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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60대 부부의 중학교 졸업식
입력 2011.02.07 (07:15) 연합뉴스
"소나 키우지 여자가…" 평생 한으로 남아
네 남매 명문대 보내고 만학도 길 걸어

서울 강서구의 성지중학교는 정규교육 과정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이나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이 모인 곳이다. 9일 열리는 이 학교 졸업식에서 60대의 부부 만학도가 동시에 졸업장을 받는다.

정상경(67)씨와 김간랑(60·여)씨 부부는 집안사정이 어려워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정씨는 집안사정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졸업했고, 아내 김씨는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를 전혀 다니지 못했다.

7일 만난 김씨는 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소나 키우지 여자가 무슨 학교에 다녀서 무엇하냐"는 가족의 말에 눈물을 흘리며 학교를 포기했다고 한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서러움은 부부에게 평생 한으로 남았다.

정씨 부부는 절대 배우지 못한 서러움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고 네 남매의 뒷바라지를 했다.
부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첫째 아들은 서울대 치대를 졸업해 치과병원을 개원했고 둘째 아들은 한양대 경영학과를 나와 형의 병원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또 첫째 딸은 사회복지관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고 둘째 딸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자녀의 성공으로 부부의 한은 어느 정도 풀어졌지만, 가슴 속 깊숙이 맺힌 응어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김씨는 "손자들이 '어른이 왜 글을 몰라요'라고 물어보면 가슴이 먹먹했어요.

글 아는 사람은 글 모르는 사람의 심정을 몰라요. '이렇게 부족한 엄마 밑에서 네남매가 컸다니...' 하며 남몰래 운 적도 많았습니다"라며 서러웠던 순간을 회고했다.

김씨는 자녀가 장성한 뒤에야 글을 깨치고 2004년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그러자 큰아들이 학교에 가 볼 것을 권했다.

2009년 3월 2년제인 성지중학교에 나란히 입학한 부부는 2년간 한차례도 결석하지 않고 한 쌍의 비둘기처럼 사이좋게 수업을 받았다.

쉬는 시간이면 사이좋게 배운 내용을 의논하며 복습하는 모습에 다른 학생들이 모두 부러워했다고 한다.

김씨는 수학을 좋아해 새벽 3시까지 문제를 풀면서 밤을 새운 적도 있다. 미군부대에서 잠시 근무한 적이 있는 정씨는 영어에 흥미를 붙였다.

자녀들도 "인생을 멋지게 사신다"며 만학도가 된 부모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부부가 모르는 부분이 있어 질문하면 앞다투어 공부를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곧 중학교 졸업장을 받는 부부는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도 다닐 생각이다. 미팅이나 엠티, 동아리 활동 등 대학생활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싶다고 했다.

"교복을 입은 친구들을 보면 얼마나 부럽던지…. 학교 못 다닌 건 평생 한이었어요. 예전에는 '공부'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왔는데 이제는 눈물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늦게라도 공부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 어느 60대 부부의 중학교 졸업식
    • 입력 2011-02-07 07:15:19
    연합뉴스
"소나 키우지 여자가…" 평생 한으로 남아
네 남매 명문대 보내고 만학도 길 걸어

서울 강서구의 성지중학교는 정규교육 과정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이나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이 모인 곳이다. 9일 열리는 이 학교 졸업식에서 60대의 부부 만학도가 동시에 졸업장을 받는다.

정상경(67)씨와 김간랑(60·여)씨 부부는 집안사정이 어려워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정씨는 집안사정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졸업했고, 아내 김씨는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를 전혀 다니지 못했다.

7일 만난 김씨는 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소나 키우지 여자가 무슨 학교에 다녀서 무엇하냐"는 가족의 말에 눈물을 흘리며 학교를 포기했다고 한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서러움은 부부에게 평생 한으로 남았다.

정씨 부부는 절대 배우지 못한 서러움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고 네 남매의 뒷바라지를 했다.
부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첫째 아들은 서울대 치대를 졸업해 치과병원을 개원했고 둘째 아들은 한양대 경영학과를 나와 형의 병원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또 첫째 딸은 사회복지관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고 둘째 딸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자녀의 성공으로 부부의 한은 어느 정도 풀어졌지만, 가슴 속 깊숙이 맺힌 응어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김씨는 "손자들이 '어른이 왜 글을 몰라요'라고 물어보면 가슴이 먹먹했어요.

글 아는 사람은 글 모르는 사람의 심정을 몰라요. '이렇게 부족한 엄마 밑에서 네남매가 컸다니...' 하며 남몰래 운 적도 많았습니다"라며 서러웠던 순간을 회고했다.

김씨는 자녀가 장성한 뒤에야 글을 깨치고 2004년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그러자 큰아들이 학교에 가 볼 것을 권했다.

2009년 3월 2년제인 성지중학교에 나란히 입학한 부부는 2년간 한차례도 결석하지 않고 한 쌍의 비둘기처럼 사이좋게 수업을 받았다.

쉬는 시간이면 사이좋게 배운 내용을 의논하며 복습하는 모습에 다른 학생들이 모두 부러워했다고 한다.

김씨는 수학을 좋아해 새벽 3시까지 문제를 풀면서 밤을 새운 적도 있다. 미군부대에서 잠시 근무한 적이 있는 정씨는 영어에 흥미를 붙였다.

자녀들도 "인생을 멋지게 사신다"며 만학도가 된 부모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부부가 모르는 부분이 있어 질문하면 앞다투어 공부를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곧 중학교 졸업장을 받는 부부는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도 다닐 생각이다. 미팅이나 엠티, 동아리 활동 등 대학생활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싶다고 했다.

"교복을 입은 친구들을 보면 얼마나 부럽던지…. 학교 못 다닌 건 평생 한이었어요. 예전에는 '공부'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왔는데 이제는 눈물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늦게라도 공부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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