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승 쏜 박성진 ‘2년차 징크스 NO’

입력 2011.01.23 (20:09) 수정 2011.01.2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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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2년차 가드 박성진(25)이 매우 어색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실에 들어섰다.



짧은 머리를 여러 번 쓰다듬으며 어색함을 달래던 박성진은 마치 청문회장에라도 온 듯 주눅이 들어 보였다. 코트에서 보이던 불 같은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었다.



박성진은 이번 시즌 2년차 징크스라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어깨는 하염없이 처졌다.



그래서일까. 박성진은 5분 남짓한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라는 세 글자를 계속 입에 담았다. 언뜻 자기 주문 혹은 최면으로 보였다.



전자랜드는 23일 전주 KCC와 홈 경기에서 4쿼터 중반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치다 막바지 소나기골을 퍼붓고 13점차로 완승을 거뒀다.



혼자 25점을 몰아친 문태종이 4쿼터에만 12점을 꽂으며 해결사로 나서 일등공신이 됐지만 전자랜드가 아슬아슬한 시소게임을 벌일 수 있었던 건 경기 내내 악착같이 코트를 헤집었던 박성진의 힘이 컸다.



박성진은 37-38로 뒤지던 3쿼터 중반 문태종에게 어시스트를 건네 팀의 첫 역전을 이끈 데 이어 나머지 2분 동안 2점슛 3개를 꽂고 알토란 같은 가로채기까지 올려가며 승기를 전자랜드 쪽으로 옮겨 놨다.



180㎝가 약간 넘는 왜소한 체격에도 박성진은 20분 가량 코트를 누비는 동안 '트윈 타워' 하승진과 크리스 다니엘스가 버티는 KCC의 골밑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따끔씩 과감한 드리블로 '두 기둥' 앞으로 치고 나갔고 그때마다 전자랜드는 여러 공격 루트를 찾아낼 수 있었다.



기자회견이 올 시즌 처음이라는 박성진은 "이번 시즌은 시작하기 전에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2년차 징크스라는 얘기가 나왔던 것 같다"며 그동안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지난 시즌 신인 때엔 '무조건 열심히'로 코트에 나섰다는 박성진은 이젠 다양한 공격 활로가 보이다 보니 오히려 자신 있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성진은 '대선배' 서장훈이 4쿼터 작전 타임 때 머리를 툭툭 치며 "오늘처럼 자신 있게 골밑을 돌파하는 건 좋은 자세다. 하지만 돌파가 이루어질 때마다 다른 동료들에게 찬스가 여러 개 생긴다. 무작정 슛을 쏘려 하지 말고 코트 전체를 봐라"는 훈계를 했다고 전했다.



박성진이 닮고 싶은 본보기는 다름 아닌 같은 팀 가드인 신기성.



박성진은 "신기성 선배님은 경기를 읽는 시야나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 조언을 자주 해주셔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2년차 신인이 베테랑과 똑같을 수 없다는 걸 잘 아는지 박성진은 "그저 기죽지 않고 계속 자신감 있게 할 뿐"이라는 말로 다시금 초년병다운 각오를 새겼다.



연패 사슬을 끊고자 삭발 투혼까지 불사했던 유도훈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머리 자른 보람이 있다"며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무엇보다 수비가 만족스러웠다는 유 감독은 "오늘 (박)성진이가 적극적인 자세로 잘해줬다. 턴오버를 3개 저지른 게 불만이긴 하지만 성진이 때문에 역전 분위기를 잡은 건 확실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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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전승 쏜 박성진 ‘2년차 징크스 NO’
    • 입력 2011-01-23 20:09:41
    • 수정2011-01-23 20:09:47
    연합뉴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2년차 가드 박성진(25)이 매우 어색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실에 들어섰다.

짧은 머리를 여러 번 쓰다듬으며 어색함을 달래던 박성진은 마치 청문회장에라도 온 듯 주눅이 들어 보였다. 코트에서 보이던 불 같은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었다.

박성진은 이번 시즌 2년차 징크스라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어깨는 하염없이 처졌다.

그래서일까. 박성진은 5분 남짓한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라는 세 글자를 계속 입에 담았다. 언뜻 자기 주문 혹은 최면으로 보였다.

전자랜드는 23일 전주 KCC와 홈 경기에서 4쿼터 중반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치다 막바지 소나기골을 퍼붓고 13점차로 완승을 거뒀다.

혼자 25점을 몰아친 문태종이 4쿼터에만 12점을 꽂으며 해결사로 나서 일등공신이 됐지만 전자랜드가 아슬아슬한 시소게임을 벌일 수 있었던 건 경기 내내 악착같이 코트를 헤집었던 박성진의 힘이 컸다.

박성진은 37-38로 뒤지던 3쿼터 중반 문태종에게 어시스트를 건네 팀의 첫 역전을 이끈 데 이어 나머지 2분 동안 2점슛 3개를 꽂고 알토란 같은 가로채기까지 올려가며 승기를 전자랜드 쪽으로 옮겨 놨다.

180㎝가 약간 넘는 왜소한 체격에도 박성진은 20분 가량 코트를 누비는 동안 '트윈 타워' 하승진과 크리스 다니엘스가 버티는 KCC의 골밑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따끔씩 과감한 드리블로 '두 기둥' 앞으로 치고 나갔고 그때마다 전자랜드는 여러 공격 루트를 찾아낼 수 있었다.

기자회견이 올 시즌 처음이라는 박성진은 "이번 시즌은 시작하기 전에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2년차 징크스라는 얘기가 나왔던 것 같다"며 그동안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지난 시즌 신인 때엔 '무조건 열심히'로 코트에 나섰다는 박성진은 이젠 다양한 공격 활로가 보이다 보니 오히려 자신 있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성진은 '대선배' 서장훈이 4쿼터 작전 타임 때 머리를 툭툭 치며 "오늘처럼 자신 있게 골밑을 돌파하는 건 좋은 자세다. 하지만 돌파가 이루어질 때마다 다른 동료들에게 찬스가 여러 개 생긴다. 무작정 슛을 쏘려 하지 말고 코트 전체를 봐라"는 훈계를 했다고 전했다.

박성진이 닮고 싶은 본보기는 다름 아닌 같은 팀 가드인 신기성.

박성진은 "신기성 선배님은 경기를 읽는 시야나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 조언을 자주 해주셔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2년차 신인이 베테랑과 똑같을 수 없다는 걸 잘 아는지 박성진은 "그저 기죽지 않고 계속 자신감 있게 할 뿐"이라는 말로 다시금 초년병다운 각오를 새겼다.

연패 사슬을 끊고자 삭발 투혼까지 불사했던 유도훈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머리 자른 보람이 있다"며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무엇보다 수비가 만족스러웠다는 유 감독은 "오늘 (박)성진이가 적극적인 자세로 잘해줬다. 턴오버를 3개 저지른 게 불만이긴 하지만 성진이 때문에 역전 분위기를 잡은 건 확실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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