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그후…한줌 재로 귀향한 베트남 신부

입력 2010.12.20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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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력 남편 12년 징역형..신부 부모는 '분통'
엉터리 중개업체 대책 쏟아져도 불법 결혼 여전

한국(부산)에 온 지 7일만에 정신병력 있는 남편 장모(46)씨에게 살해된 베트남 신부 고(故) 탓티황옥(20)씨가 먼 이국땅에서 한줌의 재로 변한 지 5개월여.

탓티황옥씨의 부모는 고향인 베트남 최남단 껀터시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시골마을의 한 사찰에 딸의 유골을 안치하고 높이 10m의 대형 석탑을 세웠다.

소승불교를 믿는 남부 베트남인들의 전통을 따랐지만 부모는 남들보다 배 이상 높은 탑을 세워 딸의 영면을 기원했다.

◇가슴에 묻은 부모.."12년형 말도 안돼" = 베트남 신부 살해사건 당시 장례는 물론 성금 모금에 앞장섰던 부산경남 베트남 명예총영사관을 통해 전해들은 탓티황옥씨의 아버지 딱상(54)씨, 어머니 쯔엉티웃(48)씨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는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 보내온 성금만 20억동, 우리 돈으로 1억1천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국제결혼을 선택,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딸을 며칠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맞이해야 했던 딱상, 쯔엉티웃 부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딸은 아이러니하게도 '비극적인 죽음'으로 부모에게 '효도 아닌 효도'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딱상씨는 몹쓸 사위의 12년형 선고 소식을 듣고 "딸을 잔인하게 죽인 사위의 죄가 12년형밖에 안된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적어도 30년 이상의 중형이 내려져야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 아니냐"라고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베트남 현지 교육 실시..여전한 행렬 = 탓티황옥씨의 비극적인 죽음이 이슈화됐지만 여전히 국제결혼을 원하는 베트남 여성들은 줄을 잇고 있다.

교육수준이 낮은 베트남 여성이 국제결혼에 무지한 상태로 한국으로 시집와서 가정폭력에 놓이거나 이혼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위해 현지 여성신문과 부산경남 베트남 명예총영사관은 일단 베트남 서남부 지역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결혼관련 법령 등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한 상태다.

탓티황옥씨 피살사건 당시 통역을 담당했던 베트남인 보람수원(35.부산대 국문과 박사과정)씨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한국에 와서 믿을 사람은 남편밖에 없는데 그 남편에게 버림받으면 베트남 여성들은 막막한 심정뿐"이라며 "국제결혼에 대한 현실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탓티황옥씨의 아버지 딱상씨는 지난 7월 딸의 유골을 가슴에 안고 떠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엉터리 중개업체' 대책 풍년..불법 여전 = 사건 이후 국제결혼 피해를 막기 위한 여러 대책이 쏟아졌고 미등록 국제결혼 중개업 영업, 혼인 경력과 건강 상태 등 허위 개인신상정보 제공, 허위 과장 광고를 한 중개업체 수백 곳이 적발됐다.

국제결혼중개업 등록 여건과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한 '결혼중개업 관리법' 개정안이 지난달 발의된 데 이어 최근 국제결혼 중개업자에게 결혼 당사자들 신상정보 확인서를 작성하고 공증 받은 뒤 서면으로 제공하는 '결혼중개업 관리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법무부는 국제결혼 희망 남성들은 결혼 전 전국 14개 출입국관리소 이민통합지원센터에서 의무적으로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 교육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에도 베트남 현지 경찰이 호찌민시 빈짱구의 한 주택을 급습해 17명의 베트남 여성 가운데 결혼 대상자를 선택하려한 불법 결혼 브로커를 포함한 한국인 3명과 현지인 여성 통역 1명을 적발하는 등 불법 국제결혼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제결혼 한국남성 인식 전환 시급" = 제도적 대책 외에 동남아 여성에 대한 편견과 가부장적 인식이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수백만원에서 1천만원대까지 사례금을 지불하는 한국 남성의 처지에서 '돈을 주고 사왔다'는 인식에 빠져 마치 여성을 상품처럼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국제결혼을 한 한국 남성들이 동등한 인격체로 동남아 여성들을 대하지 않다 보니 부부싸움은 물론 가정폭력, 이혼에다 심지어 살인사건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의 이혼건수(보건복지가족부 자료)는 실제 2004년 3천300건, 2006년 6천136건, 2008년 1만1천255건 등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사)여성문화인권센터 구수경 대표는 "한국사람들 역시 경제적인 이유로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과거가 있지 않았느냐"며 "온전한 인격체인 동남아 여성들에 대해 한국사회가 더 따뜻한 관심과 이해, 나아가 사랑을 베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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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 그후…한줌 재로 귀향한 베트남 신부
    • 입력 2010-12-20 06:23:30
    연합뉴스
정신병력 남편 12년 징역형..신부 부모는 '분통' 엉터리 중개업체 대책 쏟아져도 불법 결혼 여전 한국(부산)에 온 지 7일만에 정신병력 있는 남편 장모(46)씨에게 살해된 베트남 신부 고(故) 탓티황옥(20)씨가 먼 이국땅에서 한줌의 재로 변한 지 5개월여. 탓티황옥씨의 부모는 고향인 베트남 최남단 껀터시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시골마을의 한 사찰에 딸의 유골을 안치하고 높이 10m의 대형 석탑을 세웠다. 소승불교를 믿는 남부 베트남인들의 전통을 따랐지만 부모는 남들보다 배 이상 높은 탑을 세워 딸의 영면을 기원했다. ◇가슴에 묻은 부모.."12년형 말도 안돼" = 베트남 신부 살해사건 당시 장례는 물론 성금 모금에 앞장섰던 부산경남 베트남 명예총영사관을 통해 전해들은 탓티황옥씨의 아버지 딱상(54)씨, 어머니 쯔엉티웃(48)씨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는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 보내온 성금만 20억동, 우리 돈으로 1억1천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국제결혼을 선택,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딸을 며칠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맞이해야 했던 딱상, 쯔엉티웃 부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딸은 아이러니하게도 '비극적인 죽음'으로 부모에게 '효도 아닌 효도'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딱상씨는 몹쓸 사위의 12년형 선고 소식을 듣고 "딸을 잔인하게 죽인 사위의 죄가 12년형밖에 안된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적어도 30년 이상의 중형이 내려져야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 아니냐"라고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베트남 현지 교육 실시..여전한 행렬 = 탓티황옥씨의 비극적인 죽음이 이슈화됐지만 여전히 국제결혼을 원하는 베트남 여성들은 줄을 잇고 있다. 교육수준이 낮은 베트남 여성이 국제결혼에 무지한 상태로 한국으로 시집와서 가정폭력에 놓이거나 이혼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위해 현지 여성신문과 부산경남 베트남 명예총영사관은 일단 베트남 서남부 지역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결혼관련 법령 등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한 상태다. 탓티황옥씨 피살사건 당시 통역을 담당했던 베트남인 보람수원(35.부산대 국문과 박사과정)씨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한국에 와서 믿을 사람은 남편밖에 없는데 그 남편에게 버림받으면 베트남 여성들은 막막한 심정뿐"이라며 "국제결혼에 대한 현실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탓티황옥씨의 아버지 딱상씨는 지난 7월 딸의 유골을 가슴에 안고 떠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엉터리 중개업체' 대책 풍년..불법 여전 = 사건 이후 국제결혼 피해를 막기 위한 여러 대책이 쏟아졌고 미등록 국제결혼 중개업 영업, 혼인 경력과 건강 상태 등 허위 개인신상정보 제공, 허위 과장 광고를 한 중개업체 수백 곳이 적발됐다. 국제결혼중개업 등록 여건과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한 '결혼중개업 관리법' 개정안이 지난달 발의된 데 이어 최근 국제결혼 중개업자에게 결혼 당사자들 신상정보 확인서를 작성하고 공증 받은 뒤 서면으로 제공하는 '결혼중개업 관리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법무부는 국제결혼 희망 남성들은 결혼 전 전국 14개 출입국관리소 이민통합지원센터에서 의무적으로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 교육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에도 베트남 현지 경찰이 호찌민시 빈짱구의 한 주택을 급습해 17명의 베트남 여성 가운데 결혼 대상자를 선택하려한 불법 결혼 브로커를 포함한 한국인 3명과 현지인 여성 통역 1명을 적발하는 등 불법 국제결혼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제결혼 한국남성 인식 전환 시급" = 제도적 대책 외에 동남아 여성에 대한 편견과 가부장적 인식이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수백만원에서 1천만원대까지 사례금을 지불하는 한국 남성의 처지에서 '돈을 주고 사왔다'는 인식에 빠져 마치 여성을 상품처럼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국제결혼을 한 한국 남성들이 동등한 인격체로 동남아 여성들을 대하지 않다 보니 부부싸움은 물론 가정폭력, 이혼에다 심지어 살인사건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의 이혼건수(보건복지가족부 자료)는 실제 2004년 3천300건, 2006년 6천136건, 2008년 1만1천255건 등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사)여성문화인권센터 구수경 대표는 "한국사람들 역시 경제적인 이유로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과거가 있지 않았느냐"며 "온전한 인격체인 동남아 여성들에 대해 한국사회가 더 따뜻한 관심과 이해, 나아가 사랑을 베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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