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에 헌돈…’ 의문투성이 10억 원

입력 2011.02.10 (14:26) 수정 2011.02.1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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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로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온 상자에서 발견된 현금 10억원이 모두 헌 지폐인데다 보관 의뢰자가 적은 번호의 휴대전화도 '대포폰'으로 드러나 돈의 정체와 주인을 둘러싼 궁금증이 더 커지고 있다.

◇전액 '헌돈'…돈세탁 의혹 짙어 = 10일 경찰에 따르면 일단 이 돈이 정상적인 자금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 또는 정치권의 비자금이거나 범죄와 연관된 `검은돈'일 공산이 큰 것으로 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상자에 있던 지폐가 모두 시중에서 상당기간 유통된 것으로 보이는 헌 돈이었다는 점이 이런 판단을 뒷받침한다.

역대 비리사건에 단골로 등장한 돈 상자 안에는 항상 새 돈이 아닌 헌 돈이 담겨 있었다.

은행에서 찾은 새 돈을 넣으면 받는 사람이 경계심을 가질 수 있고 지폐의 일련번호가 이어지기라도 하면 용처와 돈 쓴 사람의 정체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 조직 등에서 헌 돈을 사용하거나, 1만원권은 아예 구권(舊券)을 이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때문에 경찰은 이번에 발견된 10억원이 돈세탁 과정을 거친 불법자금일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두 상자 안에 각각 2억원과 8억원씩 정확히 금액을 맞춰 넣은 것도 의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발견 당시 한 상자에는 1만원권 100장을 고무줄로 묶고 다시 이를 10개씩 묶은 1천만원짜리 돈다발 20개(2억원)가 들어 있었고, 다른 상자에는 5만원권 100장 묶음을 5개씩 묶은 2천500만원짜리 돈뭉치 32개(8억원)가 들어 있었다.

어느 자산가가 현금을 장기간 보관할 필요가 있었다면 굳이 딱 떨어지게 금액을 맞춰 상자 2개에 나눠 담을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휴대전화번호 3개 모두 대포폰 = 경찰은 여의도의 한 물품보관업체에 이 `수상한' 돈을 맡긴 사람을 찾고자 다각도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먼저 의뢰인이 물품보관증에 남긴 주민등록번호로 인적사항을 조회했으나 존재하지 않는 번호로 확인됐다.

업체 측이 작성한 고객카드에는 `30대 초반, 키 174㎝'라는 의뢰인의 신체특성과 휴대전화번호 1개가 적혀 있었으며 의뢰인이 작성한 물품보관증에는 서로 다른 전화번호 2개가 기재돼 있었다.

경찰은 통신사를 상대로 휴대전화 3대의 개통자 인적사항을 파악했으나 3명 모두 50~60대였으며 한 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은 노숙인이었으며 다른 한 명 역시 돈 상자와는 관계없는 인물로 파악됐다. 휴대전화 3대가 모두 명의자와 사용자가 다른 대포폰이었던 것이다.

돈이 담긴 상자에서는 지문 4점이 나왔다. 이중 2점은 물품보관업체 관계자의 것이었고 나머지 2점의 주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을 수사 중인 영등포경찰서는 미확인 지문 2개가 의뢰인의 것일 수 있다고 보고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또 물품보관업체 주변 CCTV 15대에서 영상을 확보해 의뢰인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업체가 설치한 CCTV에는 3개월치 영상만 저장돼 있어 약 6개월 전 상자를 맡긴 의뢰인을 확인할 수 없었으나 주변 CCTV 중 일부에는 6개월치 영상기록이 남아있어 의뢰인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기대하고 있다.

누가 맡겼고 어디서 나왔는지도 알 수 없는 현금 10억원의 주인임을 주장하는 사람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깨끗한 돈이라면 조만간 주인이 나타날 테지만 예상대로 문제있는 돈이라면 주인이 쉽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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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포폰에 헌돈…’ 의문투성이 10억 원
    • 입력 2011-02-10 14:26:06
    • 수정2011-02-10 19: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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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로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온 상자에서 발견된 현금 10억원이 모두 헌 지폐인데다 보관 의뢰자가 적은 번호의 휴대전화도 '대포폰'으로 드러나 돈의 정체와 주인을 둘러싼 궁금증이 더 커지고 있다. ◇전액 '헌돈'…돈세탁 의혹 짙어 = 10일 경찰에 따르면 일단 이 돈이 정상적인 자금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 또는 정치권의 비자금이거나 범죄와 연관된 `검은돈'일 공산이 큰 것으로 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상자에 있던 지폐가 모두 시중에서 상당기간 유통된 것으로 보이는 헌 돈이었다는 점이 이런 판단을 뒷받침한다. 역대 비리사건에 단골로 등장한 돈 상자 안에는 항상 새 돈이 아닌 헌 돈이 담겨 있었다. 은행에서 찾은 새 돈을 넣으면 받는 사람이 경계심을 가질 수 있고 지폐의 일련번호가 이어지기라도 하면 용처와 돈 쓴 사람의 정체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 조직 등에서 헌 돈을 사용하거나, 1만원권은 아예 구권(舊券)을 이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때문에 경찰은 이번에 발견된 10억원이 돈세탁 과정을 거친 불법자금일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두 상자 안에 각각 2억원과 8억원씩 정확히 금액을 맞춰 넣은 것도 의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발견 당시 한 상자에는 1만원권 100장을 고무줄로 묶고 다시 이를 10개씩 묶은 1천만원짜리 돈다발 20개(2억원)가 들어 있었고, 다른 상자에는 5만원권 100장 묶음을 5개씩 묶은 2천500만원짜리 돈뭉치 32개(8억원)가 들어 있었다. 어느 자산가가 현금을 장기간 보관할 필요가 있었다면 굳이 딱 떨어지게 금액을 맞춰 상자 2개에 나눠 담을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휴대전화번호 3개 모두 대포폰 = 경찰은 여의도의 한 물품보관업체에 이 `수상한' 돈을 맡긴 사람을 찾고자 다각도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먼저 의뢰인이 물품보관증에 남긴 주민등록번호로 인적사항을 조회했으나 존재하지 않는 번호로 확인됐다. 업체 측이 작성한 고객카드에는 `30대 초반, 키 174㎝'라는 의뢰인의 신체특성과 휴대전화번호 1개가 적혀 있었으며 의뢰인이 작성한 물품보관증에는 서로 다른 전화번호 2개가 기재돼 있었다. 경찰은 통신사를 상대로 휴대전화 3대의 개통자 인적사항을 파악했으나 3명 모두 50~60대였으며 한 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은 노숙인이었으며 다른 한 명 역시 돈 상자와는 관계없는 인물로 파악됐다. 휴대전화 3대가 모두 명의자와 사용자가 다른 대포폰이었던 것이다. 돈이 담긴 상자에서는 지문 4점이 나왔다. 이중 2점은 물품보관업체 관계자의 것이었고 나머지 2점의 주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을 수사 중인 영등포경찰서는 미확인 지문 2개가 의뢰인의 것일 수 있다고 보고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또 물품보관업체 주변 CCTV 15대에서 영상을 확보해 의뢰인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업체가 설치한 CCTV에는 3개월치 영상만 저장돼 있어 약 6개월 전 상자를 맡긴 의뢰인을 확인할 수 없었으나 주변 CCTV 중 일부에는 6개월치 영상기록이 남아있어 의뢰인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기대하고 있다. 누가 맡겼고 어디서 나왔는지도 알 수 없는 현금 10억원의 주인임을 주장하는 사람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깨끗한 돈이라면 조만간 주인이 나타날 테지만 예상대로 문제있는 돈이라면 주인이 쉽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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