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체불임금 1조 원…서러운 명절

입력 2011.01.2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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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다음주면 설 명절인데요.



명절이 다가올수록 더 힘들고 서러운 우리 이웃들의 얘기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여기 윤상은 씨도 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인터뷰>윤상은 : "밀린 임금 줬으면 올 겨울철을 따뜻하게 날 것이고 명절도 진짜 즐겁게 가족들하고 지낼 텐데 .... 지방도 못 내려가잖아요. 돈이 없으니까! 제일 답답하죠."



힘들게 일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해 설에 고향에도 갈 수 없게 된 사연을 손은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윤상은 씨는 요즘 매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석 달 동안 강원도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했지만 아직까지 임금을 받지 못해 쌀 살 돈이 없습니다.



집에 돈이 떨어지자 부인도 지난달에 집을 나간 뒤 연락을 끊었습니다.



<인터뷰> 윤상은(건설노동자) : "배우지도 못하고 힘도 없고 진짜 정직하게 일해서 먹고사는 건데. 그런 돈을 안 준다면 진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녹취> "임금체납 해결하라!"



윤 씨는 임금을 받지 못한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한 달 넘게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엄동설한에 찬 바람을 맞으며 거리에 나섰지만 윤씨가 일했던 하도급업체는 부도가 났고 원래 도급을 준 업체는 임금체불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이성주(건설노동자) : "원청사에서 돈을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돈을 안 주는 그런 행태가 정말 많습니다. 모든 노동자들은 이런 현실을 규탄하고 있습니다."



설이 다가오면서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느끼는 고통과 소외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질문> 정말 안타까운 모습인데요. 류호성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류기자!!! 이렇게 받아야 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얼마나 되나요?



<답변>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 대부분은 공장 노동자와 건설 노동자들입니다.



지난 한해 동안 27만 명이 임금을 받지 못했는데요.



이들이 받지 못한 밀린 임금 규모도 1조 원이 훨씬 넘습니다.



근로자 한 명당 약 420만 원을 받지 못한 셈입니다.



체불 임금은 지난 2007년에 잠시 줄어 드는듯하다가 다시 급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 역시 임금 체불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요.



그 실태를 최영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국 생활 1년 8개월째인 미얀마 노동자 딴 미엔 쉬 씨.



가구 공장에서 일하던 그는 지난해 7월 회사를 옮겨야만 했습니다.



석 달치 월급 6백여만 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딴 미엔 쉬(미얀마 노동자) : "월급 안 받았을 때 불교(사찰)에서 사는 거, 자는 거 하고, 친구들이 돈 빌려줘서 20,30만 원 빌려줘서 그걸로 살았어요."



한 상가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중국인 20여 명은 보름째 일손을 놓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의 월급 8천9백여만 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조철주(중국인 노동자 팀장) : "오늘 오라, 내일 오라, 모래 오라 그런 식으로 이 사람들 계속 8시까지 있었어요. 그런데 결국은 나중에 와서 돈 10만 원 주면서 밥이나 사먹으라 그러고.."



국내체류기간이 만료돼 돈을 받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난 동료만 벌써 두 명.



중국에서도 가장 큰 명절인 설에 맞춰 고향에 돈을 보내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체불 임금은 최소 9천백여 명에 21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질문> 그들이 일한 정당한 대가인데, 밀린임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답변>



법적인 절차는 있습니다.



근로자가 임금 체불 사실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면 현장 조사를 거쳐 ’체불 금품 확인원’을 발급 받습니다.



이 확인원을 가지고 대한법률구조공단에 가면 밀린 임금을 받아내는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하고 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문젭니다.



지난해에 임금을 체불한 사업장은 10만 곳이 넘는데,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구속 된 사업주는 11명에 불과합니다.



법은 멀고, 현실은 각박하기 때문에 임금 체불 현장에서는 종종 물리력이 동원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합니다.



노태영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건설 현장 컨테이너 사무실에 연기가 자욱하더니, 잠시 뒤 완전히 사무실이 불길에 휩싸입니다.



밀린 임금을 주지 않는다며 항의하던 하도급업체 직원 2명이 홧김에 불을 지른 것입니다.



이 불로 회사직원 1명이 숨졌고 1명은 크게 다쳤습니다.



<인터뷰> "회사가 임금 지급을 안 했어요. 3일 지나면 오라고 했는데, 45일이 지났어요. 45일이…"



67살 박모 씨도 밀린 임금을 달라며 작업반장 윤 모씨의 숙소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습니다.



며칠 뒤에는 출근하던 윤 씨를 승용차로 들이받아 중상을 입혔습니다.



임금 체불 시위 법적 구제제도가 있다고 해도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근로자들이 회사와 소송을 벌인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듭니다.



이 때문에 법보다 폭력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뷰>이병철(한강성심병원 정신과 교수) : "제도적 차원에서 호소할 수 있는 것이 현재로서는 떨어지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때문에… 그랬을 경우에는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1조 원이 넘는 체불 임금 문제는 이번 설 명절을 앞두고도 여전히 사회적 관심 밖에 놓여 있습니다.



KBS 뉴스 노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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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체불임금 1조 원…서러운 명절
    • 입력 2011-01-28 22:11:51
    뉴스 9
<앵커 멘트>

다음주면 설 명절인데요.

명절이 다가올수록 더 힘들고 서러운 우리 이웃들의 얘기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여기 윤상은 씨도 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인터뷰>윤상은 : "밀린 임금 줬으면 올 겨울철을 따뜻하게 날 것이고 명절도 진짜 즐겁게 가족들하고 지낼 텐데 .... 지방도 못 내려가잖아요. 돈이 없으니까! 제일 답답하죠."

힘들게 일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해 설에 고향에도 갈 수 없게 된 사연을 손은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윤상은 씨는 요즘 매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석 달 동안 강원도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했지만 아직까지 임금을 받지 못해 쌀 살 돈이 없습니다.

집에 돈이 떨어지자 부인도 지난달에 집을 나간 뒤 연락을 끊었습니다.

<인터뷰> 윤상은(건설노동자) : "배우지도 못하고 힘도 없고 진짜 정직하게 일해서 먹고사는 건데. 그런 돈을 안 준다면 진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녹취> "임금체납 해결하라!"

윤 씨는 임금을 받지 못한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한 달 넘게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엄동설한에 찬 바람을 맞으며 거리에 나섰지만 윤씨가 일했던 하도급업체는 부도가 났고 원래 도급을 준 업체는 임금체불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이성주(건설노동자) : "원청사에서 돈을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돈을 안 주는 그런 행태가 정말 많습니다. 모든 노동자들은 이런 현실을 규탄하고 있습니다."

설이 다가오면서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느끼는 고통과 소외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질문> 정말 안타까운 모습인데요. 류호성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류기자!!! 이렇게 받아야 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얼마나 되나요?

<답변>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 대부분은 공장 노동자와 건설 노동자들입니다.

지난 한해 동안 27만 명이 임금을 받지 못했는데요.

이들이 받지 못한 밀린 임금 규모도 1조 원이 훨씬 넘습니다.

근로자 한 명당 약 420만 원을 받지 못한 셈입니다.

체불 임금은 지난 2007년에 잠시 줄어 드는듯하다가 다시 급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 역시 임금 체불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요.

그 실태를 최영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국 생활 1년 8개월째인 미얀마 노동자 딴 미엔 쉬 씨.

가구 공장에서 일하던 그는 지난해 7월 회사를 옮겨야만 했습니다.

석 달치 월급 6백여만 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딴 미엔 쉬(미얀마 노동자) : "월급 안 받았을 때 불교(사찰)에서 사는 거, 자는 거 하고, 친구들이 돈 빌려줘서 20,30만 원 빌려줘서 그걸로 살았어요."

한 상가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중국인 20여 명은 보름째 일손을 놓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의 월급 8천9백여만 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조철주(중국인 노동자 팀장) : "오늘 오라, 내일 오라, 모래 오라 그런 식으로 이 사람들 계속 8시까지 있었어요. 그런데 결국은 나중에 와서 돈 10만 원 주면서 밥이나 사먹으라 그러고.."

국내체류기간이 만료돼 돈을 받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난 동료만 벌써 두 명.

중국에서도 가장 큰 명절인 설에 맞춰 고향에 돈을 보내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체불 임금은 최소 9천백여 명에 21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질문> 그들이 일한 정당한 대가인데, 밀린임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답변>

법적인 절차는 있습니다.

근로자가 임금 체불 사실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면 현장 조사를 거쳐 ’체불 금품 확인원’을 발급 받습니다.

이 확인원을 가지고 대한법률구조공단에 가면 밀린 임금을 받아내는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하고 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문젭니다.

지난해에 임금을 체불한 사업장은 10만 곳이 넘는데,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구속 된 사업주는 11명에 불과합니다.

법은 멀고, 현실은 각박하기 때문에 임금 체불 현장에서는 종종 물리력이 동원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합니다.

노태영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건설 현장 컨테이너 사무실에 연기가 자욱하더니, 잠시 뒤 완전히 사무실이 불길에 휩싸입니다.

밀린 임금을 주지 않는다며 항의하던 하도급업체 직원 2명이 홧김에 불을 지른 것입니다.

이 불로 회사직원 1명이 숨졌고 1명은 크게 다쳤습니다.

<인터뷰> "회사가 임금 지급을 안 했어요. 3일 지나면 오라고 했는데, 45일이 지났어요. 45일이…"

67살 박모 씨도 밀린 임금을 달라며 작업반장 윤 모씨의 숙소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습니다.

며칠 뒤에는 출근하던 윤 씨를 승용차로 들이받아 중상을 입혔습니다.

임금 체불 시위 법적 구제제도가 있다고 해도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근로자들이 회사와 소송을 벌인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듭니다.

이 때문에 법보다 폭력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뷰>이병철(한강성심병원 정신과 교수) : "제도적 차원에서 호소할 수 있는 것이 현재로서는 떨어지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때문에… 그랬을 경우에는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1조 원이 넘는 체불 임금 문제는 이번 설 명절을 앞두고도 여전히 사회적 관심 밖에 놓여 있습니다.

KBS 뉴스 노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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