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민혁명 18일간의 드라마

입력 2011.02.1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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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에서 촉발돼 북아프리카와 아랍권으로 번진 민주화 시위가 마침내 중동 지역의 맹주국임을 자임해온 이집트에서도 결실을 맺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함에 따라 아랍권 시민혁명이 또 하나의 성공 사례를 보태게 됐다.

이집트 시민혁명은 30년째 장기 집권해온 독재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깊은 염증이 악화된 경제 상황과 맞물리면서 한순간에 터져 나온 역사의 과정이었다.

18일 동안 지속된 시위로 표출된 민주화와 개혁에 대한 이집트 국민들의 거센 열망이 결국 무바라크 대통령을 무릎 꿇게 만들었다.

◇ 분노와 좌절..개혁 열망 = 이집트 출신인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아랍세계의 혼란은 국내와 북아프리카 지역, 국제적인 요인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아랍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며, 게임의 이름은 바로 `개혁"이라고 말했다.

정달호 전 주이집트(2006~2009년) 대사는 "무바라크 정권이 민생과 복지를 방관해 왔기 때문에 국민의식이 고양되면 정권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23년째 장기집권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을 끌어내린 튀니지 `재스민 혁명'이 오랜 기간 생활고와 빈부격차, 부패에 시달린 이집트 국민의 반정부 시위에 불을 댕긴 것이다.

전 국민의 40% 가까이 하루 2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연명하고 있는데도 식료품 물가가 최근 수년간 연평균 17% 수준으로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서민 가계에 고통을 주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고조시켰다.

잇따른 항의성 분신자살이 이집트 국민들의 염증에 불을 댕겼고 시위를 주도하는 젊은 층에 익숙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같은 인터넷은 반정부 시위 확산에 한몫했다.

여기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귀국,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 집권유지-권력이양-조기사태 = 이집트 시민혁명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놓고 시위대와 무바라크 대통령이 18일 동안 벌인 치열한 `전투'에 가깝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 초기에 개혁 조치를 약속하면서 시위대의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포용의 자세를 취했다.

새 내각을 구성하고 오는 9월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는 한편 자신의 아들인 가말 집권 국민민주당(NDP) 정책위원장을 퇴진시켰다.

집권당 내 실세였던 가말은 지난해 3월 무바라크 대통령이 독일에서 담낭 제거수술을 받은 이후 차기 대선에 아버지를 대신해 여당 대표로 출마할 것으로 관측돼온 인물이었다.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의 잇따른 화해 제스처에도 반정부 시위 세력이 약화하는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이번 시위에서 핵심세력으로 떠오른 `무슬림형제단'이 무바라크 퇴진 이후 집권 세력으로 부상하면 이집트가 이란의 `이슬람혁명'을 닮아갈 수 있다는 미국 등 서방의 우려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조기사퇴 전망을 어둡게 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서방의 이런 인식을 의식해 "이집트의 시위는 이슬람 봉기가 아니라 불공정하고 권위주의적인 체제에 대한 대중의 항거로, 여기에는 모든 계층, 모든 종교, 그리고 모든 분파가 참여했다"면서 "혁명은 평화적인 것으로 오로지 개혁과 민주적인 시민사회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시기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즉각적이며 질서있는 권력 이양"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피력함으로써 이집트 사태가 점진적 권력이양으로 귀결되는 듯했다.

이런 가운데 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은 지난 7일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야권단체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협상에서 사법부 인사들과 정치인 등이 참여하는 개헌위원회를 구성, 내달 첫째 주까지 개헌안을 마련키로 했다.

양측은 새 헌법에 대통령의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야당 후보들의 대선 출마를 사실상 가로막았던 기존의 조항들을 폐지하기로 했으며 발효된 지 30년 된 비상계엄법도 폐지하기로 합의됐다.

이어 무바라크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오는 9월까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조기 사퇴 거부를 표명함으로써 이집트 시민혁명이 `절반의 성공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었다.

그러나 12일 타흐리르 광장을 비롯해 카이로 시내에 몰려든 100만명의 시위대 물결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결심을 하루 만에 번복시키고 말았다.

이집트 시민들은 이날 오후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 발표에 환호성을 울리며 시민혁명의 성공적인 출발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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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 시민혁명 18일간의 드라마
    • 입력 2011-02-12 08:21:21
    연합뉴스
튀니지에서 촉발돼 북아프리카와 아랍권으로 번진 민주화 시위가 마침내 중동 지역의 맹주국임을 자임해온 이집트에서도 결실을 맺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함에 따라 아랍권 시민혁명이 또 하나의 성공 사례를 보태게 됐다. 이집트 시민혁명은 30년째 장기 집권해온 독재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깊은 염증이 악화된 경제 상황과 맞물리면서 한순간에 터져 나온 역사의 과정이었다. 18일 동안 지속된 시위로 표출된 민주화와 개혁에 대한 이집트 국민들의 거센 열망이 결국 무바라크 대통령을 무릎 꿇게 만들었다. ◇ 분노와 좌절..개혁 열망 = 이집트 출신인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아랍세계의 혼란은 국내와 북아프리카 지역, 국제적인 요인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아랍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며, 게임의 이름은 바로 `개혁"이라고 말했다. 정달호 전 주이집트(2006~2009년) 대사는 "무바라크 정권이 민생과 복지를 방관해 왔기 때문에 국민의식이 고양되면 정권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23년째 장기집권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을 끌어내린 튀니지 `재스민 혁명'이 오랜 기간 생활고와 빈부격차, 부패에 시달린 이집트 국민의 반정부 시위에 불을 댕긴 것이다. 전 국민의 40% 가까이 하루 2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연명하고 있는데도 식료품 물가가 최근 수년간 연평균 17% 수준으로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서민 가계에 고통을 주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고조시켰다. 잇따른 항의성 분신자살이 이집트 국민들의 염증에 불을 댕겼고 시위를 주도하는 젊은 층에 익숙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같은 인터넷은 반정부 시위 확산에 한몫했다. 여기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귀국,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 집권유지-권력이양-조기사태 = 이집트 시민혁명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놓고 시위대와 무바라크 대통령이 18일 동안 벌인 치열한 `전투'에 가깝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 초기에 개혁 조치를 약속하면서 시위대의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포용의 자세를 취했다. 새 내각을 구성하고 오는 9월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는 한편 자신의 아들인 가말 집권 국민민주당(NDP) 정책위원장을 퇴진시켰다. 집권당 내 실세였던 가말은 지난해 3월 무바라크 대통령이 독일에서 담낭 제거수술을 받은 이후 차기 대선에 아버지를 대신해 여당 대표로 출마할 것으로 관측돼온 인물이었다.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의 잇따른 화해 제스처에도 반정부 시위 세력이 약화하는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이번 시위에서 핵심세력으로 떠오른 `무슬림형제단'이 무바라크 퇴진 이후 집권 세력으로 부상하면 이집트가 이란의 `이슬람혁명'을 닮아갈 수 있다는 미국 등 서방의 우려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조기사퇴 전망을 어둡게 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서방의 이런 인식을 의식해 "이집트의 시위는 이슬람 봉기가 아니라 불공정하고 권위주의적인 체제에 대한 대중의 항거로, 여기에는 모든 계층, 모든 종교, 그리고 모든 분파가 참여했다"면서 "혁명은 평화적인 것으로 오로지 개혁과 민주적인 시민사회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시기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즉각적이며 질서있는 권력 이양"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피력함으로써 이집트 사태가 점진적 권력이양으로 귀결되는 듯했다. 이런 가운데 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은 지난 7일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야권단체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협상에서 사법부 인사들과 정치인 등이 참여하는 개헌위원회를 구성, 내달 첫째 주까지 개헌안을 마련키로 했다. 양측은 새 헌법에 대통령의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야당 후보들의 대선 출마를 사실상 가로막았던 기존의 조항들을 폐지하기로 했으며 발효된 지 30년 된 비상계엄법도 폐지하기로 합의됐다. 이어 무바라크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오는 9월까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조기 사퇴 거부를 표명함으로써 이집트 시민혁명이 `절반의 성공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었다. 그러나 12일 타흐리르 광장을 비롯해 카이로 시내에 몰려든 100만명의 시위대 물결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결심을 하루 만에 번복시키고 말았다. 이집트 시민들은 이날 오후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 발표에 환호성을 울리며 시민혁명의 성공적인 출발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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