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공훈련…학생들은 어디로 피하나요?

입력 2010.12.1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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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지상강당.교실로..지하주차장 겸 대피소 필요

민방공 특별대피훈련 사이렌이 울린 15일 오후 2시.

울산 중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교사의 통제 아래 교실에서 빠져나와 줄지어 운동장을 가로 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교실 건물 맞은편에 있는 1층 강당. 학생들은 강당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공습경보발령 훈련을 알리는 사이렌이 끝나길 기다렸다.

만약 실제 상황으로 전쟁이 나서 학생들이 한꺼번에 대피한 학교 강당에 포탄이 1발이라도 떨어진다면 대규모 인명피해가 나지 않을까?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과 같은 실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민방공 특별대피훈련이 시행된 이날 울산지역 전체 140개 초ㆍ중ㆍ고교 가운데 61.4%인 86개 학교에서는 1층 강당으로 학생들을 대피시켰다.

특히 이번 훈련을 지진 대피 요령 훈련으로 착각해 학생들에게 교실에 앉아 책상 아래에 머리를 숙인 채 훈련 시간을 보낸 학교가 초등학교 10곳과 중ㆍ고교 각 1곳 등 전체의 8.6%인 12곳이 됐다.

결과적으로 울산 지역 학교의 70%가 지하의 안전한 공간으로 학생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국민 행동요령을 어긴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학교 30%(42곳)는 학교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 급식소 등 비교적 안전지대로 학생들을 대피시켰다.

성신고를 비롯한 7개교는 학교에 지하 주차장이 없어 인근의 아파트나 상가 지하로 학생들을 이동시키는 등 적절히 대처하기도 했다.

한 중학교 교장은 "이번 훈련은 실제 상황에 대비해 생존을 위한 특별훈련이라고 들었다"며 "그러나 학생들이 학교에서 대피할 곳은 지상에 있는 강당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학생이 대피한 강당이나 교실 건물에 포탄이 1발만 떨어져도 집단 인명피해가 날 것"이라며 "전쟁 발발 때 대규모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학교 안 대피공간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학교 운동장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면 주택가 주차난을 없애고 학생 대피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울산대학교 건축학과 김선범 교수는 "도심에 있는 학교 운동장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면 주택가 주차난을 해결하고 유사시 학생 대피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경우 도시의 지하를 여러모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우리도 재난이나 재해에 적절히 대비하려면 도심에 있는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의 지하를 개발해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에는 622곳의 민방위 대피시설이 있으나 1등급인 화생방시설을 갖춘 곳은 북구청 1곳, 2등급인 건물의 지하 2층과 터널은 16곳, 3등급인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이나 지하보도는 583곳, 4등급인 소규모 건물의 지하 1층은 22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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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방공훈련…학생들은 어디로 피하나요?
    • 입력 2010-12-15 15:34:20
    연합뉴스
대다수 지상강당.교실로..지하주차장 겸 대피소 필요 민방공 특별대피훈련 사이렌이 울린 15일 오후 2시. 울산 중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교사의 통제 아래 교실에서 빠져나와 줄지어 운동장을 가로 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교실 건물 맞은편에 있는 1층 강당. 학생들은 강당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공습경보발령 훈련을 알리는 사이렌이 끝나길 기다렸다. 만약 실제 상황으로 전쟁이 나서 학생들이 한꺼번에 대피한 학교 강당에 포탄이 1발이라도 떨어진다면 대규모 인명피해가 나지 않을까?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과 같은 실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민방공 특별대피훈련이 시행된 이날 울산지역 전체 140개 초ㆍ중ㆍ고교 가운데 61.4%인 86개 학교에서는 1층 강당으로 학생들을 대피시켰다. 특히 이번 훈련을 지진 대피 요령 훈련으로 착각해 학생들에게 교실에 앉아 책상 아래에 머리를 숙인 채 훈련 시간을 보낸 학교가 초등학교 10곳과 중ㆍ고교 각 1곳 등 전체의 8.6%인 12곳이 됐다. 결과적으로 울산 지역 학교의 70%가 지하의 안전한 공간으로 학생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국민 행동요령을 어긴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학교 30%(42곳)는 학교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 급식소 등 비교적 안전지대로 학생들을 대피시켰다. 성신고를 비롯한 7개교는 학교에 지하 주차장이 없어 인근의 아파트나 상가 지하로 학생들을 이동시키는 등 적절히 대처하기도 했다. 한 중학교 교장은 "이번 훈련은 실제 상황에 대비해 생존을 위한 특별훈련이라고 들었다"며 "그러나 학생들이 학교에서 대피할 곳은 지상에 있는 강당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학생이 대피한 강당이나 교실 건물에 포탄이 1발만 떨어져도 집단 인명피해가 날 것"이라며 "전쟁 발발 때 대규모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학교 안 대피공간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학교 운동장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면 주택가 주차난을 없애고 학생 대피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울산대학교 건축학과 김선범 교수는 "도심에 있는 학교 운동장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면 주택가 주차난을 해결하고 유사시 학생 대피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경우 도시의 지하를 여러모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우리도 재난이나 재해에 적절히 대비하려면 도심에 있는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의 지하를 개발해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에는 622곳의 민방위 대피시설이 있으나 1등급인 화생방시설을 갖춘 곳은 북구청 1곳, 2등급인 건물의 지하 2층과 터널은 16곳, 3등급인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이나 지하보도는 583곳, 4등급인 소규모 건물의 지하 1층은 22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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