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지 않겠다”…쉬운 수능 예고 배경은?

입력 2011.02.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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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16일 수능을 예년보다 쉽게 출제하겠다는 내용의 '수능과 EBS연계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배경에 교육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제 등 새로운 입시전형이 도입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수능점수 몇 점 차이로 당락이 바뀌는 시대가 지났고, 사교육 억제 효과도 노린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쉬운 수능'으로의 전환이 사교육 억제나 입시전형 다양화에 어느 정도로 기여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BS연계문제 비틀지 않겠다" = 교과부가 이날 발표한 방안의 핵심은 앞으로 수능의 영역별 만점자를 1% 수준으로 설정하고, EBS연계 문항을 작년처럼 크게 변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역별 만점자 비율을 1%로 설정하면 수능의 난도는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쉬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2010학년도 수능의 만점자 비율도 외국어 0.74%, 수리 나형 0.84% 등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난도의 낙폭은 상당히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EBS교재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개념과 원리를 지나치게 변형하지 않고 출제하겠다는 방안도 수능 난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교과부가 2011학년도 수능과 EBS연계율을 70% 수준으로 유지했지만 수험생들이 2010학년도 수능보다 어려웠다고 느낀 것은 결국 연계 문제를 과도하게 변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교과부 분석에 따르면 연계효과가 낮았던 유형은 EBS지문과 같은 작품이지만 상이한 부분을 발췌·활용한 경우(언어), 그림·그래프 등 단서를 줄여 출제한 경우(수리), 지문의 소재가 같아도 실제 지문이 상이한 경우(외국어) 등이다.

수리의 고난도 문항은 연계유형에 관계없이 연계효과가 낮았다.

따라서 교과부가 2012학년도 이후 수능을 EBS와 70% 연계하면서 "지나치게 변형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출제"할 경우, 최소한 `쉬웠다'는 2010학년도 수능보다는 쉽게 출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도 "언·수·외 만점자 비율이 1%라면 과거 어떤 수능보다 쉬운 수능으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사실상 `쉬운 수능'으로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쉬운 수능' 카드 꺼낸 배경은 = 교과부가 차기 수능시험의 난도를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가며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는 통상 `평이한 수준' 또는 `모의평가 수준', `예년 수준' 등으로 설명해왔다.

설동근 교과부 1차관은 브리핑에서 `쉬운 수능'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금까지는 수능이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지만 이제는 입학사정관제 등 전형 요소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점수 몇 점으로 합격자를 뽑는 일은 지양해야한다"고 말했다.

평가원측도 쉬운 수능은 각 대학이 수험생의 인성, 적성 등을 종합해 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입시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간단히 말해 입학사정관제 등으로 선발전형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수능이 쉬워져도 대학들이 합격자를 선발하는 데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쉬운 수능'이 사교육비 경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월 교과부가 수능-EBS 70% 연계 방안을 들고나온 가장 큰 이유는 사교육비 경감이었다. 그러나 교육당국의 예상과 달리 수능은 예년보다 어려웠고 "교과부가 무리하게 연계율을 설정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능이 끝난 뒤 EBS연계율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면서 사교육 시장이 요동칠 기미를 보였는데, 이번 정책은 결국 변형문제를 대폭 줄어 EBS연계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려는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이 너무 쉬우면 `물수능'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아무리 수능이 쉽더라도 최상위권을 변별하는 고난도 문제는 출제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수능이 예년보다 크게 쉬워진다면 중위권 학생이 두터워지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투스청솔학원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의 총정원은 1만247명으로 수험생수 70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1.46%의 비율이다. 인문대만 놓고보면 거의 1% 정도의 비율"이라며 "최상위권 변별력은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쉬운 수능' 방침을 밝히면서도 "교과서의 개념과 원리 이해 중심의 연계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실제 수능의 체감난도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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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2-16 15:40:40
    연합뉴스
교육과학기술부가 16일 수능을 예년보다 쉽게 출제하겠다는 내용의 '수능과 EBS연계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배경에 교육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제 등 새로운 입시전형이 도입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수능점수 몇 점 차이로 당락이 바뀌는 시대가 지났고, 사교육 억제 효과도 노린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쉬운 수능'으로의 전환이 사교육 억제나 입시전형 다양화에 어느 정도로 기여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BS연계문제 비틀지 않겠다" = 교과부가 이날 발표한 방안의 핵심은 앞으로 수능의 영역별 만점자를 1% 수준으로 설정하고, EBS연계 문항을 작년처럼 크게 변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역별 만점자 비율을 1%로 설정하면 수능의 난도는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쉬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2010학년도 수능의 만점자 비율도 외국어 0.74%, 수리 나형 0.84% 등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난도의 낙폭은 상당히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EBS교재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개념과 원리를 지나치게 변형하지 않고 출제하겠다는 방안도 수능 난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교과부가 2011학년도 수능과 EBS연계율을 70% 수준으로 유지했지만 수험생들이 2010학년도 수능보다 어려웠다고 느낀 것은 결국 연계 문제를 과도하게 변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교과부 분석에 따르면 연계효과가 낮았던 유형은 EBS지문과 같은 작품이지만 상이한 부분을 발췌·활용한 경우(언어), 그림·그래프 등 단서를 줄여 출제한 경우(수리), 지문의 소재가 같아도 실제 지문이 상이한 경우(외국어) 등이다. 수리의 고난도 문항은 연계유형에 관계없이 연계효과가 낮았다. 따라서 교과부가 2012학년도 이후 수능을 EBS와 70% 연계하면서 "지나치게 변형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출제"할 경우, 최소한 `쉬웠다'는 2010학년도 수능보다는 쉽게 출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도 "언·수·외 만점자 비율이 1%라면 과거 어떤 수능보다 쉬운 수능으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사실상 `쉬운 수능'으로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쉬운 수능' 카드 꺼낸 배경은 = 교과부가 차기 수능시험의 난도를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가며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는 통상 `평이한 수준' 또는 `모의평가 수준', `예년 수준' 등으로 설명해왔다. 설동근 교과부 1차관은 브리핑에서 `쉬운 수능'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금까지는 수능이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지만 이제는 입학사정관제 등 전형 요소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점수 몇 점으로 합격자를 뽑는 일은 지양해야한다"고 말했다. 평가원측도 쉬운 수능은 각 대학이 수험생의 인성, 적성 등을 종합해 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입시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간단히 말해 입학사정관제 등으로 선발전형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수능이 쉬워져도 대학들이 합격자를 선발하는 데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쉬운 수능'이 사교육비 경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월 교과부가 수능-EBS 70% 연계 방안을 들고나온 가장 큰 이유는 사교육비 경감이었다. 그러나 교육당국의 예상과 달리 수능은 예년보다 어려웠고 "교과부가 무리하게 연계율을 설정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능이 끝난 뒤 EBS연계율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면서 사교육 시장이 요동칠 기미를 보였는데, 이번 정책은 결국 변형문제를 대폭 줄어 EBS연계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려는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이 너무 쉬우면 `물수능'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아무리 수능이 쉽더라도 최상위권을 변별하는 고난도 문제는 출제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수능이 예년보다 크게 쉬워진다면 중위권 학생이 두터워지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투스청솔학원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의 총정원은 1만247명으로 수험생수 70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1.46%의 비율이다. 인문대만 놓고보면 거의 1% 정도의 비율"이라며 "최상위권 변별력은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쉬운 수능' 방침을 밝히면서도 "교과서의 개념과 원리 이해 중심의 연계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실제 수능의 체감난도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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