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연패’ 이규혁 “즐기는 질주 행복!”

입력 2010.12.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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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총성이 울리자 출발선에 나란히 선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를 대표하는 선.후배 이규혁(32.서울시청)과 모태범(21.한국체대)이 빠른 속도로 스케이트를 지치기 시작했다.

21일 제37회 전국남녀 스프린트선수권 대회가 열린 공릉동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이틀째 대회 500m 2차 경기에서 두 선수가 마지막 조로 함께 나섰다.

첫 코너부터 앞서기 시작한 이규혁은 끝까지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35초270의 기록으로 골인한 이규혁은 35초430의 모태범을 간발의 차이로 앞섰다.

이 경기까지 모태범은 전날 500m 1차, 1,000m, 1차에 이어 세 경기에서 1위를 차지했다. 모태범은 이날 남은 1,000m 2차 경기에서도 1분10초29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해 이번 스프린트 선수권대회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아울러 이규혁은 2001-2010시즌 스프린트 선수권대회부터 시작해 이날까지 대회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국내 스피드스케이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스타이자 이규혁과 대표팀 선후배로 친분이 두터운 제갈성렬 춘천시청 감독은 "스프린트 선수권대회는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한 해 최고의 선수를 뽑는 최고 권위의 대회"라며 "내 기억에 다른 나라에서도 국내 스프린트대회를 10연패한 선수는 없는 것 같다"라고 평가할 정도로 대단한 업적이다.

경기를 마친 이규혁은 "해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선수 생활을 하는데 동기가 부여됐다"라며 "선후배와 경쟁하면서 나도 끊임없이 발전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동안 이 대회에서 운이 좋았다"라면서 "지난해에도 (모)태범이에게 3종목에서 뒤지다가 마지막 1,000m 2차에서 역전해서 우승했다"라고 말했다.

이규혁은 이 대회에서 우승한 덕분에 내년 1월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세계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 나갈 자격을 얻었다. 이규혁은 지금까지 세계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3차례 우승했다.

이규혁은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는 500m와 1,000m를 각각 두 차례씩 치르는데 매번 상황이 다르다"라며 "긴장감도 높고 체력 소모도 많은 대회지만 우승하고 나면 어느 대회보다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또 "올림픽은 큰 대회지만 4년에 한 번 열린다"라며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선수가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정받는다"라고 덧붙였다.

이규혁은 또 내년 1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1,500m에서 3연패에 도전한다. 대표팀 선발전 500m에서는 탈락했지만 1,500m 부문에서는 선발전 2위로 태극 마크를 달았다. 주종목인 1,000m는 이번 대회에서는 열리지 않는다.

이규혁은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때도 선발전에서 4위에 머물렀지만 대회에서는 우승했다. 1,500m는 체력 소모가 심한 종목인데 2001년에는 세계신기록를 보유하기도 했다"라며 "이번에도 운이 따르면 우승할 수 있겠지만 후배인 태범이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이규혁은 20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를 누비면서 숱한 대회에서 정상에 섰지만 동계올림픽에서는 늘 운이 따르지 않았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처음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은 이래 1998년 나가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등 대회에 나갈 때마다 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문턱에서 좌절했다.

올해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후배 모태범이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는 것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삭였다.

동계올림픽에서 아쉬운 결과를 얻은 이규혁은 한동안 마음고생에 시달렸지만 베테랑답게 이번 시즌에서 곧바로 페이스를 되찾았다.

이규혁은 "지난 일이니 다시 돌이킬 수는 없지만 지금도 지난 올림픽에서 왜 실패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라며 "완벽하게 준비했는데 실패한 이유를 잘 파악할 수 없었다"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지금 돌이켜보면 포기할 대회는 포기하면서 올림픽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모든 대회에 주력한 게 문제였던 것 같다"라면서 "한 대회에서 좋지 못한 성적이라도 올리면 '이규혁이 좋지 않다'는 소리가 나올까봐 신경을 썼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지만 올해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등 중요한 대회를 준비하면서 다른 대회에서는 2~3위 정도로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다"라며 "그럼에도 500m는 작년보다 성적이 더 좋아졌다"라고 웃었다.

이규혁은 앞으로 선수 생활에 대해 "'내가 지금 이 나이에 뭘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며 힘들 때도 있지만 오늘처럼 우승하고 축하받으면 늘 기쁘다"라며 "나이가 들어도 경기장에서 현역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행복하다"고 밝혔다.

또 "이번 시즌을 끝내고 은퇴할지 한 시즌 더 뛸지 아직 잘 모르겠다"라며 "성적을 내는 한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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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연패’ 이규혁 “즐기는 질주 행복!”
    • 입력 2010-12-21 21:40:05
    연합뉴스
"탕!" 총성이 울리자 출발선에 나란히 선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를 대표하는 선.후배 이규혁(32.서울시청)과 모태범(21.한국체대)이 빠른 속도로 스케이트를 지치기 시작했다. 21일 제37회 전국남녀 스프린트선수권 대회가 열린 공릉동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이틀째 대회 500m 2차 경기에서 두 선수가 마지막 조로 함께 나섰다. 첫 코너부터 앞서기 시작한 이규혁은 끝까지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35초270의 기록으로 골인한 이규혁은 35초430의 모태범을 간발의 차이로 앞섰다. 이 경기까지 모태범은 전날 500m 1차, 1,000m, 1차에 이어 세 경기에서 1위를 차지했다. 모태범은 이날 남은 1,000m 2차 경기에서도 1분10초29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해 이번 스프린트 선수권대회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아울러 이규혁은 2001-2010시즌 스프린트 선수권대회부터 시작해 이날까지 대회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국내 스피드스케이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스타이자 이규혁과 대표팀 선후배로 친분이 두터운 제갈성렬 춘천시청 감독은 "스프린트 선수권대회는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한 해 최고의 선수를 뽑는 최고 권위의 대회"라며 "내 기억에 다른 나라에서도 국내 스프린트대회를 10연패한 선수는 없는 것 같다"라고 평가할 정도로 대단한 업적이다. 경기를 마친 이규혁은 "해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선수 생활을 하는데 동기가 부여됐다"라며 "선후배와 경쟁하면서 나도 끊임없이 발전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동안 이 대회에서 운이 좋았다"라면서 "지난해에도 (모)태범이에게 3종목에서 뒤지다가 마지막 1,000m 2차에서 역전해서 우승했다"라고 말했다. 이규혁은 이 대회에서 우승한 덕분에 내년 1월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세계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 나갈 자격을 얻었다. 이규혁은 지금까지 세계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3차례 우승했다. 이규혁은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는 500m와 1,000m를 각각 두 차례씩 치르는데 매번 상황이 다르다"라며 "긴장감도 높고 체력 소모도 많은 대회지만 우승하고 나면 어느 대회보다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또 "올림픽은 큰 대회지만 4년에 한 번 열린다"라며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선수가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정받는다"라고 덧붙였다. 이규혁은 또 내년 1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1,500m에서 3연패에 도전한다. 대표팀 선발전 500m에서는 탈락했지만 1,500m 부문에서는 선발전 2위로 태극 마크를 달았다. 주종목인 1,000m는 이번 대회에서는 열리지 않는다. 이규혁은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때도 선발전에서 4위에 머물렀지만 대회에서는 우승했다. 1,500m는 체력 소모가 심한 종목인데 2001년에는 세계신기록를 보유하기도 했다"라며 "이번에도 운이 따르면 우승할 수 있겠지만 후배인 태범이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이규혁은 20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를 누비면서 숱한 대회에서 정상에 섰지만 동계올림픽에서는 늘 운이 따르지 않았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처음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은 이래 1998년 나가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등 대회에 나갈 때마다 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문턱에서 좌절했다. 올해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후배 모태범이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는 것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삭였다. 동계올림픽에서 아쉬운 결과를 얻은 이규혁은 한동안 마음고생에 시달렸지만 베테랑답게 이번 시즌에서 곧바로 페이스를 되찾았다. 이규혁은 "지난 일이니 다시 돌이킬 수는 없지만 지금도 지난 올림픽에서 왜 실패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라며 "완벽하게 준비했는데 실패한 이유를 잘 파악할 수 없었다"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지금 돌이켜보면 포기할 대회는 포기하면서 올림픽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모든 대회에 주력한 게 문제였던 것 같다"라면서 "한 대회에서 좋지 못한 성적이라도 올리면 '이규혁이 좋지 않다'는 소리가 나올까봐 신경을 썼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지만 올해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등 중요한 대회를 준비하면서 다른 대회에서는 2~3위 정도로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다"라며 "그럼에도 500m는 작년보다 성적이 더 좋아졌다"라고 웃었다. 이규혁은 앞으로 선수 생활에 대해 "'내가 지금 이 나이에 뭘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며 힘들 때도 있지만 오늘처럼 우승하고 축하받으면 늘 기쁘다"라며 "나이가 들어도 경기장에서 현역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행복하다"고 밝혔다. 또 "이번 시즌을 끝내고 은퇴할지 한 시즌 더 뛸지 아직 잘 모르겠다"라며 "성적을 내는 한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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