는 랩어카운트나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대체 투자에 대한 수요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도 부동자금을 흡수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전문연구위원은 "2004년 3조8천억원이었던 랩어카운트 자산이 지난해부터 매월 60%씩 늘어 지난 9월 현재 32조1천억원에 달한다"며 "ETF도 양적 측면이나 질적 측면에서 모두 크게 성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주상철 연구원은 "그동안 쌓인 미분양 물량이 일부 소화되고 있고, 금리도 낮아 지역에 따라 조금씩 상승하는 만큼 부동자금이 일부 몰릴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 부동자금·만기예금 600조 어디로 갈까?
    • 입력 2010-12-14 06:10:30
    • 수정2010-12-14 07:31:57
    연합뉴스
은행 정기예금 약 50조원의 만기가 올해 말부터 내년 초에 집중된다.

여기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550조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돼 총 600조원을 웃도는 자금의 움직임을 두고 금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제는 어떤 금융상품에 투자하든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대를 넘볼 정도로 이미 높이 오른 가운데 은행 예금금리는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고,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침체 국면이다.

전문가들은 펀드 환매자금과 만기가 돌아온 예금이 당분간 금융시장의 단기 상품에 머무르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탐색하는 `간 보기'를 할 것으로 점쳤다.

◇정기예금 50조원 줄줄이 만기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정기예금은 50조5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전체 정기예금 잔액의 10분의 1에 이르는 금액.

지난해 같은 기간의 만기 도래 추정액 42조8천억원보다 약 18% 증가한 액수다.

올해 말까지 17조5천억원, 내년부터 3개월 동안 33조원의 예금 만기가 한꺼번에 몰려 있다.

이러한 까닭은 은행들이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고금리를 얹어주는 특판 예금을 대거 유치했던 데서 비롯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예.적금이 11조원에 이르며, 내년 1월에는 2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정기예금이 4분기에 2조5천억원의 만기가 돌아왔고, 내년 1분기에는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14일 "올해 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자금이 유입되면서 단기 예금과 합쳐져 정기예금이 많이 늘었으며, 당시 늘어난 예금이 이제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우리은행이 7조7천억원, 기업은행이 4조억원의 정기예금 만기가 내년 1분기에 집중돼 있다.

은행들은 그러나 이들 만기 도래분을 다시 유치하는 데 별로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워낙 풍부해 가만히 앉아 있어도 되는데 굳이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는 식이다.

또 낮은 금리에도 마땅한 자금 운용처를 찾지 못한 상당수 고객이 다시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리 경쟁을 벌이면서까지 예금을 다시 유치할 계획은 없다"며 "최근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예금이 눈에 띄게 빠지는 모습은 아니다"고 말했다.

◇갈곳 못찾은 부동자금도 550조원

그렇다고 당장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옮기자니 `코스피지수 2,000 시대'가 께름칙하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수가 오르면서 앞다퉈 돈을 회수하고 있다.

월별 국내 주식형 펀드 잔고는 지난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여 지난 5월 71조8천억원에 달하던 것이 지난달에는 63조원으로 줄었다.

코스피 2,000이 가시권에 들어온 최근에는 투자 예탁금마저 지난달 말 15조원에서 지난 9일 현재 14조5천억원으로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앵그리 머니(angry money)', 즉 마이너스 수익률에 화가 났던 자금이 원금 회복과 고점에 대한 부담 등으로 점차 이탈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중에는 갈 곳을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넘치는 형국이다.

현금, 요구불 및 수시입출식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 부동자금은 지난 10월 말 현재 556조4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CMA는 9월 말 41조9천억원에서 지난 9일 42조7천억원으로, MMF는 같은 기간 74조3천억원에서 77조7천억원으로 늘어 대기성 자금 수요를 방증했다.

언제든 부담없이 찾아갈 수 있는 만기 6개월 미만의 정기예금도 전체 정기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월 말 16.4%에 달해 지난해 같은 달의 13.1%보다 3%포인트가량 높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코스피가 2,000을 뚫었던 2007년에는 예금금리가 5%대였지만 지금은 3%대로 낮아져 부동자금이 상당한 규모로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눈치보기'..증권사 "곧 증시로"

전문가들은 이들 자금의 향방에 대해 당분간 단기 예금이나 대기성 금융상품에 머무를 것으로 점쳤다. 증권사들은 "불안감이 사라지면 곧 증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호언장담도 했다.

동부증권 박유나 연구원은 "은행 정기예금의 성격상 만기가 돌아온다고 곧바로 은행을 떠나 증시로 유입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저금리를 감수하고 상당 부분 은행권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잠재적인 주식 투자자들이 CMA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중간영역'에 머무르면서 지수의 안정성을 타진하는 `간 보기'를 하는 것 같다"며 "`반 토막 펀드'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사라져야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익률 측면에서 압도적인 증시로 곧 유입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위원은 "은행으로서는 자금조달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예금금리를 많이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당장은 환매 압력이 거세지만 이제 새로운 수익을 노린 자금이 서서히 들어올 시기"라고 진단했다.

직접투자나 펀드 대신 자신의 기호에 맞게 자산을 구성할 수 있는 랩어카운트나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대체 투자에 대한 수요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도 부동자금을 흡수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전문연구위원은 "2004년 3조8천억원이었던 랩어카운트 자산이 지난해부터 매월 60%씩 늘어 지난 9월 현재 32조1천억원에 달한다"며 "ETF도 양적 측면이나 질적 측면에서 모두 크게 성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주상철 연구원은 "그동안 쌓인 미분양 물량이 일부 소화되고 있고, 금리도 낮아 지역에 따라 조금씩 상승하는 만큼 부동자금이 일부 몰릴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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