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선원, 나포에서 송환까지

입력 2010.12.2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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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해에서 발생한 중국 불법 조업어선과 한국 해경 경비함과의 충돌 사태로 빚어진 갈등이 25일 새벽 중국 선원 3명의 방면으로 일단락됐다.

지난 18일 사고 발생부터 이날 중국 선원의 송환까지 숨 가빴던 과정을 재구성해본다.

▲사고발생

한국 해경 경비함이 서해에서 불법조업 중인 중국 어선(랴오잉위호.68t급)과 충돌한 것은 지난 18일 낮 12시53분께.

앞서 해경은 낮 12시 5분께 무리지어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15척을 발견하고 접근했고, 가까이에 있던 2대의 어선은 갑자기 중국영해 쪽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불법 행위를 의심한 경비함은 도주 중인 선박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정선 명령을 했지만 중국 어선은 불응한 채 도주를 계속했다.

이에 따라 해경은 12시43분께 경비함정에 탑재된 검문검색용 고속 단정 2척에 경찰관 7명씩을 승선시켜 도주 중인 선박을 추격했다.

이때 중국 선원 7∼8명이 쇠 파이프와 몽둥이, 대나무창 등을 이용해 승선하려던 문상수 순경 등 경찰관 4명을 폭행했고, 마침 다른 쪽에 있는 랴요잉위호가 경비함의 진로를 방해하기 위해 뱃머리를 돌려 경비함을 들이받았다.

랴오잉위호는 곧바로 침몰했고, 선원 10명이 바다에 빠졌다. 이 중 1명을 제외한 선원 9명이 구조됐지만, 군산의료원에서 치료를 받던 선장은 끝내 숨졌다.

▲해경 조사

해경이 현장에서 구조한 선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시작한 것은 사고 다음날인 19일 오후.

해경은 구조돼 군산의료원에서 치료를 받던 기관장 주황씨 등 선원 3명의 의식이 회복되자 19일 오후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주황씨 등 선원들은 처음에는 불법조업과 고의충돌 사실을 부인하다가 우리 해경 측이 당시 찍었던 비디오 등을 보여주며 압박하자 고의충돌 사실을 시인했다.

이 배의 기관장 주황(44.산둥성)씨는 "한국 경비함이 다가오자 선장이 중국 측으로 달아나다 갑자기 뱃머리를 돌려 뒤따라 오던 경비함을 들이받았다. 당시 선미에서 해경의 정선 명령을 들었으며, 선장이 경비함의 추격을 방해하기 위해 배를 돌린 것 같다"고 증언했다.

선원들은 하지만 "당시 조업장소가 중국 영해인지, 한국 영해인지 모르고 조업만 했을 뿐이며, 오직 그것은 죽은 선장만이 알고 있다"며 영해침범 사실은 부인했지만, 당시 사고 현장의 영상 등을 확보한 해경은 이들의 불법조업 행위를 확인했다.

이와 관련, 해경은 정식 기자회견을 하고 "함정 내 채증자료, 레이더 스코프에 촬영된 영상 등에 의거 36-08-50N , 124-30.80E EEZ 우리 측 수역에서 조업한 것이 확실하다. 영상, 항박일지, 레이더 감식자료가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이 지난 23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사고발생 직후부터 한국 측의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던 중국의 강경자세가 점차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불기소처분과 송환

군산해경은 수일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오던 중국 선원들의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23일 오후부터는 이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다음날인 24일 오전부터 급반전됐다.

당일 오전 정부 고위당국자가 "이번 사안을 조기에 원만하게 종결짓자는데 한·중 양국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힌 직후부터 해경은 불기소 처리 쪽으로 가닥을 잡기 시작했다.

이 당국자는 "관계 당국에서 여러 가지 조사를 가능한 한 조기에 종결하고 시신운구나 구조된 선원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문제 등 사후처리 방안을 중국 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해경은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불기소처분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검찰의 지휘를 받아 26일 새벽에 중국 선원들을 풀어줬다.

이들 선원이 이날 인천공항에서 비행기편으로 중국으로 돌아감으로써 긴박했던 해경의 '8일간'의 수사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이들의 방면에는 북한과 극한 대치상황에서 중국 정부와 불필요한 갈등을 지속하기보다 조기에 봉합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이지만 엄연히 불법행위를 한 중국 선원을 처벌하지 않고 돌려보낸 데 대해 '저자세 외교', '굴욕 외교'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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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선원, 나포에서 송환까지
    • 입력 2010-12-25 08:55:20
    연합뉴스
지난 18일 서해에서 발생한 중국 불법 조업어선과 한국 해경 경비함과의 충돌 사태로 빚어진 갈등이 25일 새벽 중국 선원 3명의 방면으로 일단락됐다. 지난 18일 사고 발생부터 이날 중국 선원의 송환까지 숨 가빴던 과정을 재구성해본다. ▲사고발생 한국 해경 경비함이 서해에서 불법조업 중인 중국 어선(랴오잉위호.68t급)과 충돌한 것은 지난 18일 낮 12시53분께. 앞서 해경은 낮 12시 5분께 무리지어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15척을 발견하고 접근했고, 가까이에 있던 2대의 어선은 갑자기 중국영해 쪽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불법 행위를 의심한 경비함은 도주 중인 선박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정선 명령을 했지만 중국 어선은 불응한 채 도주를 계속했다. 이에 따라 해경은 12시43분께 경비함정에 탑재된 검문검색용 고속 단정 2척에 경찰관 7명씩을 승선시켜 도주 중인 선박을 추격했다. 이때 중국 선원 7∼8명이 쇠 파이프와 몽둥이, 대나무창 등을 이용해 승선하려던 문상수 순경 등 경찰관 4명을 폭행했고, 마침 다른 쪽에 있는 랴요잉위호가 경비함의 진로를 방해하기 위해 뱃머리를 돌려 경비함을 들이받았다. 랴오잉위호는 곧바로 침몰했고, 선원 10명이 바다에 빠졌다. 이 중 1명을 제외한 선원 9명이 구조됐지만, 군산의료원에서 치료를 받던 선장은 끝내 숨졌다. ▲해경 조사 해경이 현장에서 구조한 선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시작한 것은 사고 다음날인 19일 오후. 해경은 구조돼 군산의료원에서 치료를 받던 기관장 주황씨 등 선원 3명의 의식이 회복되자 19일 오후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주황씨 등 선원들은 처음에는 불법조업과 고의충돌 사실을 부인하다가 우리 해경 측이 당시 찍었던 비디오 등을 보여주며 압박하자 고의충돌 사실을 시인했다. 이 배의 기관장 주황(44.산둥성)씨는 "한국 경비함이 다가오자 선장이 중국 측으로 달아나다 갑자기 뱃머리를 돌려 뒤따라 오던 경비함을 들이받았다. 당시 선미에서 해경의 정선 명령을 들었으며, 선장이 경비함의 추격을 방해하기 위해 배를 돌린 것 같다"고 증언했다. 선원들은 하지만 "당시 조업장소가 중국 영해인지, 한국 영해인지 모르고 조업만 했을 뿐이며, 오직 그것은 죽은 선장만이 알고 있다"며 영해침범 사실은 부인했지만, 당시 사고 현장의 영상 등을 확보한 해경은 이들의 불법조업 행위를 확인했다. 이와 관련, 해경은 정식 기자회견을 하고 "함정 내 채증자료, 레이더 스코프에 촬영된 영상 등에 의거 36-08-50N , 124-30.80E EEZ 우리 측 수역에서 조업한 것이 확실하다. 영상, 항박일지, 레이더 감식자료가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이 지난 23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사고발생 직후부터 한국 측의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던 중국의 강경자세가 점차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불기소처분과 송환 군산해경은 수일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오던 중국 선원들의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23일 오후부터는 이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다음날인 24일 오전부터 급반전됐다. 당일 오전 정부 고위당국자가 "이번 사안을 조기에 원만하게 종결짓자는데 한·중 양국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힌 직후부터 해경은 불기소 처리 쪽으로 가닥을 잡기 시작했다. 이 당국자는 "관계 당국에서 여러 가지 조사를 가능한 한 조기에 종결하고 시신운구나 구조된 선원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문제 등 사후처리 방안을 중국 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해경은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불기소처분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검찰의 지휘를 받아 26일 새벽에 중국 선원들을 풀어줬다. 이들 선원이 이날 인천공항에서 비행기편으로 중국으로 돌아감으로써 긴박했던 해경의 '8일간'의 수사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이들의 방면에는 북한과 극한 대치상황에서 중국 정부와 불필요한 갈등을 지속하기보다 조기에 봉합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이지만 엄연히 불법행위를 한 중국 선원을 처벌하지 않고 돌려보낸 데 대해 '저자세 외교', '굴욕 외교'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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