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 뚜렷해진 ‘동고서저’

입력 2011.01.30 (07:19) 수정 2011.01.30 (07:4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 축구 최고를 가리는 제15회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30일(한국시간) 일본과 호주의 결승전을 끝으로 23일간의 혈투를 끝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46개 가입국 가운데 16개 나라가 출전해 실력을 겨룬 이번 대회에서는 같은 아시아권 내에서도 지역별 기량의 차이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났다.

AFC는 크게 동아시아, 서아시아, 중앙 및 남아시아, 아세안(동남아시아)까지 4개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동-서아시아가 아시아 축구의 양대 축을 이루며 경쟁을 벌여왔지만 최근 전력의 무게가 동아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도 아시아 대표로는 한국, 북한, 일본 등 동아시아권에서 나갔고 여기에 2006년부터 AFC에 가입한 호주가 출전권을 따냈다.

이번 대회는 중동의 카타르에서 열려 서아시아 나라들의 선전이 예상됐으나 오히려 한 나라도 4강에 들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이번 대회 4강은 한국, 일본, 호주, 우즈베키스탄이었다.

중동권 나라들이 아시안컵 축구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4회 대회부터 중동세가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아시아 축구의 전력 지형도가 그려지게 된 것은 한국, 일본 축구가 세계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반면 중동권에서는 '맹주'로 통하던 나라들의 기량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압신 고트비 이란 감독은 한국과 8강에서 패한 뒤 "서아시아 나라들이 아무도 4강에 오르지 못했다"며 "지도자나 선수들을 키워내는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유소년 과정, 프로팀과 대표팀의 관계 등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이 좋은 모델이다. 이런 나라들은 좋은 선수들이 계속 나오면서 대회마다 성적을 낸다"며 "서아시아 나라들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우수한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해 성공한 사례가 많고 또 여기에 자극을 받은 국내 선수층도 두터워지는 선순환 효과를 보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북한은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때보다는 전력이 떨어졌다는 평을 들었지만 정대세(27.VfL보훔), 안영학(33.가시와) 등 외국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의 영향으로 1990년대, 2000년대 초반에 비해서는 많이 발전했다는 평이다.

젊은 대표팀을 구성해서 나온 중국도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하고도 아쉽게 탈락했으나 최근 상승세가 눈에 띈다.

반면 서아시아 나라들은 그동안 최강으로 꼽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해 월드컵에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0년 만에 본선에 나가지 못하며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번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3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이란이 비교적 강한 면모를 보여줬지만 고트비 감독 스스로 "더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많아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이란 대표팀에서 '유럽파'는 주장 자바드 네쿠남(스페인 오사수나)이 사실상 유일했다.

대표팀 기량의 밑바탕이 되는 유소년 프로그램이나 유망주 해외 진출 시스템이 부족하고 또 국내외를 막론하고 좋은 지도자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신의 축구를 펼쳐보이기 어렵다는 점도 최근 서아시아 축구 발전의 걸림돌이 됐다.

외국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는 선수의 필요성을 들 때 자주 예로 등장하는 선수가 아랍에미리트(UAE)의 스트라이커 이스마일 마타르다.

이번 대회에도 출전한 마타르는 2003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수상했던 선수다.

당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스페인), 카를로스 테베스(아르헨티나), 다니 알베스(브라질) 등 지금은 세계적인 된 선수들을 제치고 골든볼을 차지했던 마타르는 프랑스 1부리그로 이적을 제의받았지만 소속팀이던 알 와흐다가 이적을 거부했다.

마타르가 이후 많은 발전을 이루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유럽의 큰 무대로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 서아시아 팀들은 이번 대회를 앞둔 지난해 12월에는 걸프컵 축구대회까지 열려 이번 대회에 최상의 전력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웠다.

아시아 축구의 또 다른 두 지역인 중앙아시아와 아세안은 아직 서아시아와 비교해도 전력 차이가 두드러졌다.

11개 나라가 가입된 아세안에서는 본선 진출국이 아예 없었고 중앙아시아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이 4강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으나 준결승에서 호주에 0-6으로 완패를 당하는 바람에 체면이 구겨졌다.

남아시아 대표로는 인도가 출전했지만 현격한 기량 차를 드러내며 3패로 조별리그를 끝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는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시안컵 이후 다시 한 번 아시아 축구의 권력 지형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아시아 축구, 뚜렷해진 ‘동고서저’
    • 입력 2011-01-30 07:19:40
    • 수정2011-01-30 07:44:39
    연합뉴스
아시아 축구 최고를 가리는 제15회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30일(한국시간) 일본과 호주의 결승전을 끝으로 23일간의 혈투를 끝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46개 가입국 가운데 16개 나라가 출전해 실력을 겨룬 이번 대회에서는 같은 아시아권 내에서도 지역별 기량의 차이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났다. AFC는 크게 동아시아, 서아시아, 중앙 및 남아시아, 아세안(동남아시아)까지 4개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동-서아시아가 아시아 축구의 양대 축을 이루며 경쟁을 벌여왔지만 최근 전력의 무게가 동아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도 아시아 대표로는 한국, 북한, 일본 등 동아시아권에서 나갔고 여기에 2006년부터 AFC에 가입한 호주가 출전권을 따냈다. 이번 대회는 중동의 카타르에서 열려 서아시아 나라들의 선전이 예상됐으나 오히려 한 나라도 4강에 들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이번 대회 4강은 한국, 일본, 호주, 우즈베키스탄이었다. 중동권 나라들이 아시안컵 축구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4회 대회부터 중동세가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아시아 축구의 전력 지형도가 그려지게 된 것은 한국, 일본 축구가 세계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반면 중동권에서는 '맹주'로 통하던 나라들의 기량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압신 고트비 이란 감독은 한국과 8강에서 패한 뒤 "서아시아 나라들이 아무도 4강에 오르지 못했다"며 "지도자나 선수들을 키워내는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유소년 과정, 프로팀과 대표팀의 관계 등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이 좋은 모델이다. 이런 나라들은 좋은 선수들이 계속 나오면서 대회마다 성적을 낸다"며 "서아시아 나라들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우수한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해 성공한 사례가 많고 또 여기에 자극을 받은 국내 선수층도 두터워지는 선순환 효과를 보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북한은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때보다는 전력이 떨어졌다는 평을 들었지만 정대세(27.VfL보훔), 안영학(33.가시와) 등 외국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의 영향으로 1990년대, 2000년대 초반에 비해서는 많이 발전했다는 평이다. 젊은 대표팀을 구성해서 나온 중국도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하고도 아쉽게 탈락했으나 최근 상승세가 눈에 띈다. 반면 서아시아 나라들은 그동안 최강으로 꼽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해 월드컵에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0년 만에 본선에 나가지 못하며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번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3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이란이 비교적 강한 면모를 보여줬지만 고트비 감독 스스로 "더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많아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이란 대표팀에서 '유럽파'는 주장 자바드 네쿠남(스페인 오사수나)이 사실상 유일했다. 대표팀 기량의 밑바탕이 되는 유소년 프로그램이나 유망주 해외 진출 시스템이 부족하고 또 국내외를 막론하고 좋은 지도자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신의 축구를 펼쳐보이기 어렵다는 점도 최근 서아시아 축구 발전의 걸림돌이 됐다. 외국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는 선수의 필요성을 들 때 자주 예로 등장하는 선수가 아랍에미리트(UAE)의 스트라이커 이스마일 마타르다. 이번 대회에도 출전한 마타르는 2003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수상했던 선수다. 당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스페인), 카를로스 테베스(아르헨티나), 다니 알베스(브라질) 등 지금은 세계적인 된 선수들을 제치고 골든볼을 차지했던 마타르는 프랑스 1부리그로 이적을 제의받았지만 소속팀이던 알 와흐다가 이적을 거부했다. 마타르가 이후 많은 발전을 이루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유럽의 큰 무대로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 서아시아 팀들은 이번 대회를 앞둔 지난해 12월에는 걸프컵 축구대회까지 열려 이번 대회에 최상의 전력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웠다. 아시아 축구의 또 다른 두 지역인 중앙아시아와 아세안은 아직 서아시아와 비교해도 전력 차이가 두드러졌다. 11개 나라가 가입된 아세안에서는 본선 진출국이 아예 없었고 중앙아시아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이 4강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으나 준결승에서 호주에 0-6으로 완패를 당하는 바람에 체면이 구겨졌다. 남아시아 대표로는 인도가 출전했지만 현격한 기량 차를 드러내며 3패로 조별리그를 끝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는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시안컵 이후 다시 한 번 아시아 축구의 권력 지형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