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에너지 빈곤층 혹독한 겨울나기

입력 2010.12.2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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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 제 뒤로 화재 현장 보이시죠? 여든살 할머니. 기름값이 없어 이 추운 날씨에 전기장판만 켜놓고 잠을 청했는데요.



장판이 과열되며 불이 나, 그만 목숨을 잃었습니다.



조금만 둘러보면 이렇게 어렵사리 겨울을 나야 하는 이웃들이 꽤 많은데요.



먼저, 최건일 기자가 딱한 사정을 들어 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관악산 기슭 달동네, 해가 지고 한두 집씩 불이 켜지면 추위와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집에 들어온 홍 할머니가 서둘러 전기장판을 켭니다.



보일러가 놓여 있지만, 기름값을 당해 낼 재간이 없어 꼭 필요할 때만 잠시 불을 땝니다.



<인터뷰> 홍 모씨(83/달동네 거주) : "걔(손자)는 추워 가지고 웅크리고 있잖아 요. 추워할 적에는 내가 일어나서 또 이걸 (보일러) 틀어주고……."



그나마 전기를 아낀다며 장판 반쪽만 켜고, 온도도 가장 낮게 맞춥니다.



이 달동네에 있는 집들은 대개 사정이 비슷합니다.



화려한 불빛이 밤을 밝히고 있는 도심 건물 뒤편으로 허름한 쪽방 촌이 있습니다.



비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겨우 들어선 쪽방에서 만난 일흔여덟 살 김태일 할아버지.



돌아눕기도 비좁은 공간, 심한 외풍에 한기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1년 전 동사무소에서 가져다 준 이 전기장판이 보일러도 없는 할아버지 방의 유일한 난방기구입니다.



거동이 불편한데다 파킨슨병까지 앓고 있습니다. 월세 21만 원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는 할아버지는 무엇보다도 추위가 싫습니다.



<인터뷰> 김태일씨(78/쪽방 촌 거주) : "배고픈 건 참을 수가 있는데, 추운 거는 못살겠어요. 여기서는 추워서 잠 자기도 힘들고……."



<질문>



이분들에게 이 겨울이 더 추운 건, ’가난’과 ’무관심’ 때문은 아닐까요. 취재 기자 나왔습니다.



최건일 기자, 직접 만나 보셨는데요. 이런 에너지 빈곤층, 과연 얼마나 됩니까?



<답변>



네, 소득의 10% 이상을 전기나 기름값 등 광열비로 쓰는 가구를 에너지 빈곤층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가구가 매년 빠르게 증가해 지난 2003년보다 2008년에는 백30만 가구를 넘어섰습니다.



가계 소득이 낮을수록 지출 가운데 난방비 비중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월소득 3백만 원 이상 가구의 광열비 비중은 3.2%였습니다. 반면,월소득 백만 원 미만은 10.4%, 50만 원 미만은 38.2%,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광열비로 쓰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지만, 정작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현실과 엇박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한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홀로 사는 이복재 할머니는 지난주 정부 지원을 받아 기름 보일러는 설치했지만, 정작 기름값 댈 일이 걱정입니다.



<인터뷰> 이복재 할머니(서울시 공덕동) : "보일러만 주면 뭐해 기름도 못하는데,하루 일당 얼마인데 어떻게 기름을 떼겠어요."



기름보일러를 때는 저소득층 50만 가구 가운데 난방용 기름을 지원받는 가정은 1%에도 못미칩니다.



그나마 후원금으로 충당되며 정부 지원은 전혀 없습니다.



단열이 잘 안된 저소득 가구는 연료비를 더 쓰기 마련, 적외선 카메라로 보면 파랗게 스며드는 한기가 육안으로도 확인됩니다.



이번엔 1cm 두께의 단열재를 붙인뒤 다시 측정해봤습니다.



단열재를 붙인 쪽 온도가 3도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저소득층 주택의 열 효율을 높여주는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 예산은 내년엔 3분의 1가량 삭감됩니다.



게다가 저소득층에게는 전기세를 20% 할인해 줬는데 내년부터는 사실상 이런 혜택마저 없어집니다.



전기장판으로 한겨울을 나는 에너지 빈곤 층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앵커 멘트>



정부 대책만 기다리기엔. 겨울은, 너무도 혹독합니다. 먼저 나서서, ’훈훈한’ 정성 모으는 분들이 있는데요.



김나나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산타크로스처럼 선물포장에 나선 사람들. 이불을 포함한 따뜻한 용품들이 차례로 담깁니다.



한겨울을 녹일 온기가 절실한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깜짝 선물입니다.



<녹취>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요. 담요 덮으시고 따뜻한 겨울 나셨으면 해요."



비탈길을 한참 올라 도착한 선물 보따리. 얼음같은 찬물에 손을 담궈야 하고 밤이면 외풍에 잠을 설치곤 했지만 오늘만큼은 온정으로 넘칩니다.



기부단체들의 따뜻함이 감사할 뿐입니다.



<인터뷰> 윤경숙(서울 금호동) : "이불이 여기서 셋이서 자는데 모자랐 거든요. 애기 이불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녹취> "연탄 하나! 둘!"



온기를 전달하는 긴 행렬, 집을 춥지 않게 만들기도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하나 둘 전달됩니다.



연탄 때기도 버거웠던 독거노인은 잠시나마 추위도 외로움도 잊어봅니다.



<인터뷰> 김한순(78세) : "밥 안먹어도 배불러요. 너무나 좋습니다.감사합니다."



하지만 나눔의 열기가 예년같지 않은 올해, 도움의 손길들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집안이 훈훈하다고 느끼는 행복한 사람이라면, 따뜻한 에너지를 꼭 나눠줘야합니다.



KBS 뉴스 김나나입니다.



<앵커 멘트>



함께 고민하면 이분들 겨울이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임은미님 ’최소한의 에너지’라도 공급해주는 제도를 만들자고 하셨구요.



김자혜님 빈곤 지역에 태양광 발전기를 지원해 주자, 환경도 지킬 수 있겠네요. 공익요원 등을 활용해 열 손실을 막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를 아끼면 포인트로 적립하고, 기부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자, 김지영 님의 의견까지 소중한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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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에너지 빈곤층 혹독한 겨울나기
    • 입력 2010-12-24 22:14:41
    뉴스 9
<앵커 멘트>

지금 제 뒤로 화재 현장 보이시죠? 여든살 할머니. 기름값이 없어 이 추운 날씨에 전기장판만 켜놓고 잠을 청했는데요.

장판이 과열되며 불이 나, 그만 목숨을 잃었습니다.

조금만 둘러보면 이렇게 어렵사리 겨울을 나야 하는 이웃들이 꽤 많은데요.

먼저, 최건일 기자가 딱한 사정을 들어 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관악산 기슭 달동네, 해가 지고 한두 집씩 불이 켜지면 추위와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집에 들어온 홍 할머니가 서둘러 전기장판을 켭니다.

보일러가 놓여 있지만, 기름값을 당해 낼 재간이 없어 꼭 필요할 때만 잠시 불을 땝니다.

<인터뷰> 홍 모씨(83/달동네 거주) : "걔(손자)는 추워 가지고 웅크리고 있잖아 요. 추워할 적에는 내가 일어나서 또 이걸 (보일러) 틀어주고……."

그나마 전기를 아낀다며 장판 반쪽만 켜고, 온도도 가장 낮게 맞춥니다.

이 달동네에 있는 집들은 대개 사정이 비슷합니다.

화려한 불빛이 밤을 밝히고 있는 도심 건물 뒤편으로 허름한 쪽방 촌이 있습니다.

비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겨우 들어선 쪽방에서 만난 일흔여덟 살 김태일 할아버지.

돌아눕기도 비좁은 공간, 심한 외풍에 한기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1년 전 동사무소에서 가져다 준 이 전기장판이 보일러도 없는 할아버지 방의 유일한 난방기구입니다.

거동이 불편한데다 파킨슨병까지 앓고 있습니다. 월세 21만 원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는 할아버지는 무엇보다도 추위가 싫습니다.

<인터뷰> 김태일씨(78/쪽방 촌 거주) : "배고픈 건 참을 수가 있는데, 추운 거는 못살겠어요. 여기서는 추워서 잠 자기도 힘들고……."

<질문>

이분들에게 이 겨울이 더 추운 건, ’가난’과 ’무관심’ 때문은 아닐까요. 취재 기자 나왔습니다.

최건일 기자, 직접 만나 보셨는데요. 이런 에너지 빈곤층, 과연 얼마나 됩니까?

<답변>

네, 소득의 10% 이상을 전기나 기름값 등 광열비로 쓰는 가구를 에너지 빈곤층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가구가 매년 빠르게 증가해 지난 2003년보다 2008년에는 백30만 가구를 넘어섰습니다.

가계 소득이 낮을수록 지출 가운데 난방비 비중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월소득 3백만 원 이상 가구의 광열비 비중은 3.2%였습니다. 반면,월소득 백만 원 미만은 10.4%, 50만 원 미만은 38.2%,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광열비로 쓰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지만, 정작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현실과 엇박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한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홀로 사는 이복재 할머니는 지난주 정부 지원을 받아 기름 보일러는 설치했지만, 정작 기름값 댈 일이 걱정입니다.

<인터뷰> 이복재 할머니(서울시 공덕동) : "보일러만 주면 뭐해 기름도 못하는데,하루 일당 얼마인데 어떻게 기름을 떼겠어요."

기름보일러를 때는 저소득층 50만 가구 가운데 난방용 기름을 지원받는 가정은 1%에도 못미칩니다.

그나마 후원금으로 충당되며 정부 지원은 전혀 없습니다.

단열이 잘 안된 저소득 가구는 연료비를 더 쓰기 마련, 적외선 카메라로 보면 파랗게 스며드는 한기가 육안으로도 확인됩니다.

이번엔 1cm 두께의 단열재를 붙인뒤 다시 측정해봤습니다.

단열재를 붙인 쪽 온도가 3도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저소득층 주택의 열 효율을 높여주는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 예산은 내년엔 3분의 1가량 삭감됩니다.

게다가 저소득층에게는 전기세를 20% 할인해 줬는데 내년부터는 사실상 이런 혜택마저 없어집니다.

전기장판으로 한겨울을 나는 에너지 빈곤 층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앵커 멘트>

정부 대책만 기다리기엔. 겨울은, 너무도 혹독합니다. 먼저 나서서, ’훈훈한’ 정성 모으는 분들이 있는데요.

김나나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산타크로스처럼 선물포장에 나선 사람들. 이불을 포함한 따뜻한 용품들이 차례로 담깁니다.

한겨울을 녹일 온기가 절실한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깜짝 선물입니다.

<녹취>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요. 담요 덮으시고 따뜻한 겨울 나셨으면 해요."

비탈길을 한참 올라 도착한 선물 보따리. 얼음같은 찬물에 손을 담궈야 하고 밤이면 외풍에 잠을 설치곤 했지만 오늘만큼은 온정으로 넘칩니다.

기부단체들의 따뜻함이 감사할 뿐입니다.

<인터뷰> 윤경숙(서울 금호동) : "이불이 여기서 셋이서 자는데 모자랐 거든요. 애기 이불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녹취> "연탄 하나! 둘!"

온기를 전달하는 긴 행렬, 집을 춥지 않게 만들기도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하나 둘 전달됩니다.

연탄 때기도 버거웠던 독거노인은 잠시나마 추위도 외로움도 잊어봅니다.

<인터뷰> 김한순(78세) : "밥 안먹어도 배불러요. 너무나 좋습니다.감사합니다."

하지만 나눔의 열기가 예년같지 않은 올해, 도움의 손길들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집안이 훈훈하다고 느끼는 행복한 사람이라면, 따뜻한 에너지를 꼭 나눠줘야합니다.

KBS 뉴스 김나나입니다.

<앵커 멘트>

함께 고민하면 이분들 겨울이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임은미님 ’최소한의 에너지’라도 공급해주는 제도를 만들자고 하셨구요.

김자혜님 빈곤 지역에 태양광 발전기를 지원해 주자, 환경도 지킬 수 있겠네요. 공익요원 등을 활용해 열 손실을 막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를 아끼면 포인트로 적립하고, 기부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자, 김지영 님의 의견까지 소중한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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