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북한…1년 남은 ‘강성대국’ 가능할까

입력 2010.12.2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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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中 경제협력 성패 `관건'‥주민동원 크게 늘듯

북한은 2010년 초 새해 국정지표를 담은 `신년공동사설'에 "당 창건 65돌을 맞는 올해 다시 한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해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라는 긴 제목을 달았다.

이처럼 주민들의 `의식주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한 해를 시작했지만 연말에 받은 `성적표'는 애초의 호언장담이 무색할 정도로 초라했다. 식량사정 등 주민들의 생활여건이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2009년 11월 말에 전격 단행된 화폐개혁과 그 뒤를 이은 시장폐쇄의 후유증이 컸다.

국가의 재화공급체계가 고장 난 상태에서 무리하게 급진적 조치를 밀어붙이다 보니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생필품 등 물자난은 급전직하로 악화됐다. 대북 인터넷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북한의 물가 지표 격인 쌀값은 화폐개혁 이후 1년간 4천% 정도 뛰었다.

사태가 급하게 돌아가자 북한은 불과 두 달여 만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2월 초에는 김영일 당시 내각총리가 평양 인민문화궁전에 인민반장 수 천명을 모아놓고 화폐개혁과 시장폐쇄에 대해 사과했고, 다음 달에는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이 화폐개혁의 책임자로 몰려 처형당했다.

외부로부터 물자와 자금 `수혈'이 뜻대로 되지 않은 것도 북한의 경제운용을 어렵게 했다.

북한은 3월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을 설립, 외자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으나 촘촘한 유엔의 제재망을 뚫기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중국에서 식량 등을 무상지원받으려는 시도도 만족할 만한 성과는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2012년(김일성 출생 100주년) `강성대국 진입' 목표는 이런 암울한 경제상황을 반전시켜야 가능하기에 더욱 허황하게 보인다.

더구나 북한이 자력으로 `강성대국'을 이루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다수 북한 전문가들의 견해다.

당장 북한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로는 중국과 경제협력이 꼽힌다. 대중 경협을 통해 최대한 많이 자금과 물자를 끌어들인 뒤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국내에 풀어야 `강성대국' 비슷하게라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올해 북중 교역량이 작년 대비 30% 정도 늘었고, 북한의 경제사정도 연초보단 나아진 것 같다"면서 "연평도 포격으로 대남관계가 한층 더 경색된 만큼 이런 대중 경협 흐름은 내년에 더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중국과 경제협력 확대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시그널은 이미 여러 곳에서 포착됐다.

일례로 김정일 위원장이 올해 5월과 8월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한 것도 `강성대국 원년'이 코앞에 닥친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 위원장은 특히 8월 방중 때 중국의 동북3성 지역을 돌아보면서 대중 경협의 확대 가능성을 타진했고 , 그후 시ㆍ도당 책임비서 12명(10월 16∼23일)과 최영림 내각총리(11월 1∼8일)도 이 지역을 다녀왔다.

북한과 중국 단둥(丹東)시가 내년에 압록강의 위화도와 황금평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는 설이 나돈 것도 꽤 오래전부터다.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국제적 제재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북한의 선택 폭은 매우 좁다"면서 "대중 경협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내면서 내부적으론 주체섬유, 주체철과 같은 자립경제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150일 전투', '100일 전투' 식의 노력동원이 대폭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중 경협의 성과 여부를 차치하고 자원과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강성대국' 실현을 위해 주민들의 노동력을 동원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1998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정론을 통해 '강성대국' 건설의 기치를 내건 이후 주민들의 인내를 요구하면서 노동력 동원을 통해 경제건설과 주민통제의 이중적 효과를 거둬왔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후계체제를 안정시키면서 강성대국 진입도 실현해야 하는 만큼 성과를 가시화할 수 있는 실적과 숫자에 집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내년에는 '150일 전투' 같은 슬로건과 노력동원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임을출 교수는 "표면적으로라도 강성대국의 면모를 과시해야 하는 북한 입장에서 주민동원을 확대할 개연성은 있다"면서 "하지만 화폐개혁 후유증으로 아직 북한 당국과 주민 사이의 불신이 깊은 상황인 만큼 주민들의 불만을 자극할 수 있는 대중동원 카드를 쉽게 꺼내지는 못할 것"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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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 북한…1년 남은 ‘강성대국’ 가능할까
    • 입력 2010-12-24 08:07:23
    연합뉴스
對中 경제협력 성패 `관건'‥주민동원 크게 늘듯 북한은 2010년 초 새해 국정지표를 담은 `신년공동사설'에 "당 창건 65돌을 맞는 올해 다시 한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해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라는 긴 제목을 달았다. 이처럼 주민들의 `의식주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한 해를 시작했지만 연말에 받은 `성적표'는 애초의 호언장담이 무색할 정도로 초라했다. 식량사정 등 주민들의 생활여건이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2009년 11월 말에 전격 단행된 화폐개혁과 그 뒤를 이은 시장폐쇄의 후유증이 컸다. 국가의 재화공급체계가 고장 난 상태에서 무리하게 급진적 조치를 밀어붙이다 보니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생필품 등 물자난은 급전직하로 악화됐다. 대북 인터넷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북한의 물가 지표 격인 쌀값은 화폐개혁 이후 1년간 4천% 정도 뛰었다. 사태가 급하게 돌아가자 북한은 불과 두 달여 만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2월 초에는 김영일 당시 내각총리가 평양 인민문화궁전에 인민반장 수 천명을 모아놓고 화폐개혁과 시장폐쇄에 대해 사과했고, 다음 달에는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이 화폐개혁의 책임자로 몰려 처형당했다. 외부로부터 물자와 자금 `수혈'이 뜻대로 되지 않은 것도 북한의 경제운용을 어렵게 했다. 북한은 3월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을 설립, 외자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으나 촘촘한 유엔의 제재망을 뚫기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중국에서 식량 등을 무상지원받으려는 시도도 만족할 만한 성과는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2012년(김일성 출생 100주년) `강성대국 진입' 목표는 이런 암울한 경제상황을 반전시켜야 가능하기에 더욱 허황하게 보인다. 더구나 북한이 자력으로 `강성대국'을 이루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다수 북한 전문가들의 견해다. 당장 북한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로는 중국과 경제협력이 꼽힌다. 대중 경협을 통해 최대한 많이 자금과 물자를 끌어들인 뒤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국내에 풀어야 `강성대국' 비슷하게라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올해 북중 교역량이 작년 대비 30% 정도 늘었고, 북한의 경제사정도 연초보단 나아진 것 같다"면서 "연평도 포격으로 대남관계가 한층 더 경색된 만큼 이런 대중 경협 흐름은 내년에 더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중국과 경제협력 확대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시그널은 이미 여러 곳에서 포착됐다. 일례로 김정일 위원장이 올해 5월과 8월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한 것도 `강성대국 원년'이 코앞에 닥친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 위원장은 특히 8월 방중 때 중국의 동북3성 지역을 돌아보면서 대중 경협의 확대 가능성을 타진했고 , 그후 시ㆍ도당 책임비서 12명(10월 16∼23일)과 최영림 내각총리(11월 1∼8일)도 이 지역을 다녀왔다. 북한과 중국 단둥(丹東)시가 내년에 압록강의 위화도와 황금평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는 설이 나돈 것도 꽤 오래전부터다.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국제적 제재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북한의 선택 폭은 매우 좁다"면서 "대중 경협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내면서 내부적으론 주체섬유, 주체철과 같은 자립경제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150일 전투', '100일 전투' 식의 노력동원이 대폭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중 경협의 성과 여부를 차치하고 자원과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강성대국' 실현을 위해 주민들의 노동력을 동원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1998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정론을 통해 '강성대국' 건설의 기치를 내건 이후 주민들의 인내를 요구하면서 노동력 동원을 통해 경제건설과 주민통제의 이중적 효과를 거둬왔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후계체제를 안정시키면서 강성대국 진입도 실현해야 하는 만큼 성과를 가시화할 수 있는 실적과 숫자에 집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내년에는 '150일 전투' 같은 슬로건과 노력동원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임을출 교수는 "표면적으로라도 강성대국의 면모를 과시해야 하는 북한 입장에서 주민동원을 확대할 개연성은 있다"면서 "하지만 화폐개혁 후유증으로 아직 북한 당국과 주민 사이의 불신이 깊은 상황인 만큼 주민들의 불만을 자극할 수 있는 대중동원 카드를 쉽게 꺼내지는 못할 것"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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