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16년 아성 ‘중동 돌풍에 쓴잔’

입력 2011.01.06 (19:07) 수정 2011.01.0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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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60.사진 오른쪽)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6일 치러진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였던 서아시아 국가들의 결집을 막지 못하고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자신이 진두지휘했던 2022년 월드컵 유치전에서 카타르에 패하면서 중동세의 급성장을 절감했던 정몽준 부회장은 한 달여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다시 한번 중동 국가들의 견제를 뚫지 못하고 지난 16년간 이어온 FIFA 부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정 부회장은 4선에 성공했던 2007년에는 단일 후보로 나와 큰 힘을 들이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요르단의 알리 빈 알 후세인(36.사진 왼쪽) 왕자가 입후보해 경선을 치러야 했다.

정 부회장이 지난 16년간 FIFA 부회장으로서 아시아 축구 발전에 이바지해 온 터라 알리 왕자는 경쟁 상대가 안 돼 보였다.

정몽준 부회장 선거캠프에서도 `중동의 모랫바람'에 대한 우려에 대해 요르단처럼 쿠웨이트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왕정국가들끼리 결속력이 강하지만, 그 외 중동 국가들까지 모두 알리 왕자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알리 왕자가 중동 국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선거전을 치러나가면서 정 부회장 측에서는 끝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정 부회장 자신도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를 여러 번 해봤다. 모든 선거가 다 어렵지만, 이번 선거를 보면 `이런 선거가 다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을 정도였다.

알리 왕자는 요르단축구협회장과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회장을 맡고 있다.

WAFF에는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에 이란까지 13개 나라가 가입돼 있다.

알리 왕자는 아랍축구연맹(UAFA)의 공개적 지지까지 받았다. 한때 정몽준 부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다가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협력 관계로 돌아섰던 모하메드 빈 함맘 AFC 회장도 카타르 출신인데다 그의 무시 못할 영향력 때문에 정 부회장으로서는 신경이 쓰였다.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 쿠웨이트 출신 셰이크 아흐마드 알 파하드 알 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의장은 물론 제프 블래터 FIFA 회장까지 알리 왕자를 돕는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오는 6월1일 치러지는 FIFA 회장 선거에서 연임을 노리는 블래터 회장이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정 부회장 대신 알리 왕자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이 FIFA 회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공식화한 적은 없다.

하지만 AP통신이 이날 투표에 앞서 `알리 왕자의 승리는 블래터 회장에 도전할지도 모르는 정 부회장의 꿈을 끝낼 수도 있다'고 보도할 만큼 이번 선거 결과는 앞으로 FIFA 내 권력 구도에 적지않은 파장을 가져올 수 있었다.

투표함을 연 결과 정 부회장은 20표를 얻어 25표의 알리 왕자에 5표나 뒤졌다.

알리 왕자는 서아시아 국가는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표를 쓸어담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 부회장이 지신의 것으로 생각했던 표에서도 이탈이 생긴 셈이라 정 부회장에게는 상처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정 부회장은 자신의 우려대로 아시아에서 FIFA를 대표하는 중요한 두 자리인 AFC 회장과 FIFA 부회장 자리를 모두 중동 국가가 가져가 아시아축구의 균형이 무너지는 일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함맘 회장은 이번에 단독 후보로 나서 손쉽게 아시아 축구의 수장 자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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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준 16년 아성 ‘중동 돌풍에 쓴잔’
    • 입력 2011-01-06 19:07:08
    • 수정2011-01-06 19:24:18
    연합뉴스
정몽준(60.사진 오른쪽)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6일 치러진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였던 서아시아 국가들의 결집을 막지 못하고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자신이 진두지휘했던 2022년 월드컵 유치전에서 카타르에 패하면서 중동세의 급성장을 절감했던 정몽준 부회장은 한 달여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다시 한번 중동 국가들의 견제를 뚫지 못하고 지난 16년간 이어온 FIFA 부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정 부회장은 4선에 성공했던 2007년에는 단일 후보로 나와 큰 힘을 들이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요르단의 알리 빈 알 후세인(36.사진 왼쪽) 왕자가 입후보해 경선을 치러야 했다. 정 부회장이 지난 16년간 FIFA 부회장으로서 아시아 축구 발전에 이바지해 온 터라 알리 왕자는 경쟁 상대가 안 돼 보였다. 정몽준 부회장 선거캠프에서도 `중동의 모랫바람'에 대한 우려에 대해 요르단처럼 쿠웨이트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왕정국가들끼리 결속력이 강하지만, 그 외 중동 국가들까지 모두 알리 왕자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알리 왕자가 중동 국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선거전을 치러나가면서 정 부회장 측에서는 끝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정 부회장 자신도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를 여러 번 해봤다. 모든 선거가 다 어렵지만, 이번 선거를 보면 `이런 선거가 다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을 정도였다. 알리 왕자는 요르단축구협회장과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회장을 맡고 있다. WAFF에는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에 이란까지 13개 나라가 가입돼 있다. 알리 왕자는 아랍축구연맹(UAFA)의 공개적 지지까지 받았다. 한때 정몽준 부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다가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협력 관계로 돌아섰던 모하메드 빈 함맘 AFC 회장도 카타르 출신인데다 그의 무시 못할 영향력 때문에 정 부회장으로서는 신경이 쓰였다.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 쿠웨이트 출신 셰이크 아흐마드 알 파하드 알 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의장은 물론 제프 블래터 FIFA 회장까지 알리 왕자를 돕는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오는 6월1일 치러지는 FIFA 회장 선거에서 연임을 노리는 블래터 회장이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정 부회장 대신 알리 왕자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이 FIFA 회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공식화한 적은 없다. 하지만 AP통신이 이날 투표에 앞서 `알리 왕자의 승리는 블래터 회장에 도전할지도 모르는 정 부회장의 꿈을 끝낼 수도 있다'고 보도할 만큼 이번 선거 결과는 앞으로 FIFA 내 권력 구도에 적지않은 파장을 가져올 수 있었다. 투표함을 연 결과 정 부회장은 20표를 얻어 25표의 알리 왕자에 5표나 뒤졌다. 알리 왕자는 서아시아 국가는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표를 쓸어담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 부회장이 지신의 것으로 생각했던 표에서도 이탈이 생긴 셈이라 정 부회장에게는 상처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정 부회장은 자신의 우려대로 아시아에서 FIFA를 대표하는 중요한 두 자리인 AFC 회장과 FIFA 부회장 자리를 모두 중동 국가가 가져가 아시아축구의 균형이 무너지는 일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함맘 회장은 이번에 단독 후보로 나서 손쉽게 아시아 축구의 수장 자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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