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전지전능?’…변호사 눈에 비친 판사들

입력 2011.01.1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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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논의중인 변호사를 상대로) 수업하는데 왜 떠느냐. 학교 다닐 때도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지 않았나…"

16일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현)가 발표한 법관 평가 결과에서는 변호사들이 직접 체험한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과 재판진행에서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변호사들이 지적한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는 재판장의 고압적이고 모욕적인 언행이 꼽혔다.

한 변호사는 "재판장이 첫 공판기일부터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씨'나 `님'과 같은 호칭 없이 반말을 쓰고 이름만을 불렀으며 `사람이 인상이 좋아야지 인상이 그렇게 나빠서야 더 볼 것도 없다'는 `막말'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변호사는 피고인이 재판장의 질문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 짜증스러운 얼굴로 `귀가 어둡냐'며 인격 모독적인 말을 하고 반말을 일삼는 등 법관으로서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법관이 상대방 대리인을 10분 동안 나무라고 훈계하는 모습에서는 `법원은 전지전능하며 오판은 있을 수 없다'는 전제가 엿보였다며 당혹감을 드러낸 변호사도 있었다.

부당하게 조정을 강요하고 이에 불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사표시를 노골적으로 했다거나 `판결문이 이미 쓰여 있는데 패소하면 어떻게 할 거냐'며 화해를 강요한 사례도 다수 거론됐다.

재판 진행 중 예단적ㆍ감정적 언어를 사용하거나 선입관 또는 심증을 드러내는 판사의 태도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무죄를 적극적으로 다투고 있음에도 재판장이 수시로 유죄를 암시하는 말을 하거나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등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나는 재판을 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도주 차량을 다루는 사건에서 `도주 맞네'라며 예단, 무죄를 다투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다는 식의 언사를 남발했다"며 "피고인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변호사들은 법관이 사건 당사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쟁점과 관련 법리를 명확히 파악할 때 권위에 승복하고 존경심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평가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내가 100% 패소한 사건이지만, 사건의 장악력, 공정한 진행, 당사자의 주장과 입증을 충분히 인정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해당 법관을 재판 진행의 모범으로 꼽았다.

또 다른 변호사는 "법령에 따라 유죄가 인정될 수밖에 없는 피고인이었는데 재판장이 장시간에 걸쳐 왜 유죄인지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주더라"며 "피고인이 `이런 판사님에게는 죄를 받아도 속이 시원하다'는 찬사를 보낼 정도였다"고 호평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법관에 대한 변호사들의 평가는 사건 승패에 따라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한계가 있다"며 "법원 내부에서도 동료 법관의 모니터링 등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고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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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은 전지전능?’…변호사 눈에 비친 판사들
    • 입력 2011-01-16 17:08:34
    연합뉴스
"(사건을 논의중인 변호사를 상대로) 수업하는데 왜 떠느냐. 학교 다닐 때도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지 않았나…" 16일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현)가 발표한 법관 평가 결과에서는 변호사들이 직접 체험한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과 재판진행에서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변호사들이 지적한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는 재판장의 고압적이고 모욕적인 언행이 꼽혔다. 한 변호사는 "재판장이 첫 공판기일부터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씨'나 `님'과 같은 호칭 없이 반말을 쓰고 이름만을 불렀으며 `사람이 인상이 좋아야지 인상이 그렇게 나빠서야 더 볼 것도 없다'는 `막말'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변호사는 피고인이 재판장의 질문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 짜증스러운 얼굴로 `귀가 어둡냐'며 인격 모독적인 말을 하고 반말을 일삼는 등 법관으로서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법관이 상대방 대리인을 10분 동안 나무라고 훈계하는 모습에서는 `법원은 전지전능하며 오판은 있을 수 없다'는 전제가 엿보였다며 당혹감을 드러낸 변호사도 있었다. 부당하게 조정을 강요하고 이에 불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사표시를 노골적으로 했다거나 `판결문이 이미 쓰여 있는데 패소하면 어떻게 할 거냐'며 화해를 강요한 사례도 다수 거론됐다. 재판 진행 중 예단적ㆍ감정적 언어를 사용하거나 선입관 또는 심증을 드러내는 판사의 태도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무죄를 적극적으로 다투고 있음에도 재판장이 수시로 유죄를 암시하는 말을 하거나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등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나는 재판을 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도주 차량을 다루는 사건에서 `도주 맞네'라며 예단, 무죄를 다투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다는 식의 언사를 남발했다"며 "피고인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변호사들은 법관이 사건 당사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쟁점과 관련 법리를 명확히 파악할 때 권위에 승복하고 존경심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평가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내가 100% 패소한 사건이지만, 사건의 장악력, 공정한 진행, 당사자의 주장과 입증을 충분히 인정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해당 법관을 재판 진행의 모범으로 꼽았다. 또 다른 변호사는 "법령에 따라 유죄가 인정될 수밖에 없는 피고인이었는데 재판장이 장시간에 걸쳐 왜 유죄인지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주더라"며 "피고인이 `이런 판사님에게는 죄를 받아도 속이 시원하다'는 찬사를 보낼 정도였다"고 호평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법관에 대한 변호사들의 평가는 사건 승패에 따라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한계가 있다"며 "법원 내부에서도 동료 법관의 모니터링 등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고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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