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축구, 아시안컵서 ‘집단 부진’

입력 2011.01.12 (07:47) 수정 2011.01.1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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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모래 바람'이 예상 밖으로 잔잔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16개 나라 가운데 '중동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 나라는 개최국 카타르를 비롯해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요르단, 바레인,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9개국이다.

그러나 모두 한 경기씩 치른 12일(한국시간) 현재 9개국 가운데 승리를 따낸 것은 시리아, 이란 뿐이다.

그나마도 같은 중동권 나라를 상대로 이겼다. 시리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2-1로, 이란 역시 이라크를 2-1로 제압했다.

1차전에서 승리가 기대됐던 카타르, 쿠웨이트는 나란히 우즈베키스탄과 중국에 0-2로 완패를 당했고 UAE 역시 북한과 득점 없이 비겼다.

카타르까지 비행기로 35분밖에 걸리지 않아 '제2의 홈팀'이나 다름이 없다던 바레인도 한국을 맞아 경기 내내 압도당한 끝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아시안컵에서 번번이 중동권에 일격을 당해 탈락했던 한국으로서는 중동 국가들의 '집단 부진'이 반가울 법도 하다.

대회 개막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 선거에서 주요 자리를 중동이 대거 차지하며 기세를 올린 데다 이번 대회가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어 중동 국가들의 부진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기자회견장에서는 어김없이 '중동권 나라들의 부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

11일 공식 기자회견에 나온 카타르의 브루노 메추 감독은 "기술이나 체력보다는 정신력에서 문제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세네갈의 8강 돌풍을 지휘했던 메추 감독은 이후 주로 중동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와 이곳 정서에 밝다.

메추 감독은 "2개의 큰 대회를 연달아 치르면서 받는 정신적인 압박을 견뎌내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2월 끝난 걸프컵 대회를 치르고 바로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것이 특히 정신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걸프컵에 나온 8개 나라 가운데 이번 아시안컵에도 출전한 6개국 중 쿠웨이트, 바레인, 이라크,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는 첫 경기에서 패했고 UAE도 북한과 0-0으로 비겼다.

메추 감독은 "아시안컵과 걸프컵은 완전히 다른 2개의 대회다. 걸프컵에 나오지 않았던 시리아, 요르단이 1차전에서 좋은 경기를 펼친 것은 그만큼 정신적으로 덜 지쳐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이란에 1-2로 패한 이라크의 독일 출신 볼프강 지드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같은 질문을 받고는 "메추 감독의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실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도 중동 국가는 하나도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아시아 대표는 한국, 북한, 일본, 호주였다.

아시아 축구 실력 자체가 동아시아와 호주 쪽이 앞서가기 시작한 것인지, 아니면 걸프컵 후유증 탓에 생긴 일시적인 현상인지, 그도 아니라면 조별리그 2차전부터 중동 국가들의 반격이 시작될지 이번 대회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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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 축구, 아시안컵서 ‘집단 부진’
    • 입력 2011-01-12 07:47:08
    • 수정2011-01-12 07:51:24
    연합뉴스
제15회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모래 바람'이 예상 밖으로 잔잔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16개 나라 가운데 '중동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 나라는 개최국 카타르를 비롯해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요르단, 바레인,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9개국이다. 그러나 모두 한 경기씩 치른 12일(한국시간) 현재 9개국 가운데 승리를 따낸 것은 시리아, 이란 뿐이다. 그나마도 같은 중동권 나라를 상대로 이겼다. 시리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2-1로, 이란 역시 이라크를 2-1로 제압했다. 1차전에서 승리가 기대됐던 카타르, 쿠웨이트는 나란히 우즈베키스탄과 중국에 0-2로 완패를 당했고 UAE 역시 북한과 득점 없이 비겼다. 카타르까지 비행기로 35분밖에 걸리지 않아 '제2의 홈팀'이나 다름이 없다던 바레인도 한국을 맞아 경기 내내 압도당한 끝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아시안컵에서 번번이 중동권에 일격을 당해 탈락했던 한국으로서는 중동 국가들의 '집단 부진'이 반가울 법도 하다. 대회 개막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 선거에서 주요 자리를 중동이 대거 차지하며 기세를 올린 데다 이번 대회가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어 중동 국가들의 부진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기자회견장에서는 어김없이 '중동권 나라들의 부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 11일 공식 기자회견에 나온 카타르의 브루노 메추 감독은 "기술이나 체력보다는 정신력에서 문제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세네갈의 8강 돌풍을 지휘했던 메추 감독은 이후 주로 중동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와 이곳 정서에 밝다. 메추 감독은 "2개의 큰 대회를 연달아 치르면서 받는 정신적인 압박을 견뎌내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2월 끝난 걸프컵 대회를 치르고 바로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것이 특히 정신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걸프컵에 나온 8개 나라 가운데 이번 아시안컵에도 출전한 6개국 중 쿠웨이트, 바레인, 이라크,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는 첫 경기에서 패했고 UAE도 북한과 0-0으로 비겼다. 메추 감독은 "아시안컵과 걸프컵은 완전히 다른 2개의 대회다. 걸프컵에 나오지 않았던 시리아, 요르단이 1차전에서 좋은 경기를 펼친 것은 그만큼 정신적으로 덜 지쳐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이란에 1-2로 패한 이라크의 독일 출신 볼프강 지드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같은 질문을 받고는 "메추 감독의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실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도 중동 국가는 하나도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아시아 대표는 한국, 북한, 일본, 호주였다. 아시아 축구 실력 자체가 동아시아와 호주 쪽이 앞서가기 시작한 것인지, 아니면 걸프컵 후유증 탓에 생긴 일시적인 현상인지, 그도 아니라면 조별리그 2차전부터 중동 국가들의 반격이 시작될지 이번 대회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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