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준비된 전술’ V리그 통했다

입력 2010.12.28 (11:20) 수정 2010.12.2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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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개막 7연승을 내달리면서 신영철(46) 감독의 철저하게 '준비하는 지도력'도 빛을 보고 있다.



지난해 코치로 대한항공에 들어와 시즌 중반부터 감독대행을 맡아 사령탑 역할을 해 온 신 감독은 어수선하던 팀 분위기를 다잡아 10연승을 일구면서 지도력을 인정받고 정식 감독으로 승격됐다.



끝내 아쉬운 3위에 머물면서 첫 시즌을 마친 신 감독은 2010~2011시즌을 앞두고 팀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해 판을 새로 짰다.



라이트로 뛰던 김학민을 레프트로 돌리면서 기존 주전 레프트 신영수와 코트에서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신 감독이 준비한 새 골격이었다.



여기에 지난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은 새내기 곽승석이 곧장 주전으로 뛸 수 있도록 준비시켰고, 리베로 김주완을 레프트로 교체 출장시켜 수비력을 강화하겠다는 전술도 미리 수립해 놓았다.



신 감독은 "우리가 가진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는데,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틀을 만들고자 일찍부터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꼼꼼히 준비한 전술은 정규리그에서 절묘하게 맞아들어갔다.



곽승석은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팀을 안정시켰고, 수비 부담을 턴 김학민은 특유의 고공 강타를 마음껏 펼쳐 라이트 에반 페이텍과 '찰떡 호흡'을 이뤘다.



날이 갈수록 위력을 더하는 외국인 공격수 에반 역시 세심한 준비의 결과물이다.



대한항공은 예전에도 해외에서 명성이 높은 선수들을 여럿 데려왔지만 용병 농사에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브라질 출신 선수를 미리 뽑았다가 컵대회에서 실망스런 성적을 거뒀다.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신 감독은 서두르지 않고 전지훈련지에서 에반을 연습 경기에 출전시키면서 꼼꼼히 살핀 끝에 발탁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록만 살피거나 비디오 정도만 확인하고 뽑는 경우가 잦았는데, 올해에는 감독님이 직접 실력을 확인하고 데려와 더 쉽게 적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또 여름부터 선수들에게 강도 높은 수비 훈련을 치르도록 해 시즌을 대비했다.



모든 배구 지도자들이 '수비 강화'를 부르짖지만, 실제로 선수들의 기본기를 다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재미없는 반복 훈련을 거듭하려면 선수들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여야 한다.



신 감독은 "1주일에 한 차례씩 미팅을 열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생각하는 배구'를 하도록 유도했다. '나는 도와주는 사람일 뿐, 경기는 너희가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율적으로 마음을 다잡는 분위기를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착해서 감독의 말을 잘 따라주는 것 같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공은 다른 이들에게 돌렸다.



신 감독은 사실 LG화재(LIG손해보험의 전신) 감독으로 재직하던 2005년 '선수 구타' 파문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한때 선수들의 신뢰를 잃고 팬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은 일도 있다.



그러나 당시의 일을 반성의 계기로 삼았고, 야인 생활을 거치면서 더욱 원숙한 지도력을 갈고 닦고자 절치부심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가끔 '그때 겪었던 일이 약이 된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신다. 지금은 차분하게 가르치면서 선수들 사이에서도 깊은 신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신 감독은 "언젠가는 하향 곡선을 그릴 날이 올 것이다. 그때 위기를 잘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지금부터 선수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면서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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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12-28 11:20:25
    • 수정2010-12-29 09:29:24
    연합뉴스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개막 7연승을 내달리면서 신영철(46) 감독의 철저하게 '준비하는 지도력'도 빛을 보고 있다.

지난해 코치로 대한항공에 들어와 시즌 중반부터 감독대행을 맡아 사령탑 역할을 해 온 신 감독은 어수선하던 팀 분위기를 다잡아 10연승을 일구면서 지도력을 인정받고 정식 감독으로 승격됐다.

끝내 아쉬운 3위에 머물면서 첫 시즌을 마친 신 감독은 2010~2011시즌을 앞두고 팀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해 판을 새로 짰다.

라이트로 뛰던 김학민을 레프트로 돌리면서 기존 주전 레프트 신영수와 코트에서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신 감독이 준비한 새 골격이었다.

여기에 지난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은 새내기 곽승석이 곧장 주전으로 뛸 수 있도록 준비시켰고, 리베로 김주완을 레프트로 교체 출장시켜 수비력을 강화하겠다는 전술도 미리 수립해 놓았다.

신 감독은 "우리가 가진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는데,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틀을 만들고자 일찍부터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꼼꼼히 준비한 전술은 정규리그에서 절묘하게 맞아들어갔다.

곽승석은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팀을 안정시켰고, 수비 부담을 턴 김학민은 특유의 고공 강타를 마음껏 펼쳐 라이트 에반 페이텍과 '찰떡 호흡'을 이뤘다.

날이 갈수록 위력을 더하는 외국인 공격수 에반 역시 세심한 준비의 결과물이다.

대한항공은 예전에도 해외에서 명성이 높은 선수들을 여럿 데려왔지만 용병 농사에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브라질 출신 선수를 미리 뽑았다가 컵대회에서 실망스런 성적을 거뒀다.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신 감독은 서두르지 않고 전지훈련지에서 에반을 연습 경기에 출전시키면서 꼼꼼히 살핀 끝에 발탁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록만 살피거나 비디오 정도만 확인하고 뽑는 경우가 잦았는데, 올해에는 감독님이 직접 실력을 확인하고 데려와 더 쉽게 적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또 여름부터 선수들에게 강도 높은 수비 훈련을 치르도록 해 시즌을 대비했다.

모든 배구 지도자들이 '수비 강화'를 부르짖지만, 실제로 선수들의 기본기를 다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재미없는 반복 훈련을 거듭하려면 선수들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여야 한다.

신 감독은 "1주일에 한 차례씩 미팅을 열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생각하는 배구'를 하도록 유도했다. '나는 도와주는 사람일 뿐, 경기는 너희가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율적으로 마음을 다잡는 분위기를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착해서 감독의 말을 잘 따라주는 것 같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공은 다른 이들에게 돌렸다.

신 감독은 사실 LG화재(LIG손해보험의 전신) 감독으로 재직하던 2005년 '선수 구타' 파문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한때 선수들의 신뢰를 잃고 팬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은 일도 있다.

그러나 당시의 일을 반성의 계기로 삼았고, 야인 생활을 거치면서 더욱 원숙한 지도력을 갈고 닦고자 절치부심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가끔 '그때 겪었던 일이 약이 된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신다. 지금은 차분하게 가르치면서 선수들 사이에서도 깊은 신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신 감독은 "언젠가는 하향 곡선을 그릴 날이 올 것이다. 그때 위기를 잘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지금부터 선수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면서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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