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 “2010년은 여자 축구의 해”

입력 2010.12.2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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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은 기성용..광저우AG 골 장면 잊을 수 없어

한국 여자축구의 차세대 간판 지소연(19.고베)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섰다.

23일 대한축구협회가 30여 년 만에 부활시킨 올해의 선수상(여자 부문) 주인공이 됐지만 입가엔 웃음보단 어색함이 역력했다. 이젠 카메라 세례가 익숙할 법도 한데 아직 여드름투성인 19세 소녀에겐 여전히 낯뜨거웠나 보다.

한참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지소연은 "정말 올해는 여자축구의 해였다.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을 얻어 기쁜 한 해였다"며 담담히 감회를 밝혔다.

두 살 아래인 여민지(함안 대산고)와 심사 점수가 불과 3점 차도 나지 않은 접전 끝에 올해 여자축구 MVP를 거머쥔 지소연은 당당해하기보다는 오히려 겸연쩍어했다.

지소연은 "민지도 있고 전가을 언니도 있는데 내가 받아도 되나 싶다"고 말해 상의 권위만큼이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진행자의 기습적인 질문 한 마디에 지소연은 볼이 발간 어린 소녀로 되돌아갔다.

박지성과 이청용, 기성용, 안정환 중에 어떤 스타일이 이상형이냐는 물음에 지소연은 지체 없이 "기성용이요..."라고 수줍은 듯 대답했다.

다음 월드컵 유치전에는 꼭 박지성과 함께 나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싶다던 지소연은 선배 선수가 아닌 '남자'로는 기성용이 좋았나보다.

이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골을 묻자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독일과 준결승전에서 터뜨린 골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넣었던 골 장면들이 제일 떠오른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사상 첫 메달 획득 쾌거를 이루긴 했지만 4강에서 북한에 분패한 기억이 아직 가시지 않은 탓이었다.

17세 이하 여자축구대표팀의 FIFA 월드컵에서 우승으로 국민의 관심이 동생들에게 급속도로 쏠려 서운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동생들이 너무 잘해줘서 우리가 이룬 3위 성적도 함께 빛을 발했다. 동생들이 아니었다면 올해 여자축구가 이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한국에서 일본 여자프로축구 고베 아이낙과 입단식을 치른 지소연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훈련 캠프에 참가해보니 일본 여자축구의 수준이 엄청나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지소연은 일단 고베에서 베스트 멤버로 뛰는 게 목표라며 지나친 욕심을 멀리했다. 너무 목표가 작지 않냐고 되묻자 지소연은 "그라운드에 계속 올라야 골을 넣든 말든 할 거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내 지소연은 입단식에서도 강조했듯 등 번호 9번이 맘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지소연은 이날 인터뷰 중 가장 강한 어조로 "하루빨리 내 번호 10번을 받을 겁니다"라고 외쳤다.

짧은 체류기간이었지만 지소연은 일본에서의 재미있는 일화도 공개했다.

지소연은 "한국 사람들 몇 분 말고는 생각보다 저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어요"라며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부끄러운 듯 "하지만 인도 남자한테 대시는 받아 봤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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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소연 “2010년은 여자 축구의 해”
    • 입력 2010-12-23 17:43:38
    연합뉴스
이상형은 기성용..광저우AG 골 장면 잊을 수 없어 한국 여자축구의 차세대 간판 지소연(19.고베)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섰다. 23일 대한축구협회가 30여 년 만에 부활시킨 올해의 선수상(여자 부문) 주인공이 됐지만 입가엔 웃음보단 어색함이 역력했다. 이젠 카메라 세례가 익숙할 법도 한데 아직 여드름투성인 19세 소녀에겐 여전히 낯뜨거웠나 보다. 한참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지소연은 "정말 올해는 여자축구의 해였다.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을 얻어 기쁜 한 해였다"며 담담히 감회를 밝혔다. 두 살 아래인 여민지(함안 대산고)와 심사 점수가 불과 3점 차도 나지 않은 접전 끝에 올해 여자축구 MVP를 거머쥔 지소연은 당당해하기보다는 오히려 겸연쩍어했다. 지소연은 "민지도 있고 전가을 언니도 있는데 내가 받아도 되나 싶다"고 말해 상의 권위만큼이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진행자의 기습적인 질문 한 마디에 지소연은 볼이 발간 어린 소녀로 되돌아갔다. 박지성과 이청용, 기성용, 안정환 중에 어떤 스타일이 이상형이냐는 물음에 지소연은 지체 없이 "기성용이요..."라고 수줍은 듯 대답했다. 다음 월드컵 유치전에는 꼭 박지성과 함께 나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싶다던 지소연은 선배 선수가 아닌 '남자'로는 기성용이 좋았나보다. 이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골을 묻자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독일과 준결승전에서 터뜨린 골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넣었던 골 장면들이 제일 떠오른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사상 첫 메달 획득 쾌거를 이루긴 했지만 4강에서 북한에 분패한 기억이 아직 가시지 않은 탓이었다. 17세 이하 여자축구대표팀의 FIFA 월드컵에서 우승으로 국민의 관심이 동생들에게 급속도로 쏠려 서운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동생들이 너무 잘해줘서 우리가 이룬 3위 성적도 함께 빛을 발했다. 동생들이 아니었다면 올해 여자축구가 이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한국에서 일본 여자프로축구 고베 아이낙과 입단식을 치른 지소연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훈련 캠프에 참가해보니 일본 여자축구의 수준이 엄청나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지소연은 일단 고베에서 베스트 멤버로 뛰는 게 목표라며 지나친 욕심을 멀리했다. 너무 목표가 작지 않냐고 되묻자 지소연은 "그라운드에 계속 올라야 골을 넣든 말든 할 거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내 지소연은 입단식에서도 강조했듯 등 번호 9번이 맘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지소연은 이날 인터뷰 중 가장 강한 어조로 "하루빨리 내 번호 10번을 받을 겁니다"라고 외쳤다. 짧은 체류기간이었지만 지소연은 일본에서의 재미있는 일화도 공개했다. 지소연은 "한국 사람들 몇 분 말고는 생각보다 저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어요"라며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부끄러운 듯 "하지만 인도 남자한테 대시는 받아 봤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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