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AI로 고향 못간다…바뀐 설 풍속도

입력 2011.01.1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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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마다 형제들과 자식들이 집에 모였는데 올해는 오지 말라고 했어. 아쉬워도 어쩌겠나.."

광주 남구 신장동에서 부인과 함께 소 59마리를 키우는 노동술(55)씨는 19일 "자식들 없는 명절이 벌써부터 암담하다"며 허탈해했다.

각지에 흩어져 사는 노씨의 다섯 형제들과 자식들은 명절 때마다 전남 나주 남평 노씨의 집에 모여 명절을 함께 보냈지만 올해는 뿔뿔이 흩어져 명절을 지내야 할 처지다.

광주에 거주하는 고령의 어머니를 뵌 지도 한 달이 넘었다는 노씨는 휴일마다 부모의 일을 돕기 위해 방문하는 광주에 사는 아들에게도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노씨는 "나처럼 소를 키우고 있는 이웃들도 같은 신세"라며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돌아다니지도 못한 채 축사에 갇혀 명절까지 지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김모(50.광주 북구 운암동)씨도 전남 지역에 퍼진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이번 명절에는 전남 장흥군 장평면 부모님에게 갈 수 없는 처지다.

김씨는 "부모님이 닭 1만마리를 키우고 계신데 이번 명절에는 오지 말라고 간곡하게 당부하셨다"며 "명절도 5일이나 되는데 여섯 형제 모두 각자 명절을 지내게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방역작업에 나선 공무원과 관련 단체 직원들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한 달 이상 신경을 곤두세운데다 전국적인 대이동으로 혹시 방어선이 무너질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렇게 구제역, AI 확산은 고유의 명절 풍속도마저 바꾸고 있다.

전남도는 구제역과 AI 확산을 막기 위해 설 명절에 될 수 있는 대로 귀향을 자제해 줄 것을 전국 호남 향우회에 요청하고 부득이한 귀향객에 대해서는 방역에 적극 협조해 줄 것과 친목모임 자제, 축사출입과 AI 발생지역 방문 금지, 철새 도래지 등에 대한 관광 자제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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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제역·AI로 고향 못간다…바뀐 설 풍속도
    • 입력 2011-01-19 16:46:41
    연합뉴스
"명절 때마다 형제들과 자식들이 집에 모였는데 올해는 오지 말라고 했어. 아쉬워도 어쩌겠나.." 광주 남구 신장동에서 부인과 함께 소 59마리를 키우는 노동술(55)씨는 19일 "자식들 없는 명절이 벌써부터 암담하다"며 허탈해했다. 각지에 흩어져 사는 노씨의 다섯 형제들과 자식들은 명절 때마다 전남 나주 남평 노씨의 집에 모여 명절을 함께 보냈지만 올해는 뿔뿔이 흩어져 명절을 지내야 할 처지다. 광주에 거주하는 고령의 어머니를 뵌 지도 한 달이 넘었다는 노씨는 휴일마다 부모의 일을 돕기 위해 방문하는 광주에 사는 아들에게도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노씨는 "나처럼 소를 키우고 있는 이웃들도 같은 신세"라며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돌아다니지도 못한 채 축사에 갇혀 명절까지 지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김모(50.광주 북구 운암동)씨도 전남 지역에 퍼진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이번 명절에는 전남 장흥군 장평면 부모님에게 갈 수 없는 처지다. 김씨는 "부모님이 닭 1만마리를 키우고 계신데 이번 명절에는 오지 말라고 간곡하게 당부하셨다"며 "명절도 5일이나 되는데 여섯 형제 모두 각자 명절을 지내게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방역작업에 나선 공무원과 관련 단체 직원들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한 달 이상 신경을 곤두세운데다 전국적인 대이동으로 혹시 방어선이 무너질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렇게 구제역, AI 확산은 고유의 명절 풍속도마저 바꾸고 있다. 전남도는 구제역과 AI 확산을 막기 위해 설 명절에 될 수 있는 대로 귀향을 자제해 줄 것을 전국 호남 향우회에 요청하고 부득이한 귀향객에 대해서는 방역에 적극 협조해 줄 것과 친목모임 자제, 축사출입과 AI 발생지역 방문 금지, 철새 도래지 등에 대한 관광 자제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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