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세기의 만남

입력 2011.01.23 (08:58) 수정 2011.02.1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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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 지구촌 최대 뉴스는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소식이었습니다.

국제무대에서는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라이벌이지만, 미국은 극진하기 이를 데 없는 환대를 베풀며 우의를 다졌습니다.

1월 넷째 주 특파원현장보고 먼저 미국 워싱턴으로 갑니다.

세계 최강국 미국과 무서운 기세로 떠오른 중국의 이번 만남은, 국교 정상화를 위한 1979년 덩샤오핑의 미국 방문에 견줄 만큼 주목받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은 각종 현안에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면서도 국제질서의 지도국이라는 자부심을 공유하며 협력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워싱턴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질문> 최규식 특파원, 후진타오 주석이 오늘 미국을 떠났는데요...우선 이번 방미가 갖는 의미부터 한번 짚어 볼까요?

<답변> 네, 이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는 1979년 국교정상화이후 경제성장에 주력했던 중국이 전 세계에 새로운 강자로서의 지위를 널리 알리는 자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냉전체제 붕괴 후 유일강국의 지위를 누려온 미국이 새로 떠오르는 중국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에 세계의 관심이 주목됐습니다.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유달리 이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오바마(미국 대통령) : “서로 밀접히 연결된 세계에서 미중 두 나라가 협력할 때 모든 나라들이 더욱 안전하고 번영할 것입니다.”

사실 지난 한해 미중 관계는 첨예한 갈등의 연속이었습니다. 미국의 타이완 무기판매 문제로 벌어지기 시작한 양국관계는 이후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 이란 제재 문제, 북한의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했습니다. 후진타오 주석의 이번 방미는 미.중간 불편한 관계를 풀고, 중국의 부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씻어내기 위한 자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미중관계를 정상화 시키고 후임자에게 권력을 넘겨준다는 후진타오 주석의 계획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미국의 손님 접대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요... 중국도 대접받은 것 이상으로 화답했죠?

<답변> 미국의 파격적인 예우는 후 주석 도착부터 예고됐다. 바이든 부통령의 공항영접에 이어 첫날 이례적으로 백악관 가족식당 만찬에 후 주석을 초청했습니다. 극진한 예우는 이튿날 밤 국빈만찬에서 절정을 이뤘습니다. 미셸오바마 여사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와 시선을 한눈에 끌었고 핑퐁외교로 미중 국교정상화를 이끌어냈던 헨리 키신저에서부터 중국의 영화배우 청룽까지 양국 주요인사 2백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이 같은 극진한 대우에 후진타오 주석도 대규모 선물보따리를 풀면서 화답했습니다. 보잉사 항공기 2백대 등 4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제품을 수입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산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미국업계의 불만사항들을 수용했습니다.

<질문>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는 것 자체가 성과라고 봐야겠죠?

<답변> 그렇습니다. 중국은 이번 후 주석의 국빈방문을 대대적인 국가홍보의 장으로 활용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은 이번 국빈방문을 통해 떠오르는 중국에 대한 불안감과 우려를 불식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인터뷰>후진타오(중국 국가주석) : “중국은 다른 나라에 군사적 위협이 되거나 군비경쟁을 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결코 패권정책을 펴지도 않을 것입니다.”

후 주석 방문에 때맞춰 뉴욕 맨하탄 중심가에 국가 이미지 홍보를 위한 영상물을 대대적으로 방영했습니다. 후 주석 역시 현안마다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은 분명히 하되 극단적인 대립은 피하는 강온양면 전술을 펴면서 경제는 물론 각종 현안에 대한 미국의 압박을 피해가는 여유를 보였습니다. 중국으로선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면서 자신들의 부상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미국을 달램과 동시에 대내외에 자신감을 과시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질문> 하지만 환율 문제나 중국 인권문제... 이런 핵심 현안을 놓고는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죠?

<답변> 말씀하신대로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현안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중국의 환율이 저평가돼 있다며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후진타오 주석은 환율재조정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속도는 중국의 시간표대로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 하나 관심은 중국이 껄끄러워 하는 인권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였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후진타오 주석은 미중관계가 평등하고 상호존중의 관계여야 한다며 이견을 표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한반도 현안에 대해서도 양측은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질문> 이제 관심은 앞으로 두 나라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점 아니겠습니까?

<답변> 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향후 세계질서가 미국 단일체제에서 미국과 중국의 양극체제 쪽으로 바뀌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1세기 미중관계는 흑백도, 친구도, 경쟁자도 아닌 복잡한 관계라고 솔직한 심경을 피력했습니다. 양국은 앞으로 사안마다 양국이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면서 큰 틀에서는 세계질서를 위해 협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상회담에서 노출된 인권문제, 정치개혁 문제 등 뚜렷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곳곳에서 파열음도 일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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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 세기의 만남
    • 입력 2011-01-23 08:58:41
    • 수정2011-02-14 16:23:4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 지구촌 최대 뉴스는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소식이었습니다. 국제무대에서는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라이벌이지만, 미국은 극진하기 이를 데 없는 환대를 베풀며 우의를 다졌습니다. 1월 넷째 주 특파원현장보고 먼저 미국 워싱턴으로 갑니다. 세계 최강국 미국과 무서운 기세로 떠오른 중국의 이번 만남은, 국교 정상화를 위한 1979년 덩샤오핑의 미국 방문에 견줄 만큼 주목받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은 각종 현안에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면서도 국제질서의 지도국이라는 자부심을 공유하며 협력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워싱턴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질문> 최규식 특파원, 후진타오 주석이 오늘 미국을 떠났는데요...우선 이번 방미가 갖는 의미부터 한번 짚어 볼까요? <답변> 네, 이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는 1979년 국교정상화이후 경제성장에 주력했던 중국이 전 세계에 새로운 강자로서의 지위를 널리 알리는 자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냉전체제 붕괴 후 유일강국의 지위를 누려온 미국이 새로 떠오르는 중국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에 세계의 관심이 주목됐습니다.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유달리 이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오바마(미국 대통령) : “서로 밀접히 연결된 세계에서 미중 두 나라가 협력할 때 모든 나라들이 더욱 안전하고 번영할 것입니다.” 사실 지난 한해 미중 관계는 첨예한 갈등의 연속이었습니다. 미국의 타이완 무기판매 문제로 벌어지기 시작한 양국관계는 이후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 이란 제재 문제, 북한의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했습니다. 후진타오 주석의 이번 방미는 미.중간 불편한 관계를 풀고, 중국의 부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씻어내기 위한 자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미중관계를 정상화 시키고 후임자에게 권력을 넘겨준다는 후진타오 주석의 계획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미국의 손님 접대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요... 중국도 대접받은 것 이상으로 화답했죠? <답변> 미국의 파격적인 예우는 후 주석 도착부터 예고됐다. 바이든 부통령의 공항영접에 이어 첫날 이례적으로 백악관 가족식당 만찬에 후 주석을 초청했습니다. 극진한 예우는 이튿날 밤 국빈만찬에서 절정을 이뤘습니다. 미셸오바마 여사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와 시선을 한눈에 끌었고 핑퐁외교로 미중 국교정상화를 이끌어냈던 헨리 키신저에서부터 중국의 영화배우 청룽까지 양국 주요인사 2백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이 같은 극진한 대우에 후진타오 주석도 대규모 선물보따리를 풀면서 화답했습니다. 보잉사 항공기 2백대 등 4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제품을 수입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산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미국업계의 불만사항들을 수용했습니다. <질문>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는 것 자체가 성과라고 봐야겠죠? <답변> 그렇습니다. 중국은 이번 후 주석의 국빈방문을 대대적인 국가홍보의 장으로 활용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은 이번 국빈방문을 통해 떠오르는 중국에 대한 불안감과 우려를 불식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인터뷰>후진타오(중국 국가주석) : “중국은 다른 나라에 군사적 위협이 되거나 군비경쟁을 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결코 패권정책을 펴지도 않을 것입니다.” 후 주석 방문에 때맞춰 뉴욕 맨하탄 중심가에 국가 이미지 홍보를 위한 영상물을 대대적으로 방영했습니다. 후 주석 역시 현안마다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은 분명히 하되 극단적인 대립은 피하는 강온양면 전술을 펴면서 경제는 물론 각종 현안에 대한 미국의 압박을 피해가는 여유를 보였습니다. 중국으로선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면서 자신들의 부상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미국을 달램과 동시에 대내외에 자신감을 과시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질문> 하지만 환율 문제나 중국 인권문제... 이런 핵심 현안을 놓고는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죠? <답변> 말씀하신대로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현안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중국의 환율이 저평가돼 있다며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후진타오 주석은 환율재조정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속도는 중국의 시간표대로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 하나 관심은 중국이 껄끄러워 하는 인권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였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후진타오 주석은 미중관계가 평등하고 상호존중의 관계여야 한다며 이견을 표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한반도 현안에 대해서도 양측은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질문> 이제 관심은 앞으로 두 나라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점 아니겠습니까? <답변> 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향후 세계질서가 미국 단일체제에서 미국과 중국의 양극체제 쪽으로 바뀌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1세기 미중관계는 흑백도, 친구도, 경쟁자도 아닌 복잡한 관계라고 솔직한 심경을 피력했습니다. 양국은 앞으로 사안마다 양국이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면서 큰 틀에서는 세계질서를 위해 협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상회담에서 노출된 인권문제, 정치개혁 문제 등 뚜렷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곳곳에서 파열음도 일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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