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넥센 선수장사 “KBO 업보”

입력 2010.12.2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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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의 업보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2년 연속 넥센 히어로즈발 트레이드가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를 강타하는 장면을 지켜본 KBO 고위 관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20일 넥센과 롯데가 단행한 1대2 트레이드를 승인하면서 앞으로 넥센이 추진할 모든 트레이드에 걸림돌이 완전히 사라졌다.



8개 구단 전력 평준화를 위해 넥센의 '선수 장사'를 KBO가 앞장서 막아야 하나 현실적으로 이를 강제할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넥센은 작년 말 KBO에 신생구단 가입금(120억원)을 완납하면서 독자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자격을 얻었다. 넥센이 과거 쌍방울처럼 관리구단이 아니어서 KBO가 끼어들 여지도 없다.



넥센, 넥센과 트레이드를 추진할 구단은 앞으로 '상호 간에 (넥센에) 현금을 주고받지 않았다'는 내용을 구두 또는 문서로 KBO에 증명만 하면 어느 때나 트레이드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구단 운영자금을 벌기 위한 넥센의 '7개 구단 전력 보급 창고화' 작업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구팬과 넥센과 트레이드에서 소외된 나머지 구단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한창 불이 붙은 9,10구단 창단 작업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결국 시간을 2년 전으로 거슬러 KBO가 투자전문집단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를 신생구단 창단 파트너로 손잡았을 때부터 '비극'을 잉태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왜 KBO의 업보인가



2007년 말 현대 유니콘스가 파산하면서 8개 구단 체제가 공고했던 프로야구는 일대 위기를 맞았다.



KBO는 KT와 신생구단 창단 작업을 벌였지만 몇몇 구단의 반대로 무산됐고 결국 시즌 직전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우리 히어로즈를 탄생시켰다.



마케팅 영역 확대, 관중 증가를 위해 KBO는 8개 구단을 유지하는 데 온 힘을 바쳤다.



KBO는 한국프로야구 운영주체로서 센테니얼측이 2년에 걸쳐 가입금 120억원을 분납하는 동안 전력 불균형을 일으킬 트레이드에 제동을 걸었지만 센테니얼이 가입금을 모두 내면서 억제력을 잃었다.



KBO 관계자는 최근 "구원투수를 자임한 센테니얼은 아주 소중한 존재였다. 덕분에 8개 구단이 유지됐고 관중 폭발로 이어져 이제 600만명 시대를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이어진 넥센의 간판 선수와 유망주 팔아넘기기가 도를 넘었음에도 KBO는 항구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보다 임시방편의 '사후 약방문'만 내걸다 빗장을 스스로 풀고 말았다.



이미 예산권을 각 구단에 뺏긴 상태에서 구단 간 이해관계에 휘말려 조정력을 상실한 KBO의 비참한 말로였다.



KBO는 작년말 넥센이 장원삼, 이현승, 이택근을 팔고 구단 운영자금 55억원을 벌어들였을 때 '앞으로 현금이 낀 대형 트레이드는 금지한다'고 밝혔을 뿐 구속력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KBO의 말마따나 구단 간에 현금 거래를 조사할 계좌추적권이 없는 상황에서 이 단서는 실효성이 애초부터 없었다.



올해 중반 넥센이 유망주 황재균을 롯데에 넘겼을 때도 KBO는 현금이 오간 정황이 있다며 트레이드 승인을 유보했지만 결국 '회원사를 믿을 수밖에 없다'며 이적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 끝날 때까지 넥센은 트레이드를 할 수 없다'고 한시적인 조항을 달았을 뿐이다.



넥센은 시즌이 종료되자 다시 선수 장사에 나섰고 20일 유망 투수 고원준을 롯데에 넘기고 투수 이정훈과 외야수 박정준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현금이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농후했지만 KBO는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을 들어 트레이드를 즉각 승인했다.



야구판 전체를 생각해야 할 7개 구단의 이기주의도 '넥센 사태'를 악화했다.



8개 구단을 안정적으로 지키기보다 팀 전력보강에만 혈안이 돼 때로는 넥센에 먼저 다가가 선수를 팔기를 권유하기도 했다.



대의보다는 팀 성적이라는 소의가 더 중요했고 일부 구단은 틈만 나면 '하이에나'처럼 넥센에 달려들었다.



◇넥센의 역설..꼴찌는 안 한다,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자 배출



넥센이 선수를 보는 안목과 스타로 키워내는 능력이 탁월해 이런 사태를 야기했다는 설명은 역설적으로 들린다.



태평양과 현대 유니콘스를 거치며 끈끈한 조직력으로 4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은 넥센은 출범 3년이 지나도록 한번도 꼴찌를 하지 않았다. 2008년 7위, 2009년 6위 그리고 올해 7위로 시즌을 마쳤다.



김시진 감독을 비롯해 이광근, 이명수, 정민태, 정명원 코치 등 이 팀에서만 한우물을 판 지도자들의 역량이 결정적이었다.



지난해에는 이택근이, 올해에는 강정호가 각각 외야수와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끼는 등 주력 선수가 끊임없이 이탈하는 와중에도 재능이 넘친 유망주들이 태어났다.



기대주를 육성해 다른 구단에 팔고 운영 자금을 마련하거나 전력을 보강하는 방식은 미국과 일본프로야구에도 있다. 대신 성적, 인기와는 담을 쌓아야 한다.



그러나 넥센처럼 유망투수 고원준을 내주고 시즌 후 오른쪽 무릎을 수술한 투수 이정훈을 받는 미심쩍은 트레이드를 하지는 않는다.



'구단의 미래'로 한껏 칭송한 프랜차이즈 유망주를 1년 만에 팔고 다른 선수로 충원하는 '편법'의 길을 걷는 넥센이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염원을 이뤄내기는 현재로서는 어렵다.



인기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선수만 내다 팔 거면 왜 구단을 운영하느냐'는 비아냥거림에도 이제는 귀를 기울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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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삐 풀린 넥센 선수장사 “KBO 업보”
    • 입력 2010-12-21 10:23:47
    연합뉴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업보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2년 연속 넥센 히어로즈발 트레이드가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를 강타하는 장면을 지켜본 KBO 고위 관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20일 넥센과 롯데가 단행한 1대2 트레이드를 승인하면서 앞으로 넥센이 추진할 모든 트레이드에 걸림돌이 완전히 사라졌다.

8개 구단 전력 평준화를 위해 넥센의 '선수 장사'를 KBO가 앞장서 막아야 하나 현실적으로 이를 강제할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넥센은 작년 말 KBO에 신생구단 가입금(120억원)을 완납하면서 독자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자격을 얻었다. 넥센이 과거 쌍방울처럼 관리구단이 아니어서 KBO가 끼어들 여지도 없다.

넥센, 넥센과 트레이드를 추진할 구단은 앞으로 '상호 간에 (넥센에) 현금을 주고받지 않았다'는 내용을 구두 또는 문서로 KBO에 증명만 하면 어느 때나 트레이드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구단 운영자금을 벌기 위한 넥센의 '7개 구단 전력 보급 창고화' 작업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구팬과 넥센과 트레이드에서 소외된 나머지 구단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한창 불이 붙은 9,10구단 창단 작업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결국 시간을 2년 전으로 거슬러 KBO가 투자전문집단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를 신생구단 창단 파트너로 손잡았을 때부터 '비극'을 잉태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왜 KBO의 업보인가

2007년 말 현대 유니콘스가 파산하면서 8개 구단 체제가 공고했던 프로야구는 일대 위기를 맞았다.

KBO는 KT와 신생구단 창단 작업을 벌였지만 몇몇 구단의 반대로 무산됐고 결국 시즌 직전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우리 히어로즈를 탄생시켰다.

마케팅 영역 확대, 관중 증가를 위해 KBO는 8개 구단을 유지하는 데 온 힘을 바쳤다.

KBO는 한국프로야구 운영주체로서 센테니얼측이 2년에 걸쳐 가입금 120억원을 분납하는 동안 전력 불균형을 일으킬 트레이드에 제동을 걸었지만 센테니얼이 가입금을 모두 내면서 억제력을 잃었다.

KBO 관계자는 최근 "구원투수를 자임한 센테니얼은 아주 소중한 존재였다. 덕분에 8개 구단이 유지됐고 관중 폭발로 이어져 이제 600만명 시대를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이어진 넥센의 간판 선수와 유망주 팔아넘기기가 도를 넘었음에도 KBO는 항구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보다 임시방편의 '사후 약방문'만 내걸다 빗장을 스스로 풀고 말았다.

이미 예산권을 각 구단에 뺏긴 상태에서 구단 간 이해관계에 휘말려 조정력을 상실한 KBO의 비참한 말로였다.

KBO는 작년말 넥센이 장원삼, 이현승, 이택근을 팔고 구단 운영자금 55억원을 벌어들였을 때 '앞으로 현금이 낀 대형 트레이드는 금지한다'고 밝혔을 뿐 구속력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KBO의 말마따나 구단 간에 현금 거래를 조사할 계좌추적권이 없는 상황에서 이 단서는 실효성이 애초부터 없었다.

올해 중반 넥센이 유망주 황재균을 롯데에 넘겼을 때도 KBO는 현금이 오간 정황이 있다며 트레이드 승인을 유보했지만 결국 '회원사를 믿을 수밖에 없다'며 이적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 끝날 때까지 넥센은 트레이드를 할 수 없다'고 한시적인 조항을 달았을 뿐이다.

넥센은 시즌이 종료되자 다시 선수 장사에 나섰고 20일 유망 투수 고원준을 롯데에 넘기고 투수 이정훈과 외야수 박정준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현금이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농후했지만 KBO는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을 들어 트레이드를 즉각 승인했다.

야구판 전체를 생각해야 할 7개 구단의 이기주의도 '넥센 사태'를 악화했다.

8개 구단을 안정적으로 지키기보다 팀 전력보강에만 혈안이 돼 때로는 넥센에 먼저 다가가 선수를 팔기를 권유하기도 했다.

대의보다는 팀 성적이라는 소의가 더 중요했고 일부 구단은 틈만 나면 '하이에나'처럼 넥센에 달려들었다.

◇넥센의 역설..꼴찌는 안 한다,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자 배출

넥센이 선수를 보는 안목과 스타로 키워내는 능력이 탁월해 이런 사태를 야기했다는 설명은 역설적으로 들린다.

태평양과 현대 유니콘스를 거치며 끈끈한 조직력으로 4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은 넥센은 출범 3년이 지나도록 한번도 꼴찌를 하지 않았다. 2008년 7위, 2009년 6위 그리고 올해 7위로 시즌을 마쳤다.

김시진 감독을 비롯해 이광근, 이명수, 정민태, 정명원 코치 등 이 팀에서만 한우물을 판 지도자들의 역량이 결정적이었다.

지난해에는 이택근이, 올해에는 강정호가 각각 외야수와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끼는 등 주력 선수가 끊임없이 이탈하는 와중에도 재능이 넘친 유망주들이 태어났다.

기대주를 육성해 다른 구단에 팔고 운영 자금을 마련하거나 전력을 보강하는 방식은 미국과 일본프로야구에도 있다. 대신 성적, 인기와는 담을 쌓아야 한다.

그러나 넥센처럼 유망투수 고원준을 내주고 시즌 후 오른쪽 무릎을 수술한 투수 이정훈을 받는 미심쩍은 트레이드를 하지는 않는다.

'구단의 미래'로 한껏 칭송한 프랜차이즈 유망주를 1년 만에 팔고 다른 선수로 충원하는 '편법'의 길을 걷는 넥센이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염원을 이뤄내기는 현재로서는 어렵다.

인기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선수만 내다 팔 거면 왜 구단을 운영하느냐'는 비아냥거림에도 이제는 귀를 기울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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