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창이 송년기획으로 마련한 순서입니다.
연말연시면 극장가에 새 영화들이 쏟아지는데요.
한때 북한을 소재로 하는 영화가 참 많이 나왔는데 요즘은 좀 뜸해졌습니다.
한국영화를 보면 그 시대의 남북관계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요.
영화 속 남과 북의 모습을 <남북의 창>에서 취재했습니다.
똘이장군, JSA, 웰컴 투 동막골, 의형제
이 영화들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아시나요?
바로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북한은 늘 한국영화의 단골 소재였습니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져왔는데요.
관객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녹취> "나는 이런 짐승 같은 산 생활 정말 싫증났어." "귀순만 하면 목숨이야 살려주겠죠."
6.25 전쟁 직후 지리산에 남은 빨치산들을 다룬 영화 <피아골>
북한군과 전투에서 해병대의 용맹성을 보여준 <돌아오지 않는 해병>.
반공이 국시이던 시절 정부는 영화사에 의무 제작편수까지 할당했고, 반공영화는 흥행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며 전성시대를 맞았습니다.
대종상도 1966년부터 1987년까지 ‘반공영화상’ 부문 시상을 했을 정도입니다.
<녹취> "최우수 반공영화상 부문의 시상이 되겠습니다."
<녹취> "이 어린 것이 무엇을 아느냐. 사상을 아느냐, 미움을 아느냐. 피, 피 밖에는 없어. 이것이 공산주의냐?"
제6회 대종상에서 우수반공영화상을 수상한 <돌무지>는 북한정권에 항거하는 황해도 돌무지 마을 주민들의 투쟁을 담았습니다.
반공의식은 어린이용 만화영화에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우리는 천성이 너무 고약해~"
김일성은 돼지, 북한군은 늑대로 등장해서 굶주리는 인민을 괴롭히는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녹취> "아이고머니나. 아니 이걸 가지고 다섯 식구 아침밥도 안돼요. 조금만 더 주세요. 네?" "여성동무 그것도 말이라고 해? 운이 좋은 줄 알라고. 오늘은 그만!"
<인터뷰>이경옥(47/서울 상도동) : "그 때는 어렸을 때니까 무조건 안 좋고 나쁘고 우리한테 위협적이고 이렇게 받아들였었죠."
영화 속 북한의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1990년대 말이었습니다.
1998년에 개봉된 <쉬리>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북한 사람을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냈습니다.
<녹취> 박무영: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조국을 등질 생각이라면 여기서 끝내.
<녹취> 이명현: 잠시 어리석은 혼돈을 했었죠. 이명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결국 돌아온 건 자신의 남자를 저격해야 되는 이방희라는 사실이었죠.
남한 정보국 직원과 북한 공작원 사이의 사랑은 분단과 이념의 장벽에 가로막혀 비극적인 결말을 맞습니다.
<쉬리>의 흥행성공으로 북한을 다룬 영화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내용 역시 이념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녹취> "간첩들 다 잡아 죽여야 되는디 내가 통 시간이 없어요."
북한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남파된 간첩 리철진은 강도에게 가방을 뺏길 정도로 허점투성이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을 다룬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작품입니다.
<녹취> "거 잘 왔습니다. 분단의 반세기, 그 오욕과 고통의 세월을 뛰어넘어 통일의 물꼬를 트러 오신 이수혁 상병 동지를 열렬히 환영합니다!"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속의 남북한 군인들이 우정을 나누는 ’같은 민족’으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냉전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남북문제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들이 줄지어 나왔고 이 영화들은 관객동원 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우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녹취> "근데 있잖아요. 쟈들하고 친구나?"
전쟁도 피해간 산골마을 동막골.
전쟁을 벌이던 남북한의 군인들이 순수의 공간에서 맞닥뜨립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남북한 군인들이 마음이 통하는 친구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웰컴 투 동막골>은 전쟁영화는 곧 반공영화라는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뜨렸습니다.
남북한의 화합과 공존을 강조한 영화들이 시대의 흐름과 맞물려 작품성과 흥행, 모두 성공을 거두자, ‘북한’이라는 소재는 흥행코드로까지 자리 잡았습니다.
<인터뷰>강유정(영화평론가) : "과거에는 이렇게 영화화하기에 어려웠던 그리고 마음의 상처가 있었던 문제로 다뤄졌다면 강제규 감독의 쉬리 이후의 이런 영화들은 대중적 문법으로 접근하고 있는데요. 역사적 책임감이나 무게감에서 멀어졌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북한의 비참한 현실을 다룬 영화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녹취> "진짜 중국 가자, 우리." "그냥 앉아서 굶어죽는 것보단 낫지."
2008년에 개봉한 영화 <크로싱>은 탈북자 가족의 실화를 영화화했습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의형제>는 전직 국정원 직원과 전직 남파 공작원이 각각 국가에게 버림 받고 다시 만나 우정을 쌓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두 주인공의 관계는 의형제로 발전하지만 북한은 적대적으로 그려져 영화 전체에 변화된 시대 분위기가 스며있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군인들이 한 데 모여 함께 월드컵을 응원한다는 설정의 <꿈은 이루어진다>는 천안함 사태에 따라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되면서 초라한 흥행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습니다.
6.25 전쟁 때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담은 <포화 속으로>는 인민군과 국군의 실감나는 전쟁 장면으로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기획을 마친 <연평해전>이 제작에 들어가지 못하는 등 북한 소재 영화는 반년 넘게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60년 동안 한국영화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냈습니다.
<인터뷰>강유정(영화평론가) : "남북관계 분위기가 경색된다거나 아니면 조금은 주적 개념이 강조된다면 이런 영화들보다는 좀 더 고전적인 남북관계의 긴장관계를 강조하게 나올 수밖에 없죠. 아무래도 남북관계이다 보니까. 미완의 문제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영화는 시대를 비춰주는 창입니다.
지난 60년 동안 한국영화에는 남북관계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져 왔는데요.
다가올 새해에는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북한을 소재로 하는 영화도 많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연말연시면 극장가에 새 영화들이 쏟아지는데요.
한때 북한을 소재로 하는 영화가 참 많이 나왔는데 요즘은 좀 뜸해졌습니다.
한국영화를 보면 그 시대의 남북관계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요.
영화 속 남과 북의 모습을 <남북의 창>에서 취재했습니다.
똘이장군, JSA, 웰컴 투 동막골, 의형제
이 영화들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아시나요?
바로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북한은 늘 한국영화의 단골 소재였습니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져왔는데요.
관객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녹취> "나는 이런 짐승 같은 산 생활 정말 싫증났어." "귀순만 하면 목숨이야 살려주겠죠."
6.25 전쟁 직후 지리산에 남은 빨치산들을 다룬 영화 <피아골>
북한군과 전투에서 해병대의 용맹성을 보여준 <돌아오지 않는 해병>.
반공이 국시이던 시절 정부는 영화사에 의무 제작편수까지 할당했고, 반공영화는 흥행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며 전성시대를 맞았습니다.
대종상도 1966년부터 1987년까지 ‘반공영화상’ 부문 시상을 했을 정도입니다.
<녹취> "최우수 반공영화상 부문의 시상이 되겠습니다."
<녹취> "이 어린 것이 무엇을 아느냐. 사상을 아느냐, 미움을 아느냐. 피, 피 밖에는 없어. 이것이 공산주의냐?"
제6회 대종상에서 우수반공영화상을 수상한 <돌무지>는 북한정권에 항거하는 황해도 돌무지 마을 주민들의 투쟁을 담았습니다.
반공의식은 어린이용 만화영화에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우리는 천성이 너무 고약해~"
김일성은 돼지, 북한군은 늑대로 등장해서 굶주리는 인민을 괴롭히는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녹취> "아이고머니나. 아니 이걸 가지고 다섯 식구 아침밥도 안돼요. 조금만 더 주세요. 네?" "여성동무 그것도 말이라고 해? 운이 좋은 줄 알라고. 오늘은 그만!"
<인터뷰>이경옥(47/서울 상도동) : "그 때는 어렸을 때니까 무조건 안 좋고 나쁘고 우리한테 위협적이고 이렇게 받아들였었죠."
영화 속 북한의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1990년대 말이었습니다.
1998년에 개봉된 <쉬리>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북한 사람을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냈습니다.
<녹취> 박무영: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조국을 등질 생각이라면 여기서 끝내.
<녹취> 이명현: 잠시 어리석은 혼돈을 했었죠. 이명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결국 돌아온 건 자신의 남자를 저격해야 되는 이방희라는 사실이었죠.
남한 정보국 직원과 북한 공작원 사이의 사랑은 분단과 이념의 장벽에 가로막혀 비극적인 결말을 맞습니다.
<쉬리>의 흥행성공으로 북한을 다룬 영화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내용 역시 이념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녹취> "간첩들 다 잡아 죽여야 되는디 내가 통 시간이 없어요."
북한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남파된 간첩 리철진은 강도에게 가방을 뺏길 정도로 허점투성이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을 다룬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작품입니다.
<녹취> "거 잘 왔습니다. 분단의 반세기, 그 오욕과 고통의 세월을 뛰어넘어 통일의 물꼬를 트러 오신 이수혁 상병 동지를 열렬히 환영합니다!"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속의 남북한 군인들이 우정을 나누는 ’같은 민족’으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냉전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남북문제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들이 줄지어 나왔고 이 영화들은 관객동원 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우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녹취> "근데 있잖아요. 쟈들하고 친구나?"
전쟁도 피해간 산골마을 동막골.
전쟁을 벌이던 남북한의 군인들이 순수의 공간에서 맞닥뜨립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남북한 군인들이 마음이 통하는 친구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웰컴 투 동막골>은 전쟁영화는 곧 반공영화라는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뜨렸습니다.
남북한의 화합과 공존을 강조한 영화들이 시대의 흐름과 맞물려 작품성과 흥행, 모두 성공을 거두자, ‘북한’이라는 소재는 흥행코드로까지 자리 잡았습니다.
<인터뷰>강유정(영화평론가) : "과거에는 이렇게 영화화하기에 어려웠던 그리고 마음의 상처가 있었던 문제로 다뤄졌다면 강제규 감독의 쉬리 이후의 이런 영화들은 대중적 문법으로 접근하고 있는데요. 역사적 책임감이나 무게감에서 멀어졌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북한의 비참한 현실을 다룬 영화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녹취> "진짜 중국 가자, 우리." "그냥 앉아서 굶어죽는 것보단 낫지."
2008년에 개봉한 영화 <크로싱>은 탈북자 가족의 실화를 영화화했습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의형제>는 전직 국정원 직원과 전직 남파 공작원이 각각 국가에게 버림 받고 다시 만나 우정을 쌓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두 주인공의 관계는 의형제로 발전하지만 북한은 적대적으로 그려져 영화 전체에 변화된 시대 분위기가 스며있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군인들이 한 데 모여 함께 월드컵을 응원한다는 설정의 <꿈은 이루어진다>는 천안함 사태에 따라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되면서 초라한 흥행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습니다.
6.25 전쟁 때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담은 <포화 속으로>는 인민군과 국군의 실감나는 전쟁 장면으로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기획을 마친 <연평해전>이 제작에 들어가지 못하는 등 북한 소재 영화는 반년 넘게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60년 동안 한국영화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냈습니다.
<인터뷰>강유정(영화평론가) : "남북관계 분위기가 경색된다거나 아니면 조금은 주적 개념이 강조된다면 이런 영화들보다는 좀 더 고전적인 남북관계의 긴장관계를 강조하게 나올 수밖에 없죠. 아무래도 남북관계이다 보니까. 미완의 문제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영화는 시대를 비춰주는 창입니다.
지난 60년 동안 한국영화에는 남북관계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져 왔는데요.
다가올 새해에는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북한을 소재로 하는 영화도 많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송년기획 ‘영화 속 南과 北’
-
- 입력 2010-12-25 09:48:09
남북의 창이 송년기획으로 마련한 순서입니다.
연말연시면 극장가에 새 영화들이 쏟아지는데요.
한때 북한을 소재로 하는 영화가 참 많이 나왔는데 요즘은 좀 뜸해졌습니다.
한국영화를 보면 그 시대의 남북관계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요.
영화 속 남과 북의 모습을 <남북의 창>에서 취재했습니다.
똘이장군, JSA, 웰컴 투 동막골, 의형제
이 영화들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아시나요?
바로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북한은 늘 한국영화의 단골 소재였습니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져왔는데요.
관객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녹취> "나는 이런 짐승 같은 산 생활 정말 싫증났어." "귀순만 하면 목숨이야 살려주겠죠."
6.25 전쟁 직후 지리산에 남은 빨치산들을 다룬 영화 <피아골>
북한군과 전투에서 해병대의 용맹성을 보여준 <돌아오지 않는 해병>.
반공이 국시이던 시절 정부는 영화사에 의무 제작편수까지 할당했고, 반공영화는 흥행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며 전성시대를 맞았습니다.
대종상도 1966년부터 1987년까지 ‘반공영화상’ 부문 시상을 했을 정도입니다.
<녹취> "최우수 반공영화상 부문의 시상이 되겠습니다."
<녹취> "이 어린 것이 무엇을 아느냐. 사상을 아느냐, 미움을 아느냐. 피, 피 밖에는 없어. 이것이 공산주의냐?"
제6회 대종상에서 우수반공영화상을 수상한 <돌무지>는 북한정권에 항거하는 황해도 돌무지 마을 주민들의 투쟁을 담았습니다.
반공의식은 어린이용 만화영화에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우리는 천성이 너무 고약해~"
김일성은 돼지, 북한군은 늑대로 등장해서 굶주리는 인민을 괴롭히는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녹취> "아이고머니나. 아니 이걸 가지고 다섯 식구 아침밥도 안돼요. 조금만 더 주세요. 네?" "여성동무 그것도 말이라고 해? 운이 좋은 줄 알라고. 오늘은 그만!"
<인터뷰>이경옥(47/서울 상도동) : "그 때는 어렸을 때니까 무조건 안 좋고 나쁘고 우리한테 위협적이고 이렇게 받아들였었죠."
영화 속 북한의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1990년대 말이었습니다.
1998년에 개봉된 <쉬리>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북한 사람을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냈습니다.
<녹취> 박무영: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조국을 등질 생각이라면 여기서 끝내.
<녹취> 이명현: 잠시 어리석은 혼돈을 했었죠. 이명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결국 돌아온 건 자신의 남자를 저격해야 되는 이방희라는 사실이었죠.
남한 정보국 직원과 북한 공작원 사이의 사랑은 분단과 이념의 장벽에 가로막혀 비극적인 결말을 맞습니다.
<쉬리>의 흥행성공으로 북한을 다룬 영화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내용 역시 이념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녹취> "간첩들 다 잡아 죽여야 되는디 내가 통 시간이 없어요."
북한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남파된 간첩 리철진은 강도에게 가방을 뺏길 정도로 허점투성이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을 다룬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작품입니다.
<녹취> "거 잘 왔습니다. 분단의 반세기, 그 오욕과 고통의 세월을 뛰어넘어 통일의 물꼬를 트러 오신 이수혁 상병 동지를 열렬히 환영합니다!"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속의 남북한 군인들이 우정을 나누는 ’같은 민족’으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냉전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남북문제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들이 줄지어 나왔고 이 영화들은 관객동원 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우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녹취> "근데 있잖아요. 쟈들하고 친구나?"
전쟁도 피해간 산골마을 동막골.
전쟁을 벌이던 남북한의 군인들이 순수의 공간에서 맞닥뜨립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남북한 군인들이 마음이 통하는 친구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웰컴 투 동막골>은 전쟁영화는 곧 반공영화라는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뜨렸습니다.
남북한의 화합과 공존을 강조한 영화들이 시대의 흐름과 맞물려 작품성과 흥행, 모두 성공을 거두자, ‘북한’이라는 소재는 흥행코드로까지 자리 잡았습니다.
<인터뷰>강유정(영화평론가) : "과거에는 이렇게 영화화하기에 어려웠던 그리고 마음의 상처가 있었던 문제로 다뤄졌다면 강제규 감독의 쉬리 이후의 이런 영화들은 대중적 문법으로 접근하고 있는데요. 역사적 책임감이나 무게감에서 멀어졌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북한의 비참한 현실을 다룬 영화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녹취> "진짜 중국 가자, 우리." "그냥 앉아서 굶어죽는 것보단 낫지."
2008년에 개봉한 영화 <크로싱>은 탈북자 가족의 실화를 영화화했습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의형제>는 전직 국정원 직원과 전직 남파 공작원이 각각 국가에게 버림 받고 다시 만나 우정을 쌓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두 주인공의 관계는 의형제로 발전하지만 북한은 적대적으로 그려져 영화 전체에 변화된 시대 분위기가 스며있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군인들이 한 데 모여 함께 월드컵을 응원한다는 설정의 <꿈은 이루어진다>는 천안함 사태에 따라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되면서 초라한 흥행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습니다.
6.25 전쟁 때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담은 <포화 속으로>는 인민군과 국군의 실감나는 전쟁 장면으로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기획을 마친 <연평해전>이 제작에 들어가지 못하는 등 북한 소재 영화는 반년 넘게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60년 동안 한국영화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냈습니다.
<인터뷰>강유정(영화평론가) : "남북관계 분위기가 경색된다거나 아니면 조금은 주적 개념이 강조된다면 이런 영화들보다는 좀 더 고전적인 남북관계의 긴장관계를 강조하게 나올 수밖에 없죠. 아무래도 남북관계이다 보니까. 미완의 문제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영화는 시대를 비춰주는 창입니다.
지난 60년 동안 한국영화에는 남북관계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져 왔는데요.
다가올 새해에는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북한을 소재로 하는 영화도 많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연말연시면 극장가에 새 영화들이 쏟아지는데요.
한때 북한을 소재로 하는 영화가 참 많이 나왔는데 요즘은 좀 뜸해졌습니다.
한국영화를 보면 그 시대의 남북관계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요.
영화 속 남과 북의 모습을 <남북의 창>에서 취재했습니다.
똘이장군, JSA, 웰컴 투 동막골, 의형제
이 영화들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아시나요?
바로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북한은 늘 한국영화의 단골 소재였습니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져왔는데요.
관객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녹취> "나는 이런 짐승 같은 산 생활 정말 싫증났어." "귀순만 하면 목숨이야 살려주겠죠."
6.25 전쟁 직후 지리산에 남은 빨치산들을 다룬 영화 <피아골>
북한군과 전투에서 해병대의 용맹성을 보여준 <돌아오지 않는 해병>.
반공이 국시이던 시절 정부는 영화사에 의무 제작편수까지 할당했고, 반공영화는 흥행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며 전성시대를 맞았습니다.
대종상도 1966년부터 1987년까지 ‘반공영화상’ 부문 시상을 했을 정도입니다.
<녹취> "최우수 반공영화상 부문의 시상이 되겠습니다."
<녹취> "이 어린 것이 무엇을 아느냐. 사상을 아느냐, 미움을 아느냐. 피, 피 밖에는 없어. 이것이 공산주의냐?"
제6회 대종상에서 우수반공영화상을 수상한 <돌무지>는 북한정권에 항거하는 황해도 돌무지 마을 주민들의 투쟁을 담았습니다.
반공의식은 어린이용 만화영화에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우리는 천성이 너무 고약해~"
김일성은 돼지, 북한군은 늑대로 등장해서 굶주리는 인민을 괴롭히는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녹취> "아이고머니나. 아니 이걸 가지고 다섯 식구 아침밥도 안돼요. 조금만 더 주세요. 네?" "여성동무 그것도 말이라고 해? 운이 좋은 줄 알라고. 오늘은 그만!"
<인터뷰>이경옥(47/서울 상도동) : "그 때는 어렸을 때니까 무조건 안 좋고 나쁘고 우리한테 위협적이고 이렇게 받아들였었죠."
영화 속 북한의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1990년대 말이었습니다.
1998년에 개봉된 <쉬리>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북한 사람을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냈습니다.
<녹취> 박무영: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조국을 등질 생각이라면 여기서 끝내.
<녹취> 이명현: 잠시 어리석은 혼돈을 했었죠. 이명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결국 돌아온 건 자신의 남자를 저격해야 되는 이방희라는 사실이었죠.
남한 정보국 직원과 북한 공작원 사이의 사랑은 분단과 이념의 장벽에 가로막혀 비극적인 결말을 맞습니다.
<쉬리>의 흥행성공으로 북한을 다룬 영화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내용 역시 이념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녹취> "간첩들 다 잡아 죽여야 되는디 내가 통 시간이 없어요."
북한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남파된 간첩 리철진은 강도에게 가방을 뺏길 정도로 허점투성이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을 다룬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작품입니다.
<녹취> "거 잘 왔습니다. 분단의 반세기, 그 오욕과 고통의 세월을 뛰어넘어 통일의 물꼬를 트러 오신 이수혁 상병 동지를 열렬히 환영합니다!"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속의 남북한 군인들이 우정을 나누는 ’같은 민족’으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냉전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남북문제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들이 줄지어 나왔고 이 영화들은 관객동원 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우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녹취> "근데 있잖아요. 쟈들하고 친구나?"
전쟁도 피해간 산골마을 동막골.
전쟁을 벌이던 남북한의 군인들이 순수의 공간에서 맞닥뜨립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남북한 군인들이 마음이 통하는 친구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웰컴 투 동막골>은 전쟁영화는 곧 반공영화라는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뜨렸습니다.
남북한의 화합과 공존을 강조한 영화들이 시대의 흐름과 맞물려 작품성과 흥행, 모두 성공을 거두자, ‘북한’이라는 소재는 흥행코드로까지 자리 잡았습니다.
<인터뷰>강유정(영화평론가) : "과거에는 이렇게 영화화하기에 어려웠던 그리고 마음의 상처가 있었던 문제로 다뤄졌다면 강제규 감독의 쉬리 이후의 이런 영화들은 대중적 문법으로 접근하고 있는데요. 역사적 책임감이나 무게감에서 멀어졌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북한의 비참한 현실을 다룬 영화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녹취> "진짜 중국 가자, 우리." "그냥 앉아서 굶어죽는 것보단 낫지."
2008년에 개봉한 영화 <크로싱>은 탈북자 가족의 실화를 영화화했습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의형제>는 전직 국정원 직원과 전직 남파 공작원이 각각 국가에게 버림 받고 다시 만나 우정을 쌓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두 주인공의 관계는 의형제로 발전하지만 북한은 적대적으로 그려져 영화 전체에 변화된 시대 분위기가 스며있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군인들이 한 데 모여 함께 월드컵을 응원한다는 설정의 <꿈은 이루어진다>는 천안함 사태에 따라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되면서 초라한 흥행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습니다.
6.25 전쟁 때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담은 <포화 속으로>는 인민군과 국군의 실감나는 전쟁 장면으로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기획을 마친 <연평해전>이 제작에 들어가지 못하는 등 북한 소재 영화는 반년 넘게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60년 동안 한국영화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냈습니다.
<인터뷰>강유정(영화평론가) : "남북관계 분위기가 경색된다거나 아니면 조금은 주적 개념이 강조된다면 이런 영화들보다는 좀 더 고전적인 남북관계의 긴장관계를 강조하게 나올 수밖에 없죠. 아무래도 남북관계이다 보니까. 미완의 문제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영화는 시대를 비춰주는 창입니다.
지난 60년 동안 한국영화에는 남북관계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져 왔는데요.
다가올 새해에는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북한을 소재로 하는 영화도 많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