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사형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왜?

입력 2010.12.1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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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무참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길태(33)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으로 감형한 것은 한 사람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이라는 극형을 선고할 때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는 재판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판결에서는 문명국가에서 사형제를 폐지하거나 그 선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고, 피고인이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양형에 있어서는 여론의 영향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 것으로 해석된다.

부산고법 형사2부(김용빈 부장판사)는 15일 원심과 같이 김길태의 유죄를 모두 인정하고, 범행당시 심신장애 등 김이 주장한 감형사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사형을 선고한 원심이 부당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납치된 장소에서 발견된 김의 족적, 피해자 시신과 근처에서 발견된 휴지에서 나온 정액이 김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점, 목격자 진술 등을 자세히 거론하며 김의 유죄를 모두 인정했다.

또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 "심신장애 유무와 정도는 전문 감정인의 의견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법률적 판단"이라고 전제한 뒤 최종 정신감정 결과와 가족 및 친구의 진술, 김의 진술내용과 태도, 범행전후의 행동 등을 제시하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형은 인간의 생명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어서 모든 양형조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형선고는 수형자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적인 살인이나 연쇄살인, 계획적인 살인과 같이 극도의 포악한 범죄 등을 저질러 이 세상에서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국가나 사회의 유지, 존립과 도저히 양립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 경우에만 엄격히 제한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김은 추악하고 왜곡된 성적욕구 때문에 불과 12세인 피해자를 무참하게 살해했지만 우발적인 범행으로 보이고, 이전에 살인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으며 이번 사건에서도 생명권의 침해가 한 사람에 그친 것 등을 고려하면 사형선고는 부당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또 김이 불우한 성장과정에서 비뚤어진 사회인식을 하게 됐고, 사회적 냉대 등을 가족과 사회가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바람에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중범죄자가 됐다면서 이러한 사회적 책임은 도외시하고, 피고인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김의 심신장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정신과학 및 의학의 불완전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이 언론에 지나치게 많이 보도되면서 형성된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원심의 양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사형이라는 극형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하는 최후의 선택이어야 하고, 그런 과정에 여론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문명국가의 사법제도가 사형제를 폐지하거나 그 선고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검찰은 김의 유죄가 모두 인정된데다 '피고인에 대해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되면 양형부당을 이유로 제기하는 검찰의 상고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상소를 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김은 사실오인, 심신미약 등 항소이유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은데다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는 1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아 법적으로는 상고가 가능하지만,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김이 상고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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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길태 사형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왜?
    • 입력 2010-12-15 14:09:43
    연합뉴스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무참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길태(33)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으로 감형한 것은 한 사람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이라는 극형을 선고할 때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는 재판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판결에서는 문명국가에서 사형제를 폐지하거나 그 선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고, 피고인이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양형에 있어서는 여론의 영향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 것으로 해석된다. 부산고법 형사2부(김용빈 부장판사)는 15일 원심과 같이 김길태의 유죄를 모두 인정하고, 범행당시 심신장애 등 김이 주장한 감형사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사형을 선고한 원심이 부당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납치된 장소에서 발견된 김의 족적, 피해자 시신과 근처에서 발견된 휴지에서 나온 정액이 김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점, 목격자 진술 등을 자세히 거론하며 김의 유죄를 모두 인정했다. 또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 "심신장애 유무와 정도는 전문 감정인의 의견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법률적 판단"이라고 전제한 뒤 최종 정신감정 결과와 가족 및 친구의 진술, 김의 진술내용과 태도, 범행전후의 행동 등을 제시하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형은 인간의 생명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어서 모든 양형조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형선고는 수형자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적인 살인이나 연쇄살인, 계획적인 살인과 같이 극도의 포악한 범죄 등을 저질러 이 세상에서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국가나 사회의 유지, 존립과 도저히 양립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 경우에만 엄격히 제한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김은 추악하고 왜곡된 성적욕구 때문에 불과 12세인 피해자를 무참하게 살해했지만 우발적인 범행으로 보이고, 이전에 살인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으며 이번 사건에서도 생명권의 침해가 한 사람에 그친 것 등을 고려하면 사형선고는 부당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또 김이 불우한 성장과정에서 비뚤어진 사회인식을 하게 됐고, 사회적 냉대 등을 가족과 사회가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바람에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중범죄자가 됐다면서 이러한 사회적 책임은 도외시하고, 피고인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김의 심신장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정신과학 및 의학의 불완전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이 언론에 지나치게 많이 보도되면서 형성된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원심의 양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사형이라는 극형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하는 최후의 선택이어야 하고, 그런 과정에 여론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문명국가의 사법제도가 사형제를 폐지하거나 그 선고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검찰은 김의 유죄가 모두 인정된데다 '피고인에 대해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되면 양형부당을 이유로 제기하는 검찰의 상고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상소를 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김은 사실오인, 심신미약 등 항소이유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은데다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는 1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아 법적으로는 상고가 가능하지만,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김이 상고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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