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하루 42명 자살…예방 대책은?

입력 2011.02.11 (22:06) 수정 2011.02.1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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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 숫자, 무슨 뜻인지 짐작 가세요?



만 오천 사백 십 삼명.



우리나라에서 한해 스스로 목숨 끊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습니다.



34분당 한 명이 자살하는 셈인데, 그 비율이 OECD국가 가운데 1위입니다.



왜 그 많은 사람들이 ’막다른 선택’을 하는 걸까요?



박대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의식을 잃은 여성이 응급실로 실려옵니다.



혼자사는 이 50대 여성은 치사량이 넘는 불면증 약을 삼켰습니다.



위 세척 끝에 겨우 의식을 회복합니다.



<녹취> 의사 : "눈 한번 떠봐요. 내 말 들리면 손잡아! 손잡아 보세요, 손!"



이렇게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기도 하지만 이송 도중 숨진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투신이 잇따르면서 한강 수난구조대에선 자살 시도자 구출이 주 업무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지난해 한강에 투신한 사람은 324명, 거의 하루 한 명꼴로 스스로 한강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발견되는 투신 자살 추정 사체는 매년 백여 건.



<인터뷰> 영등포 수난구조대 : "쇼를 하기 위해서 들어가기보다는 실제 자살을 시도하기 위해서 뛰어 들어가시는 분들이 많으신 거 같아요, 한강에서는…."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 가운데 70% 가량은 우울증과 관련돼 있습니다.



<인터뷰> 이유진(가천의대 길병원 정신과교수) : "절망적인 느낌, 희망 없음, 그 다음에 충동적인 성격이 거기에 덧붙여졌을 때 결과물로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학비마련을 고민하던 이 20대 여성도 우울증에 걸려 6개월 전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인터뷰> OOO(자살 시도 환자) : "죽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그 상태에서는…. 주변에서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이야기 많이 해요. 그게 굉장히 잘못된 거 같아요."



<질문>



보신것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요, 이충헌 기자, 왜 이렇게 자살이 늘고 있는 겁니까?



<답변>



노인 자살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인데요, 60대 이상이 전체 자살의 1/3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소득은 없고, 병들고, 외로움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젊은층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생이 146명으로 8년째 세자리 수입니다.



자살은 10대, 20대, 30대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고, 40대와 50대에선 암에 이어 두번째 사망 원인입니다.



한해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은 5천 8백여명인데요.



정부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1조 9천억원의 예산을 투여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자살 예방에 투입되는 예산은 한해 10억 원에 불과합니다.



일본은 자살예방 대책을 추진한 뒤 자살자 수가 줄었는데요, 제가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장기간의 경기침체를 겪은 일본은 90년대 말 경기가 더 악화되면서 자살률이 급증했습니다.



한해 자살로 숨지는 사람이 무려 3만 5천 명, 급기야 일본 정부는 2006년 자살기본대책법을 제정했습니다.



법이 제정되면서 자살예방 관련 예산이 집중 투입되는 등 범 정부적인 자살예방 노력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아라카와 료스케(후생노동성 사회보험국) :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을 치료하고, 자살한 사람들의 가족들을 돌보기 위한 모임을 주최하고 있습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계속 증가하던 자살자 수는 최근 더 이상 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전년보다 자살자 수가 3.6%, 1190명이 줄었습니다.



<인터뷰> 사이토 카오르(내각부 자살대책추진실) : "자살예방법이 제정된 후에도 일본 경기가 계속 악화됐지만, 자살자 수가 늘지 않았 다는 것은 법의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자살예방에 투여하는 한해 예산만 1800억 원, 범 정부적인 자살예방대책을 추진한 뒤 세계 최고 수준이던 일본의 자살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질문>



일본의 사례를 보니까 자살은 충분히 막을 수가 있는데요. 효과가 있는 대책, 어떤 게 있을까요?



<답변>



한번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은 다시 자살을 할 위험이 매우 높아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는데요.



이런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본 오사카의 사카이시. 인구 84만 명의 이 도시엔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을 관리하는 전담팀이 있습니다.



임상심리사와 사회복지사 등 4명은 관할 경찰서로부터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인적사항을 받습니다.



<녹취> "사카이시의 생명 존중, 자살 예방 담당자입니다."



이틀전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어려운 점이 있는지 묻습니다.



<인터뷰> 타이모 토요사카 : "가족내 문제때문에 고민하는 부분들이 있어 그것을 해결해주려고 하고, 경제적인 문제와 생활문제도 안고 있어."



정기적인 상담으로 고민거리를 해결해주고, 필요할 경우 정신과 치료도 받게 합니다.



<인터뷰> 마사이코(사카이시 정신보건복지과장) : "자살을 시도하게 된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관계기관,즉 병원, 변호사, 사회복지 사 등을 연결해 문제를 해결합니다."



직원이 직접 집을 방문해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의 상당수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오사카 사카이시는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 40명을 이처럼 방문 등을 통해 관리 하고 있습니다.



자살 미수자 관리 후 다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자살은 이처럼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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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2-11 22:06:30
    • 수정2011-02-11 22:12:19
    뉴스 9
<앵커 멘트>

이 숫자, 무슨 뜻인지 짐작 가세요?

만 오천 사백 십 삼명.

우리나라에서 한해 스스로 목숨 끊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습니다.

34분당 한 명이 자살하는 셈인데, 그 비율이 OECD국가 가운데 1위입니다.

왜 그 많은 사람들이 ’막다른 선택’을 하는 걸까요?

박대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의식을 잃은 여성이 응급실로 실려옵니다.

혼자사는 이 50대 여성은 치사량이 넘는 불면증 약을 삼켰습니다.

위 세척 끝에 겨우 의식을 회복합니다.

<녹취> 의사 : "눈 한번 떠봐요. 내 말 들리면 손잡아! 손잡아 보세요, 손!"

이렇게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기도 하지만 이송 도중 숨진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투신이 잇따르면서 한강 수난구조대에선 자살 시도자 구출이 주 업무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지난해 한강에 투신한 사람은 324명, 거의 하루 한 명꼴로 스스로 한강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발견되는 투신 자살 추정 사체는 매년 백여 건.

<인터뷰> 영등포 수난구조대 : "쇼를 하기 위해서 들어가기보다는 실제 자살을 시도하기 위해서 뛰어 들어가시는 분들이 많으신 거 같아요, 한강에서는…."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 가운데 70% 가량은 우울증과 관련돼 있습니다.

<인터뷰> 이유진(가천의대 길병원 정신과교수) : "절망적인 느낌, 희망 없음, 그 다음에 충동적인 성격이 거기에 덧붙여졌을 때 결과물로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학비마련을 고민하던 이 20대 여성도 우울증에 걸려 6개월 전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인터뷰> OOO(자살 시도 환자) : "죽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그 상태에서는…. 주변에서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이야기 많이 해요. 그게 굉장히 잘못된 거 같아요."

<질문>

보신것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요, 이충헌 기자, 왜 이렇게 자살이 늘고 있는 겁니까?

<답변>

노인 자살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인데요, 60대 이상이 전체 자살의 1/3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소득은 없고, 병들고, 외로움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젊은층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생이 146명으로 8년째 세자리 수입니다.

자살은 10대, 20대, 30대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고, 40대와 50대에선 암에 이어 두번째 사망 원인입니다.

한해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은 5천 8백여명인데요.

정부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1조 9천억원의 예산을 투여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자살 예방에 투입되는 예산은 한해 10억 원에 불과합니다.

일본은 자살예방 대책을 추진한 뒤 자살자 수가 줄었는데요, 제가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장기간의 경기침체를 겪은 일본은 90년대 말 경기가 더 악화되면서 자살률이 급증했습니다.

한해 자살로 숨지는 사람이 무려 3만 5천 명, 급기야 일본 정부는 2006년 자살기본대책법을 제정했습니다.

법이 제정되면서 자살예방 관련 예산이 집중 투입되는 등 범 정부적인 자살예방 노력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아라카와 료스케(후생노동성 사회보험국) :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을 치료하고, 자살한 사람들의 가족들을 돌보기 위한 모임을 주최하고 있습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계속 증가하던 자살자 수는 최근 더 이상 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전년보다 자살자 수가 3.6%, 1190명이 줄었습니다.

<인터뷰> 사이토 카오르(내각부 자살대책추진실) : "자살예방법이 제정된 후에도 일본 경기가 계속 악화됐지만, 자살자 수가 늘지 않았 다는 것은 법의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자살예방에 투여하는 한해 예산만 1800억 원, 범 정부적인 자살예방대책을 추진한 뒤 세계 최고 수준이던 일본의 자살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질문>

일본의 사례를 보니까 자살은 충분히 막을 수가 있는데요. 효과가 있는 대책, 어떤 게 있을까요?

<답변>

한번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은 다시 자살을 할 위험이 매우 높아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는데요.

이런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본 오사카의 사카이시. 인구 84만 명의 이 도시엔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을 관리하는 전담팀이 있습니다.

임상심리사와 사회복지사 등 4명은 관할 경찰서로부터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인적사항을 받습니다.

<녹취> "사카이시의 생명 존중, 자살 예방 담당자입니다."

이틀전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어려운 점이 있는지 묻습니다.

<인터뷰> 타이모 토요사카 : "가족내 문제때문에 고민하는 부분들이 있어 그것을 해결해주려고 하고, 경제적인 문제와 생활문제도 안고 있어."

정기적인 상담으로 고민거리를 해결해주고, 필요할 경우 정신과 치료도 받게 합니다.

<인터뷰> 마사이코(사카이시 정신보건복지과장) : "자살을 시도하게 된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관계기관,즉 병원, 변호사, 사회복지 사 등을 연결해 문제를 해결합니다."

직원이 직접 집을 방문해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의 상당수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오사카 사카이시는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 40명을 이처럼 방문 등을 통해 관리 하고 있습니다.

자살 미수자 관리 후 다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자살은 이처럼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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