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 나 몰라’…비교되는 전직 대통령들

입력 2011.01.0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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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직도 거액의 추징금을 내지 않은 전직 국가원수들이 새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6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1천672억여원, 노태우 전 대통령은 284억여원의 추징금을 각각 미납한 상태다. 두 사람은 90년대 중반 세상을 놀라게 한 천문학적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전 전 대통령은 1996년 뇌물수수와 군 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과 함께 2천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으나 14년 동안 변제한 금액은 전체 추징금의 24%에 해당하는 533억여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전 전 대통령은 2003년 검찰이 재산 내역을 공개해달라는 재산명시 신청을 내자 법정에서 `예금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고 주장해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그는 또 추징금 시효 만료를 앞둔 지난해 10월11일 `강연으로 소득이 발생했다'며 미납액 중 고작 300만원만 검찰에 납부해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추징 시효는 선고 뒤 3년으로 만료 전에 한 푼이라도 내면 납부 또는 징수 시점으로부터 3년이 자동 연장되는데, 검찰이 시효를 연장하려고 적극적으로 강제 징수조치를 취할 것에 대비해 소액만 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던 것.

1997년 2천628억여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노 전 대통령은 전체 금액의 89.2%인 2천344억여원을 납부하거나 징수당하기는 했지만 10년이 넘도록 적지 않은 미납액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전 전 대통령과 큰 차이가 없다.

작년 7월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모교인 경북여고 역사관 건립기금으로 5천만원을 내놓자 `부인의 모교에 기탁할 돈이 있으면 추징금이나 내라'는 시민사회의 비난이 쏟아진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 등이 본인 명의의 재산을 가진 게 없어 빼돌린 돈을 찾아야 하는데 추적이 쉽지 않다. 포기하지 않고 재산을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에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사회 환원 발표까지 나온 마당에 강제징수를 당할 때까지 버티지 말고 지금이라도 추징금 미납액을 스스로 내는 것만이 조금이라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지키는 길이라는 목소리가 어느때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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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징금 나 몰라’…비교되는 전직 대통령들
    • 입력 2011-01-06 09:43:21
    연합뉴스
새해 벽두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직도 거액의 추징금을 내지 않은 전직 국가원수들이 새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6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1천672억여원, 노태우 전 대통령은 284억여원의 추징금을 각각 미납한 상태다. 두 사람은 90년대 중반 세상을 놀라게 한 천문학적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전 전 대통령은 1996년 뇌물수수와 군 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과 함께 2천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으나 14년 동안 변제한 금액은 전체 추징금의 24%에 해당하는 533억여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전 전 대통령은 2003년 검찰이 재산 내역을 공개해달라는 재산명시 신청을 내자 법정에서 `예금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고 주장해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그는 또 추징금 시효 만료를 앞둔 지난해 10월11일 `강연으로 소득이 발생했다'며 미납액 중 고작 300만원만 검찰에 납부해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추징 시효는 선고 뒤 3년으로 만료 전에 한 푼이라도 내면 납부 또는 징수 시점으로부터 3년이 자동 연장되는데, 검찰이 시효를 연장하려고 적극적으로 강제 징수조치를 취할 것에 대비해 소액만 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던 것. 1997년 2천628억여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노 전 대통령은 전체 금액의 89.2%인 2천344억여원을 납부하거나 징수당하기는 했지만 10년이 넘도록 적지 않은 미납액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전 전 대통령과 큰 차이가 없다. 작년 7월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모교인 경북여고 역사관 건립기금으로 5천만원을 내놓자 `부인의 모교에 기탁할 돈이 있으면 추징금이나 내라'는 시민사회의 비난이 쏟아진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 등이 본인 명의의 재산을 가진 게 없어 빼돌린 돈을 찾아야 하는데 추적이 쉽지 않다. 포기하지 않고 재산을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에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사회 환원 발표까지 나온 마당에 강제징수를 당할 때까지 버티지 말고 지금이라도 추징금 미납액을 스스로 내는 것만이 조금이라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지키는 길이라는 목소리가 어느때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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