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 오기 “나의 10번 되찾는다”

입력 2010.12.14 (16:05) 수정 2010.12.1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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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어서였을까.



14일 오후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일본 여자프로축구 아이낙 고베 입단 기자회견장에서 여자축구 간판 지소연(19)의 표정은 티없이 밝았다.



미국 무대에 진출을 위해 국내 드래프트도 마다하고 오매불망 태평양 너머의 소식을 기다렸지만 깜깜무소식. 한참 있다 결국 되돌아온 소식이라곤 현지 구단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대답뿐이었다.



결국 지소연은 재일교포 출신이 구단주로 있는 일본팀 고베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들여 입단하기로 했다.



구단 대표로 참석한 기우치 다케오 구단 총괄매니저가 건네준 유니폼을 입은 지소연은 울긋불긋한 색상과 무늬가 맘에 들었는지 부끄러운 표정을 하면서도 생긋 웃었다.



하지만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국가대표팀 유니폼까지 줄곧 10번을 달고 뛴 지소연이 받아든 고베 유니폼엔 커다랗게 숫자 9가 붙어 있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원래 10번을 달던 전가을이 동생 지소연에게 10번을 양보할 만큼 지소연은 자신의 등번호에 애착이 컸다.



이유를 묻자 지소연은 한참을 망설였다. 이윽고 입을 뗀 지소연은 "내가 선택한 번호가 아니다. 구단이 주는 대로 받았다"고 웃었다.



옆에 앉은 구단 매니저 때문인지 "9번도 맘에 든다"는 하얀 거짓말로 돌려 말한 지소연은 이내 결의에 찬 표정을 짓고 입을 악물며 "고베팀 에이스가 10번이다. 어쩔 수 없었다. 열심히 해서 내 번호를 빼앗겠다"고 대답했다.



통역을 통해 듣던 다케오 매니저는 일방적으로 배번을 나눠준 게 미안했던지 이날 함께 입단식을 한 권은솜에게 "좋아하는 숫자가 뭐냐"고 물은 뒤 권은솜이 "7번인데 8번을 줬다"고 얘기하자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팀내 경쟁이 치열하니 선배들을 제치고 그 번호를 따내라는 의미로 들렸다.



계약 기간 2년에, 1년 뒤 양측이 계약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지소연은 "1년 만에 다른 해외로의 진출을 넘보진 않을 것이다. 일단 2년간 열심히 뛰고 난 뒤에 생각할 것"이라고 말해 일본 무대를 발판으로 미국이나 유럽에 다시 노크하겠다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올해 중반 스타덤에 오르며 계획했던 꿈은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궁금해 물었다.



어머니께 찜질방을 차려 주고 싶다고 말했었던 지소연은 이제야 세상 물정을 알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혀를 찼다. 그리고 씁쓸한 표정과 장난 섞인 표정을 섞어가며 "벌이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광고 CF 열 개도 아니고 다섯 개만 해도 되는데 그렇게 하나도 안 들어올 줄은 몰랐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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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소연 오기 “나의 10번 되찾는다”
    • 입력 2010-12-14 16:05:46
    • 수정2010-12-14 16:08:46
    연합뉴스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어서였을까.

14일 오후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일본 여자프로축구 아이낙 고베 입단 기자회견장에서 여자축구 간판 지소연(19)의 표정은 티없이 밝았다.

미국 무대에 진출을 위해 국내 드래프트도 마다하고 오매불망 태평양 너머의 소식을 기다렸지만 깜깜무소식. 한참 있다 결국 되돌아온 소식이라곤 현지 구단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대답뿐이었다.

결국 지소연은 재일교포 출신이 구단주로 있는 일본팀 고베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들여 입단하기로 했다.

구단 대표로 참석한 기우치 다케오 구단 총괄매니저가 건네준 유니폼을 입은 지소연은 울긋불긋한 색상과 무늬가 맘에 들었는지 부끄러운 표정을 하면서도 생긋 웃었다.

하지만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국가대표팀 유니폼까지 줄곧 10번을 달고 뛴 지소연이 받아든 고베 유니폼엔 커다랗게 숫자 9가 붙어 있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원래 10번을 달던 전가을이 동생 지소연에게 10번을 양보할 만큼 지소연은 자신의 등번호에 애착이 컸다.

이유를 묻자 지소연은 한참을 망설였다. 이윽고 입을 뗀 지소연은 "내가 선택한 번호가 아니다. 구단이 주는 대로 받았다"고 웃었다.

옆에 앉은 구단 매니저 때문인지 "9번도 맘에 든다"는 하얀 거짓말로 돌려 말한 지소연은 이내 결의에 찬 표정을 짓고 입을 악물며 "고베팀 에이스가 10번이다. 어쩔 수 없었다. 열심히 해서 내 번호를 빼앗겠다"고 대답했다.

통역을 통해 듣던 다케오 매니저는 일방적으로 배번을 나눠준 게 미안했던지 이날 함께 입단식을 한 권은솜에게 "좋아하는 숫자가 뭐냐"고 물은 뒤 권은솜이 "7번인데 8번을 줬다"고 얘기하자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팀내 경쟁이 치열하니 선배들을 제치고 그 번호를 따내라는 의미로 들렸다.

계약 기간 2년에, 1년 뒤 양측이 계약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지소연은 "1년 만에 다른 해외로의 진출을 넘보진 않을 것이다. 일단 2년간 열심히 뛰고 난 뒤에 생각할 것"이라고 말해 일본 무대를 발판으로 미국이나 유럽에 다시 노크하겠다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올해 중반 스타덤에 오르며 계획했던 꿈은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궁금해 물었다.

어머니께 찜질방을 차려 주고 싶다고 말했었던 지소연은 이제야 세상 물정을 알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혀를 찼다. 그리고 씁쓸한 표정과 장난 섞인 표정을 섞어가며 "벌이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광고 CF 열 개도 아니고 다섯 개만 해도 되는데 그렇게 하나도 안 들어올 줄은 몰랐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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