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빛낸 별들, ‘입담’도 영웅급

입력 2010.12.20 (17:35) 수정 2010.12.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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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0 쏘나타 K-리그 대상 시상식은 올 시즌 프로축구를 빛낸 숱한 별들의 '말 잔치'이기도 했다.

가장 위트 있는 입담을 과시한 건 지난 시즌 14위 팀을 올해 일약 준우승으로 이끌며 감독상을 수상한 제주 유나이티드의 박경훈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FC서울의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빙가다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아 내가 이 상을 받게 됐다. 우승팀 감독이 아닌 내가 받을 줄은 몰랐다"며 우스개 섞인 겸손한 수상 소감을 꺼냈다.

이어 "17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 나서 대실패했던 나를 다시 축구판에 발을 디딜 수 있게 해준 제주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짧은 세월이지만 앙금으로 남았던 속내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올해 FA컵 결승에서 맞대결을 펼친 윤성효 수원 삼성 감독과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상식 자리에서도 긴장감 넘치는 설전을 벌였다.

윤성효 감독은 황선홍 감독과 함께 시상자로 나섰다가 진행자가 "옆에 있는 황 감독보다 자신이 나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특유의 진한 사투리로 "제가 황 감독보다 키는 작지만 얼굴을 더 낫다"며 쏘아붙였다.

생각지 않은 일격을 당한 황선홍 감독은 당황한 표정을 짓기에 바빴다.

베스트 수비수 부문에 뽑힌 최효진(상무)은 훈련 중에 참가해 군복 차림으로 시상식장을 찾아 이색 풍경을 연출했다.

한참 신병 훈련 중에 특별히 외출했다는 이등병 최효진은 잔뜩 군기가 든 얼굴에 차렷 자세로 마이크 앞에 서서는 "충성!"이라는 구호를 크게 외쳤다.

"3년 연속으로 큰 상을 줘서 감사하다. 아직 훈련병인데도 특별히 나왔다. 같이 입대한 훈련병 동기들에게 미안하다. 이 상을 동기들에게 바친다"고 수상 소감을 전한 최효진(상무)은 "오늘 특별히 이곳에 오도록 허락해준 부대에 감사하다"며 충성심 섞인 '아부성 발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던 상병 김정우(상무)도 최효진과 함께 전투복 차림으로 늠름하게 포토라인에 섰다.

팬타스틱 플레이어와 베스트 공격수 부문에 이어 올 시즌 최다도움선수로 선정돼 이날 '3관왕'에 오른 구자철(제주)은 본인이 직접 고른 나비 넥타이 턱시도로 멋을 냈고, 2010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로 뽑힌 성남 일화의 샤샤는 말끔한 회색 정장 차림으로 나섰다.

최다득점선수상을 받은 유병수(인천 유나이티드)는 당찬 발언으로 좌중을 집중시켰다. 유병수는 "해외 구단과 큰 계약이 아니면 인천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월미도 유병수로 남을 것이다. 2년 연속 득점왕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에 부심으로 참여했던 'K-리그 포청천' 정해상 부심은 '최우수 심판상 부심'으로 선정되고 나서 뼈있는 발언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해상 심판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99번을 실수하다가도 한 번만 잘하면 영웅이 된다. 하지만 심판은 100번 중 한 번만 실수가 나와도 역적이 된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전한 뒤 무대 뒤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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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리그 빛낸 별들, ‘입담’도 영웅급
    • 입력 2010-12-20 17:35:24
    • 수정2010-12-20 17:57:41
    연합뉴스
20일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0 쏘나타 K-리그 대상 시상식은 올 시즌 프로축구를 빛낸 숱한 별들의 '말 잔치'이기도 했다. 가장 위트 있는 입담을 과시한 건 지난 시즌 14위 팀을 올해 일약 준우승으로 이끌며 감독상을 수상한 제주 유나이티드의 박경훈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FC서울의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빙가다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아 내가 이 상을 받게 됐다. 우승팀 감독이 아닌 내가 받을 줄은 몰랐다"며 우스개 섞인 겸손한 수상 소감을 꺼냈다. 이어 "17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 나서 대실패했던 나를 다시 축구판에 발을 디딜 수 있게 해준 제주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짧은 세월이지만 앙금으로 남았던 속내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올해 FA컵 결승에서 맞대결을 펼친 윤성효 수원 삼성 감독과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상식 자리에서도 긴장감 넘치는 설전을 벌였다. 윤성효 감독은 황선홍 감독과 함께 시상자로 나섰다가 진행자가 "옆에 있는 황 감독보다 자신이 나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특유의 진한 사투리로 "제가 황 감독보다 키는 작지만 얼굴을 더 낫다"며 쏘아붙였다. 생각지 않은 일격을 당한 황선홍 감독은 당황한 표정을 짓기에 바빴다. 베스트 수비수 부문에 뽑힌 최효진(상무)은 훈련 중에 참가해 군복 차림으로 시상식장을 찾아 이색 풍경을 연출했다. 한참 신병 훈련 중에 특별히 외출했다는 이등병 최효진은 잔뜩 군기가 든 얼굴에 차렷 자세로 마이크 앞에 서서는 "충성!"이라는 구호를 크게 외쳤다. "3년 연속으로 큰 상을 줘서 감사하다. 아직 훈련병인데도 특별히 나왔다. 같이 입대한 훈련병 동기들에게 미안하다. 이 상을 동기들에게 바친다"고 수상 소감을 전한 최효진(상무)은 "오늘 특별히 이곳에 오도록 허락해준 부대에 감사하다"며 충성심 섞인 '아부성 발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던 상병 김정우(상무)도 최효진과 함께 전투복 차림으로 늠름하게 포토라인에 섰다. 팬타스틱 플레이어와 베스트 공격수 부문에 이어 올 시즌 최다도움선수로 선정돼 이날 '3관왕'에 오른 구자철(제주)은 본인이 직접 고른 나비 넥타이 턱시도로 멋을 냈고, 2010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로 뽑힌 성남 일화의 샤샤는 말끔한 회색 정장 차림으로 나섰다. 최다득점선수상을 받은 유병수(인천 유나이티드)는 당찬 발언으로 좌중을 집중시켰다. 유병수는 "해외 구단과 큰 계약이 아니면 인천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월미도 유병수로 남을 것이다. 2년 연속 득점왕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에 부심으로 참여했던 'K-리그 포청천' 정해상 부심은 '최우수 심판상 부심'으로 선정되고 나서 뼈있는 발언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해상 심판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99번을 실수하다가도 한 번만 잘하면 영웅이 된다. 하지만 심판은 100번 중 한 번만 실수가 나와도 역적이 된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전한 뒤 무대 뒤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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