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귀네슈, 묘하게 엇갈린 희비

입력 2011.02.09 (10:54) 수정 2011.02.0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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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나란히 성공신화를 써내려간 거스 히딩크(65.네덜란드)와 세뇰 귀네슈(59.터키) 감독의 인연이 묘하다.



자국을 대표하는 축구 감독으로 국제적으로도 이름이 높은 둘은 모두 한국 축구와 깊은 인연을 맺은 '지한파' 감독이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4강 쾌거를 지휘했고 귀네슈 감독은 2007년 FC서울 지휘봉을 잡아 3년 동안 K-리그에 머무르며 한국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인 박주영(AS모나코)과 주축 미드필더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 등의 성장을 이끌었다.



두 명장의 맞대결은 한국 축구팬들의 뇌리에도 생생히 남아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귀네슈 감독은 자국 터키의 사령탑으로 3-4위전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 결과는 한국이 터키에 2-3으로 졌지만 두 감독 모두 자신의 팀을 역대 월드컵 최고의 성적으로 이끌며 지도자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거의 10년이 흐른 뒤 다시 마주친 두 사람의 희비는 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고향팀인 트라브존스포르 감독으로 복귀한 귀네슈 감독은 이번 시즌 터키 슈퍼리그에서 13승5무2패(승점 44점)로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부터 터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히딩크 감독은 최근 저조한 성적으로 여론이 좋지 않다.



지난해 10월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예선에서 독일과 약체 아제르바이잔에 연이어 패했고, 한 달 뒤 네덜란드와 평가전도 지면서 A매치 3경기 연속으로 무득점 패배를 기록했다.



10일 한국과 터키의 친선 경기를 앞두고 양팀의 마지막 공식 훈련이 치러진 8일 후세인 아브니 아케르 경기장에서 두 감독의 명암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홈 구장에서 양국 대표팀을 맞이한 귀네슈 감독은 이번 친선 경기에 터키 대표팀에 뽑힌 트라브존스포르 출신 선수 6명에 FC서울 시절 가르친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까지 모두 9명의 선수가 자신의 손을 거쳤다며 흡족해했다.



오랜만에 만난 한국 취재진이 트라브존에서 인기가 대단하다는 말을 건네자 "터키에선 축구 인기가 높아 (인기가) 조금 있긴 하다"며 "이스탄불과 트라브존에 내 이름을 딴 길과 공원도 있다"고 자랑했다.



귀네슈 감독이 자신의 안방에서 현지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가며 은근히 위세를 과시한 반면, 히딩크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터키 취재진으로부터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질문공세를 받고 진땀을 쏟았다.



자국리그 '디펜딩 챔피언'인 부르사스포르 출신 선수를 이번 대표팀에 왜 한 명도 발탁하지 않았는지 등을 캐는 현지 기자들의 질문에서 최근 A매치 경험이 없는 해외파 신예들을 연이어 발탁해온 히딩크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읽을 수 있었다.



터키 축구팬들이 자국 리그에 대한 자부심과 배타적인 성향이 강한 탓에 히딩크 감독의 선수기용 방식에 불만이 많다는 게 현지 언론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한국과 호주, 러시아 대표팀 등 가는 곳마다 뛰어난 성적을 올려온 히딩크가 터키에서도 '매직'을 발휘하며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이번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상대전적에서 한국을 압도하는 터키가 이번에 좋지 못한 성적을 낸다면 강한 카리스마로 팀을 장악하는 스타일의 '히딩크 리더십'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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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딩크-귀네슈, 묘하게 엇갈린 희비
    • 입력 2011-02-09 10:54:41
    • 수정2011-02-09 11:11:40
    연합뉴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나란히 성공신화를 써내려간 거스 히딩크(65.네덜란드)와 세뇰 귀네슈(59.터키) 감독의 인연이 묘하다.

자국을 대표하는 축구 감독으로 국제적으로도 이름이 높은 둘은 모두 한국 축구와 깊은 인연을 맺은 '지한파' 감독이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4강 쾌거를 지휘했고 귀네슈 감독은 2007년 FC서울 지휘봉을 잡아 3년 동안 K-리그에 머무르며 한국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인 박주영(AS모나코)과 주축 미드필더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 등의 성장을 이끌었다.

두 명장의 맞대결은 한국 축구팬들의 뇌리에도 생생히 남아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귀네슈 감독은 자국 터키의 사령탑으로 3-4위전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 결과는 한국이 터키에 2-3으로 졌지만 두 감독 모두 자신의 팀을 역대 월드컵 최고의 성적으로 이끌며 지도자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거의 10년이 흐른 뒤 다시 마주친 두 사람의 희비는 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고향팀인 트라브존스포르 감독으로 복귀한 귀네슈 감독은 이번 시즌 터키 슈퍼리그에서 13승5무2패(승점 44점)로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부터 터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히딩크 감독은 최근 저조한 성적으로 여론이 좋지 않다.

지난해 10월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예선에서 독일과 약체 아제르바이잔에 연이어 패했고, 한 달 뒤 네덜란드와 평가전도 지면서 A매치 3경기 연속으로 무득점 패배를 기록했다.

10일 한국과 터키의 친선 경기를 앞두고 양팀의 마지막 공식 훈련이 치러진 8일 후세인 아브니 아케르 경기장에서 두 감독의 명암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홈 구장에서 양국 대표팀을 맞이한 귀네슈 감독은 이번 친선 경기에 터키 대표팀에 뽑힌 트라브존스포르 출신 선수 6명에 FC서울 시절 가르친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까지 모두 9명의 선수가 자신의 손을 거쳤다며 흡족해했다.

오랜만에 만난 한국 취재진이 트라브존에서 인기가 대단하다는 말을 건네자 "터키에선 축구 인기가 높아 (인기가) 조금 있긴 하다"며 "이스탄불과 트라브존에 내 이름을 딴 길과 공원도 있다"고 자랑했다.

귀네슈 감독이 자신의 안방에서 현지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가며 은근히 위세를 과시한 반면, 히딩크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터키 취재진으로부터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질문공세를 받고 진땀을 쏟았다.

자국리그 '디펜딩 챔피언'인 부르사스포르 출신 선수를 이번 대표팀에 왜 한 명도 발탁하지 않았는지 등을 캐는 현지 기자들의 질문에서 최근 A매치 경험이 없는 해외파 신예들을 연이어 발탁해온 히딩크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읽을 수 있었다.

터키 축구팬들이 자국 리그에 대한 자부심과 배타적인 성향이 강한 탓에 히딩크 감독의 선수기용 방식에 불만이 많다는 게 현지 언론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한국과 호주, 러시아 대표팀 등 가는 곳마다 뛰어난 성적을 올려온 히딩크가 터키에서도 '매직'을 발휘하며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이번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상대전적에서 한국을 압도하는 터키가 이번에 좋지 못한 성적을 낸다면 강한 카리스마로 팀을 장악하는 스타일의 '히딩크 리더십'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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