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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11 동계아시안게임
한국 피겨, 현실적 희망을 보았다!
입력 2011.02.06 (08:17) 연합뉴스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은 한국 피겨스케이팅이 '현실적인 가능성'을 엿본 대회로 평가받을 만하다.

한국은 곽민정(17.수리고)이 4~5일 벌어진 여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따내면서 1999년 강원 대회 동메달리스트 이천군과 양태화(아이스댄싱)이후 12년 만에 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남녀 싱글에서는 25년 역사상 첫 메달이다.

19세기 후반 한국에 도입된 피겨스케이팅은 1960년대 이후 열악한 환경에서도 계속 세계무대를 두드리며 발전을 모색했지만, 1990년대 이후 오히려 암흑기를 맞이했다.

일본과 중국의 실력이 급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더 뒤처졌고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는 38년 만에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피겨퀸' 김연아(21.고려대)의 등장으로 그랑프리 시리즈와 세계선수권대회, 동계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를 휩쓸기 시작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실력은 여전히 국제 수준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은 피겨스케이팅에서 메달을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대표 선수 중 가장 성적이 좋은 곽민정도 "5위 이내가 목표"라고 몸을 낮췄다.

그러나 곽민정이 메달을 목에 걸었고 여자 싱글의 김채화(23.간사이대)가 6위, 남자 싱글의 김민석(18.수리고)이 9위에 올라 목표였던 '톱10 진입'을 달성하는 등 전반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물론 중국 등 이번 대회 어려운 경쟁 상대로 꼽히던 선수들이 뜻밖에 부진한 덕택이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김연아 외의 선수가 시니어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면서 현실적인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는 여전히 크다.

지금도 수많은 '피겨 맘'들이 전국 빙상장에서 어린 아들딸의 훈련과 경기를 지켜보며 가슴을 졸이고 있지만, 가능성을 묻는 말에 대답은 한결같다.

"함부로 '제2의 김연아'란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김연아 같은 선수는 기대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좁은 링크에서 다른 이들과 부딪히지 않으려 눈치를 봐 가며 저녁 늦게 훈련해야 하는 어린 유망주들의 현실은 김연아 이후로도 크게 변한 게 없다.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불세출의 천재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엿보게 해주는 노력파였을 터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 곽민정이 동메달을 따면서 김연아와 같은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넘어서고 싶은 선배 선수'가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곽민정 역시 "지금 한국에는 좋은 주니어 선수들이 많지만, 시니어는 아직 많지 않다. 후배들이 올라올 때까지 중간에서 잘하면서 지키고 싶다"고 했다.

오랜 침체를 딛고 세계무대를 향해 이제 갓 비상을 시작한 한국 피겨스케이팅이 '포스트 김연아'라는 허황된 구호보다 더 간절히 기다려 왔던 말이다.

김연아의 화려한 성과에 비하면 작아 보이는 아시안게임 동메달의 가치가 결코 초라하지 않은 이유다.
  • 한국 피겨, 현실적 희망을 보았다!
    • 입력 2011-02-06 08:17:26
    연합뉴스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은 한국 피겨스케이팅이 '현실적인 가능성'을 엿본 대회로 평가받을 만하다.

한국은 곽민정(17.수리고)이 4~5일 벌어진 여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따내면서 1999년 강원 대회 동메달리스트 이천군과 양태화(아이스댄싱)이후 12년 만에 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남녀 싱글에서는 25년 역사상 첫 메달이다.

19세기 후반 한국에 도입된 피겨스케이팅은 1960년대 이후 열악한 환경에서도 계속 세계무대를 두드리며 발전을 모색했지만, 1990년대 이후 오히려 암흑기를 맞이했다.

일본과 중국의 실력이 급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더 뒤처졌고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는 38년 만에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피겨퀸' 김연아(21.고려대)의 등장으로 그랑프리 시리즈와 세계선수권대회, 동계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를 휩쓸기 시작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실력은 여전히 국제 수준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은 피겨스케이팅에서 메달을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대표 선수 중 가장 성적이 좋은 곽민정도 "5위 이내가 목표"라고 몸을 낮췄다.

그러나 곽민정이 메달을 목에 걸었고 여자 싱글의 김채화(23.간사이대)가 6위, 남자 싱글의 김민석(18.수리고)이 9위에 올라 목표였던 '톱10 진입'을 달성하는 등 전반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물론 중국 등 이번 대회 어려운 경쟁 상대로 꼽히던 선수들이 뜻밖에 부진한 덕택이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김연아 외의 선수가 시니어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면서 현실적인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는 여전히 크다.

지금도 수많은 '피겨 맘'들이 전국 빙상장에서 어린 아들딸의 훈련과 경기를 지켜보며 가슴을 졸이고 있지만, 가능성을 묻는 말에 대답은 한결같다.

"함부로 '제2의 김연아'란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김연아 같은 선수는 기대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좁은 링크에서 다른 이들과 부딪히지 않으려 눈치를 봐 가며 저녁 늦게 훈련해야 하는 어린 유망주들의 현실은 김연아 이후로도 크게 변한 게 없다.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불세출의 천재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엿보게 해주는 노력파였을 터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 곽민정이 동메달을 따면서 김연아와 같은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넘어서고 싶은 선배 선수'가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곽민정 역시 "지금 한국에는 좋은 주니어 선수들이 많지만, 시니어는 아직 많지 않다. 후배들이 올라올 때까지 중간에서 잘하면서 지키고 싶다"고 했다.

오랜 침체를 딛고 세계무대를 향해 이제 갓 비상을 시작한 한국 피겨스케이팅이 '포스트 김연아'라는 허황된 구호보다 더 간절히 기다려 왔던 말이다.

김연아의 화려한 성과에 비하면 작아 보이는 아시안게임 동메달의 가치가 결코 초라하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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