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백신도 역부족…벼랑 끝 축산업

입력 2011.02.07 (22:01) 수정 2011.02.0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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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수한 가축종자를 보유하고 있어서 외부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 온 국립연구소에서 조차 구제역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특히 이곳은 2차 백신 접종까지 끝낸 상태여서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백신을 접종한 농가에서 잇따라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는 사실이 KBS 취재 결과 밝혀졌습니다.



먼저 이병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 한우 농가는 지난해 말 구제역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하지만 항체가 생긴다는 2주를 훌쩍 넘긴 지난달 20일부터 구제역에 걸린 소들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서른 마리나 땅에 묻었습니다.



<녹취> 축산농민(경기도 이천시) : "첫번째는 7마리 나왔고 그 다음에도 2마리 3마리 해서 지금 6번째까지, 어제도 3마리 나왔고..."



이 농가는 지난해 말 1차 접종에 이어 지난 달말에 2차 접종까지 끝냈습니다.



하지만 그 뒤 불과 나흘 만에 10여 마리가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녹취> 김진식(경기도 이천시) : "백신하고 그 이튿날부터 터지니까 (효과를) 믿지 못하는 거 아녜요"



지난해 말 소에 대한 1차 접종이 끝난 이 지역에서 보름 이후부터 구제역이 발생한 소 농가만 120곳이 넘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녹취> 정현규(세계양돈수의사회 국제분과위원장) : "백신 접종 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지역적으로 8,90% 이상 전 농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상재 국가로 들어선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돼지의 경우는 소보다 항체 형성이 잘 안 돼 백신을 맞았는데도 구제역에 걸리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질문>



이 문제를 계속 취재한 경제부 이병도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기자!! 백신을 맞았는데도 가축들은 왜 계속 구제역에 걸리는 거죠?



<답변>



네, 방역 당국은 소의 경우 1차 접종 후 2주가 지나면 100% 항체가 형성되고 돼지는 2차 접종 후 1주일이 지나야 100% 항체가 형성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앞서 보신 것처럼 1차 접종 후 한 달이 지난 소까지 구제역에 걸리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에 당국의 면밀한 현장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현재 전국의 모든 소와 돼지에 대한 1차 접종은 지난달 말로 모두 끝난 상태입니다.



하지만 접종 이후에도 구제역 발생 농가가 꾸준히 늘면서 20만 마리 이상을 추가 매몰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1997년 구제역 사태로 40조 원의 피해를 입은 타이완처럼 되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원종진 특파원이 타이완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한국의 구제역 소식에 타이완 축산 농가들도 바짝 긴장합니다.



14년 전 구제역 악몽 때문입니다.



당시 타이완 돼지의 38%인 4백만 마리를 잃었습니다.



<인터뷰> 황쓰쏭(양돈농가) : "엄청 죽었어요. 몇 년이 지나도 묻은 돼지들이 썩지 않아 엉망진창이었어요."



백신 접종을 했지만 이미 발병 후 두 달이 지난 뒤였습니다.



<인터뷰> 라이슈쉐이(타이완대 수의학과 명예교수) : "이미 양돈장 1/3이 감염됐기 때문에 백신접종을 해도 통제할 방법이 없었어요"



게다가 초기에 잘못된 백신을 써 접종 후 넉 달이 지나서야 겨우 진정됐습니다.



그 뒤 해마다 예방접종을 하지만 접종을 하지 않거나 발병 사실을 숨기는 농가 때문에 지난해까지 구제역이 4차례 더 발생했습니다.



그 결과 한해 15억 달러에 이르던 돼지고기 수출길이 막혔고, 주요 수출산업이던 양돈산업은 기반이 무너지는 뼈아픈 대가를 치렀습니다.



구제역 상시 발생국으로 전락한 타이완 사례는 백신접종 후 사후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질문>



구제역으로 큰 피해를 입은 타이완의 경우를 살펴봤는데요.



우리나라도 돼지 3마리 가운데 1마리꼴로 땅에 묻혔죠?



<답변>



네, 그렇습니다.



돼지만 해도 3백만 마리나 땅에 묻혔습니다.



이러다 보니 날이 풀려 얼었던 땅이 녹으면 매몰지 주변에서 제2차 환경 재앙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홍규 기자가 점검했습니다.



<리포트>



돼지 만4천여 마리를 묻은 경북 안동의 한 매몰지입니다.



산비탈에 조성돼 비가 오면 유실될 가능성이 크지만 축대벽조차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녹취> 안동시 담당 공무원 : "매몰지를 그때 막 구하기 힘들거든요. 솔직히...잘 (협조)해주는 데도 없고. 매몰지를 구하기 힘들어서 아마 그랬을 거예요."



실제로 경북지역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 모두 61곳의 매몰지가 경사면 등 잘못된 위치에 조성돼 붕괴나 유실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후관리반을 구성해 긴급 점검에 나선 다른 지자체에서도 침출수 유출 등 문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재경(평택시 고덕면) : "좁은 면적에 많은 양의 사체를 매몰할 시에는 침출수가 발생이 됩니다. 즉시 톱밥 으로 조치해 유실되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구제역으로 인해 가축들이 매몰된 곳은 전국적으로 모두 4천 곳이 넘습니다.



해빙기를 앞두고 매몰지 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정부는 전국 모든 매몰 지에 대해 실태 조사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이재율(행안부 재난안전 관리관) : "필요 시 매몰지 이설 조치를 하는 등 우수기 이전인 3월 말까지 보강.정비를 완료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아울러 매몰지 반경 3백 미터 안에 있는 지하수 관정 3천여 곳에 대해 정기적으로 오염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정홍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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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백신도 역부족…벼랑 끝 축산업
    • 입력 2011-02-07 22:01:16
    • 수정2011-02-07 22: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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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수한 가축종자를 보유하고 있어서 외부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 온 국립연구소에서 조차 구제역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특히 이곳은 2차 백신 접종까지 끝낸 상태여서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백신을 접종한 농가에서 잇따라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는 사실이 KBS 취재 결과 밝혀졌습니다.

먼저 이병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 한우 농가는 지난해 말 구제역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하지만 항체가 생긴다는 2주를 훌쩍 넘긴 지난달 20일부터 구제역에 걸린 소들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서른 마리나 땅에 묻었습니다.

<녹취> 축산농민(경기도 이천시) : "첫번째는 7마리 나왔고 그 다음에도 2마리 3마리 해서 지금 6번째까지, 어제도 3마리 나왔고..."

이 농가는 지난해 말 1차 접종에 이어 지난 달말에 2차 접종까지 끝냈습니다.

하지만 그 뒤 불과 나흘 만에 10여 마리가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녹취> 김진식(경기도 이천시) : "백신하고 그 이튿날부터 터지니까 (효과를) 믿지 못하는 거 아녜요"

지난해 말 소에 대한 1차 접종이 끝난 이 지역에서 보름 이후부터 구제역이 발생한 소 농가만 120곳이 넘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녹취> 정현규(세계양돈수의사회 국제분과위원장) : "백신 접종 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지역적으로 8,90% 이상 전 농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상재 국가로 들어선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돼지의 경우는 소보다 항체 형성이 잘 안 돼 백신을 맞았는데도 구제역에 걸리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질문>

이 문제를 계속 취재한 경제부 이병도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기자!! 백신을 맞았는데도 가축들은 왜 계속 구제역에 걸리는 거죠?

<답변>

네, 방역 당국은 소의 경우 1차 접종 후 2주가 지나면 100% 항체가 형성되고 돼지는 2차 접종 후 1주일이 지나야 100% 항체가 형성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앞서 보신 것처럼 1차 접종 후 한 달이 지난 소까지 구제역에 걸리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에 당국의 면밀한 현장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현재 전국의 모든 소와 돼지에 대한 1차 접종은 지난달 말로 모두 끝난 상태입니다.

하지만 접종 이후에도 구제역 발생 농가가 꾸준히 늘면서 20만 마리 이상을 추가 매몰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1997년 구제역 사태로 40조 원의 피해를 입은 타이완처럼 되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원종진 특파원이 타이완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한국의 구제역 소식에 타이완 축산 농가들도 바짝 긴장합니다.

14년 전 구제역 악몽 때문입니다.

당시 타이완 돼지의 38%인 4백만 마리를 잃었습니다.

<인터뷰> 황쓰쏭(양돈농가) : "엄청 죽었어요. 몇 년이 지나도 묻은 돼지들이 썩지 않아 엉망진창이었어요."

백신 접종을 했지만 이미 발병 후 두 달이 지난 뒤였습니다.

<인터뷰> 라이슈쉐이(타이완대 수의학과 명예교수) : "이미 양돈장 1/3이 감염됐기 때문에 백신접종을 해도 통제할 방법이 없었어요"

게다가 초기에 잘못된 백신을 써 접종 후 넉 달이 지나서야 겨우 진정됐습니다.

그 뒤 해마다 예방접종을 하지만 접종을 하지 않거나 발병 사실을 숨기는 농가 때문에 지난해까지 구제역이 4차례 더 발생했습니다.

그 결과 한해 15억 달러에 이르던 돼지고기 수출길이 막혔고, 주요 수출산업이던 양돈산업은 기반이 무너지는 뼈아픈 대가를 치렀습니다.

구제역 상시 발생국으로 전락한 타이완 사례는 백신접종 후 사후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질문>

구제역으로 큰 피해를 입은 타이완의 경우를 살펴봤는데요.

우리나라도 돼지 3마리 가운데 1마리꼴로 땅에 묻혔죠?

<답변>

네, 그렇습니다.

돼지만 해도 3백만 마리나 땅에 묻혔습니다.

이러다 보니 날이 풀려 얼었던 땅이 녹으면 매몰지 주변에서 제2차 환경 재앙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홍규 기자가 점검했습니다.

<리포트>

돼지 만4천여 마리를 묻은 경북 안동의 한 매몰지입니다.

산비탈에 조성돼 비가 오면 유실될 가능성이 크지만 축대벽조차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녹취> 안동시 담당 공무원 : "매몰지를 그때 막 구하기 힘들거든요. 솔직히...잘 (협조)해주는 데도 없고. 매몰지를 구하기 힘들어서 아마 그랬을 거예요."

실제로 경북지역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 모두 61곳의 매몰지가 경사면 등 잘못된 위치에 조성돼 붕괴나 유실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후관리반을 구성해 긴급 점검에 나선 다른 지자체에서도 침출수 유출 등 문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재경(평택시 고덕면) : "좁은 면적에 많은 양의 사체를 매몰할 시에는 침출수가 발생이 됩니다. 즉시 톱밥 으로 조치해 유실되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구제역으로 인해 가축들이 매몰된 곳은 전국적으로 모두 4천 곳이 넘습니다.

해빙기를 앞두고 매몰지 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정부는 전국 모든 매몰 지에 대해 실태 조사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이재율(행안부 재난안전 관리관) : "필요 시 매몰지 이설 조치를 하는 등 우수기 이전인 3월 말까지 보강.정비를 완료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아울러 매몰지 반경 3백 미터 안에 있는 지하수 관정 3천여 곳에 대해 정기적으로 오염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정홍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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