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빛가람, ‘보은 골’로 황태자 입증

입력 2011.01.23 (04:57) 수정 2011.01.2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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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빛가람(21.경남)이 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으로 가는 가장 큰 고비에서 스승의 기대에 부응하며 `조광래호 황태자'로서 진가를 입증해냈다.

윤빛가람은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카타르 스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대회 8강전에서 후반에 교체투입돼 연장 전반 15분 회심의 왼발 슛으로 고대하던 선제골을 터뜨려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조광래 감독의 첫번째 교체카드로 후반 37분에 구자철 대신 그라운드에 들어선 윤빛가람은 지친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기는 했지만 투입 초반에는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후반 44분에는 골문 앞에서 공을 잡고도 망설이다 슈팅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하지만 피말리는 0-0의 균형이 이어지던 연장 전반 15분도 다 지나갈 찰나, 윤빛가람은 자신에게 돌아온 한차례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페널티 박스 오른쪽 코너 외곽에서 공을 이어받은 윤빛가람은 수비진 2명이 따라붙자 정면을 향해 살짝 끌고 가다 그대로 기습적으로 왼발 슛을 때렸다.

패스를 기대했던 이란 수비수들은 윤빛가람이 기습적으로 때린 슈팅에 손을 쓸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공은 그대로 골대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상대 골키퍼가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려봤지만 미치지 못했다.

대표팀이 전후반 90분 내내 수차례 공격 기회에도 마무리를 해내지 못한 답답함을 한 번에 털어내는 시원한 슈팅이었다.

지친 와중에 고대하던 선제골로 분위기를 끌고 온 한국은 남은 시간 최대한 체력과 집중력을 끌어올려 이란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1-0 승리를 마무리하며 우승을 향한 항해를 계속 할 수 있었다.

이날 경기에 최고 수훈선수가 된 윤빛가람은 스승 조광래 감독의 기대를 100% 이상 만족시키며 `조광래호 황태자' 계보의 적통임을 과시했다.

2007년 한국이 개최한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뛴 유망주인 그는 대학(중앙대) 시절 부상으로 오랜 기간 그라운드를 떠나는 등 시련을 겪다 2009년 말 K-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당시 경남 사령탑인 조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조 감독의 혹독한 조련으로 축구에 새롭게 눈뜬 윤빛가람은 지난 시즌 K리그 정규리그 24경기에서만 6골, 5도움으로 맹활약하며 강력한 경쟁자 지동원(20.전남)을 누르고 신인왕에 올랐다.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조 감독은 지난해 8월 감독 데뷔전인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에서 윤빛가람을 과감히 대표팀에 발탁했고 그는 선제골로 2-1 승리를 견인하며 `조광래호 황태자'라는 별명을 얻는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란과 3-4위 결정전 후반에 교체투입돼 후반 33분 윤빛가람-서정진-박주영으로 이어지며 2-3을 만드는 만회골에 주춧돌을 놓는 등 무르익은 기량을 과시했다.

그리고 스승을 따라 생애 첫 아시안컵 무대를 밟은 그는 한국의 `이란 징크스'를 깨내는 데에 앞장서며 다시 한번 조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윤빛가람의 활약에 경남 시절 엄하기로 유명했던 조 감독도 "사실 윤빛가람을 기용할 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결승골을 넣는 큰일을 해냈다"며 한층 더 성장한 제자의 모습에 흡족해했다.

골을 넣고 바로 조광래 감독에게 달려가 안긴 윤빛가람은 "감독님이 그동안 채찍질을 많이 해줘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나를 분발하게 하려고 그러신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런 감정이 포옹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코칭스태프가 격려를 많이 해줬다. 그런 이야기들을 기억하면서 한 번의 기회를 준비해왔고 오늘 그 기회가 왔다"는 윤빛가람은 "들어가자마자 기회가 한 번 있었는데 슛을 하지 못했다. 동료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하라'고 격려를 해줘 '하나 걸려라' 하는 심정으로 때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일본과 4강을 앞둔 윤빛가람은 "지난해 일본과 A매치를 할 때 좋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자신 있다. 서로 잘 아는 팀이라 근소한 접전이 예상되지만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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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빛가람, ‘보은 골’로 황태자 입증
    • 입력 2011-01-23 04:57:30
    • 수정2011-01-23 07:02:15
    연합뉴스
윤빛가람(21.경남)이 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으로 가는 가장 큰 고비에서 스승의 기대에 부응하며 `조광래호 황태자'로서 진가를 입증해냈다. 윤빛가람은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카타르 스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대회 8강전에서 후반에 교체투입돼 연장 전반 15분 회심의 왼발 슛으로 고대하던 선제골을 터뜨려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조광래 감독의 첫번째 교체카드로 후반 37분에 구자철 대신 그라운드에 들어선 윤빛가람은 지친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기는 했지만 투입 초반에는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후반 44분에는 골문 앞에서 공을 잡고도 망설이다 슈팅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하지만 피말리는 0-0의 균형이 이어지던 연장 전반 15분도 다 지나갈 찰나, 윤빛가람은 자신에게 돌아온 한차례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페널티 박스 오른쪽 코너 외곽에서 공을 이어받은 윤빛가람은 수비진 2명이 따라붙자 정면을 향해 살짝 끌고 가다 그대로 기습적으로 왼발 슛을 때렸다. 패스를 기대했던 이란 수비수들은 윤빛가람이 기습적으로 때린 슈팅에 손을 쓸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공은 그대로 골대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상대 골키퍼가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려봤지만 미치지 못했다. 대표팀이 전후반 90분 내내 수차례 공격 기회에도 마무리를 해내지 못한 답답함을 한 번에 털어내는 시원한 슈팅이었다. 지친 와중에 고대하던 선제골로 분위기를 끌고 온 한국은 남은 시간 최대한 체력과 집중력을 끌어올려 이란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1-0 승리를 마무리하며 우승을 향한 항해를 계속 할 수 있었다. 이날 경기에 최고 수훈선수가 된 윤빛가람은 스승 조광래 감독의 기대를 100% 이상 만족시키며 `조광래호 황태자' 계보의 적통임을 과시했다. 2007년 한국이 개최한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뛴 유망주인 그는 대학(중앙대) 시절 부상으로 오랜 기간 그라운드를 떠나는 등 시련을 겪다 2009년 말 K-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당시 경남 사령탑인 조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조 감독의 혹독한 조련으로 축구에 새롭게 눈뜬 윤빛가람은 지난 시즌 K리그 정규리그 24경기에서만 6골, 5도움으로 맹활약하며 강력한 경쟁자 지동원(20.전남)을 누르고 신인왕에 올랐다.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조 감독은 지난해 8월 감독 데뷔전인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에서 윤빛가람을 과감히 대표팀에 발탁했고 그는 선제골로 2-1 승리를 견인하며 `조광래호 황태자'라는 별명을 얻는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란과 3-4위 결정전 후반에 교체투입돼 후반 33분 윤빛가람-서정진-박주영으로 이어지며 2-3을 만드는 만회골에 주춧돌을 놓는 등 무르익은 기량을 과시했다. 그리고 스승을 따라 생애 첫 아시안컵 무대를 밟은 그는 한국의 `이란 징크스'를 깨내는 데에 앞장서며 다시 한번 조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윤빛가람의 활약에 경남 시절 엄하기로 유명했던 조 감독도 "사실 윤빛가람을 기용할 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결승골을 넣는 큰일을 해냈다"며 한층 더 성장한 제자의 모습에 흡족해했다. 골을 넣고 바로 조광래 감독에게 달려가 안긴 윤빛가람은 "감독님이 그동안 채찍질을 많이 해줘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나를 분발하게 하려고 그러신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런 감정이 포옹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코칭스태프가 격려를 많이 해줬다. 그런 이야기들을 기억하면서 한 번의 기회를 준비해왔고 오늘 그 기회가 왔다"는 윤빛가람은 "들어가자마자 기회가 한 번 있었는데 슛을 하지 못했다. 동료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하라'고 격려를 해줘 '하나 걸려라' 하는 심정으로 때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일본과 4강을 앞둔 윤빛가람은 "지난해 일본과 A매치를 할 때 좋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자신 있다. 서로 잘 아는 팀이라 근소한 접전이 예상되지만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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