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순찰에 지하철역 앞 노숙인 동사

입력 2011.01.1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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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 서울의 한 지하철 역 앞에서 노숙자 한 명이 동사했습니다.

지하철 순찰대도 지나치던 행인들도 이 이웃의 죽음을 막을만큼 따뜻하진 못했습니다.

김연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오늘 새벽 1시, 셔터가 내려진 지하철 역 입구에 한 노숙인이 앉아 있습니다.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진 기온에 추위에 떨던 노숙인은 얇은 헝겊 하나를 덮고 이내 잠이 듭니다.

몇몇 행인이 지나가지만 쓰러져 잠든 노숙인에게 관심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새벽 3시가 다된 시각, 지하철 순찰대가 노숙인을 발견하고 흔들어 깨워봅니다.

노숙인이 몸을 조금 일으키자 몇 마디 말을 하고 그냥 지나갑니다.

<녹취> 지하철 순찰대 : "깨우긴 하는데 일어나고 하시니까 집에 가시나 하고 놔둔 거죠."

두 시간 뒤 50대로 추정되는 이 노숙인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습니다.

<녹취>지하철 역무원 : "(지하철) 운행을 시작해야 하는데 누워 있으니까 미관상 안 좋아서 깨웠는데 이상하니까 (신고 한거죠.)"

지하철 역에서는 출입 통제시간에 노숙인을 밖으로 내보낸다는 방침만 있지, 이후 역 근처에서 자는 노숙인을 어떻게 조처할 지에 대한 지침은 없습니다.

<녹취> 지하철 역 관계자 (음성변조) : "지침은 없고 우리가 매뉴얼이 딱 정해진 건 없어요. 누워 있으면 일단 깨워보죠."

노숙인들의 동사를 막기 위해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한 경찰도 뚜렷한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녹취>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그거는 경찰 지침이 없고, 지자체에서 지침이 있는 거겠죠 뭐..."

엄동설한에 길에서 쓰러져 잠든 노숙인이 숨지기까지 4시간 동안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곁을 지나갔지만, 경찰서나 소방서에 신고 전화를 거는 작은 관심을 보인 사람도 없었습니다.

KBS 뉴스 김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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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심한 순찰에 지하철역 앞 노숙인 동사
    • 입력 2011-01-19 22:15:42
    뉴스 9
<앵커 멘트> 오늘 서울의 한 지하철 역 앞에서 노숙자 한 명이 동사했습니다. 지하철 순찰대도 지나치던 행인들도 이 이웃의 죽음을 막을만큼 따뜻하진 못했습니다. 김연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오늘 새벽 1시, 셔터가 내려진 지하철 역 입구에 한 노숙인이 앉아 있습니다.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진 기온에 추위에 떨던 노숙인은 얇은 헝겊 하나를 덮고 이내 잠이 듭니다. 몇몇 행인이 지나가지만 쓰러져 잠든 노숙인에게 관심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새벽 3시가 다된 시각, 지하철 순찰대가 노숙인을 발견하고 흔들어 깨워봅니다. 노숙인이 몸을 조금 일으키자 몇 마디 말을 하고 그냥 지나갑니다. <녹취> 지하철 순찰대 : "깨우긴 하는데 일어나고 하시니까 집에 가시나 하고 놔둔 거죠." 두 시간 뒤 50대로 추정되는 이 노숙인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습니다. <녹취>지하철 역무원 : "(지하철) 운행을 시작해야 하는데 누워 있으니까 미관상 안 좋아서 깨웠는데 이상하니까 (신고 한거죠.)" 지하철 역에서는 출입 통제시간에 노숙인을 밖으로 내보낸다는 방침만 있지, 이후 역 근처에서 자는 노숙인을 어떻게 조처할 지에 대한 지침은 없습니다. <녹취> 지하철 역 관계자 (음성변조) : "지침은 없고 우리가 매뉴얼이 딱 정해진 건 없어요. 누워 있으면 일단 깨워보죠." 노숙인들의 동사를 막기 위해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한 경찰도 뚜렷한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녹취>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그거는 경찰 지침이 없고, 지자체에서 지침이 있는 거겠죠 뭐..." 엄동설한에 길에서 쓰러져 잠든 노숙인이 숨지기까지 4시간 동안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곁을 지나갔지만, 경찰서나 소방서에 신고 전화를 거는 작은 관심을 보인 사람도 없었습니다. KBS 뉴스 김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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