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은 안중근이 다친 사람 치료한 날?

입력 2011.02.28 (05:5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3.1절이요? 처음 들어봤어요."

국경일인 3.1절을 사흘 앞둔 26일 오전 성북구 종암동의 한 주택가 골목.

삼삼오오 짝을 지은 초등학생들은 3.1절 얘기를 꺼내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꿈뻑이기만 했다.

3학년 황모(9)양은 3.1절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는데…. 태극기 다는 날 아니에요?"하고 반문했다. 정모(9)군은 "배웠는데 까먹었다. 다른 공부 하느라 바빠서 그런 거 기억 못한다"라고 대꾸하고 학원 버스에 올랐다.

◇ 안중근 의사가 3.1절에 사람들 치료했다? = 많은 초등학생이 일제하 독립운동의 전기가 된 3.1 운동을 전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수년간 인터넷에는 3.1절을 모르는 학생들이 과제를 해야한다며 그 의미를 묻는 게시글이 계속해 올라오고 있다.

저학년뿐 아니라 3~4학년 초등학생들도 제대로 의미를 알지 못했다.

지난 10일 유명 포털사이트에는 한 초등학생이 "삼일절 의미를 모르는데 (이것을 알아가는게) 3학년 2학기 숙제예요. 알려주세요"라고 썼다.

아이디 'dl****'는 "3.1절이 무슨날입니까"라며 "뜻과 날짜를 자세하게 써주면 게임 아이템을 주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다른 초등생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엉뚱한 댓글이 달렸다.

'te****'는 "1대 대통령 박은식이 광복사(史)를 쓰던 중 3.1운동이 시작됐다"고 답했다.

박은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이다.

'by****'는 "유관순 누나를 기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her****'는 1910년 순국한 안중근 의사를 언급하며 "(3.1운동 당시) 안 의사가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주면서 함께 독립운동을 했다"는 댓글을 달았다.

◇"아이들이 무슨 잘못…어른 탓" = 어른들은 '학교에서 역사 교육을 소홀히한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주부 김향숙(48)씨는 "4학년때까지는 학교에 국사 과목이 없다. 교과목이 국영수에 치중하다보니 관심있는 엄마가 아니면 아이들 역사 교육을 놓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부 곽문정(45.공부방 운영)씨는 "초등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이 사회·국사다. 선생님들이 국사를 너무 재미없게 가르친다는데 만화로 된 역사책을 읽게 하는 등 재미있게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 역사인식을 심어주려는 부모들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부 권영미(52)씨는 "젊은 엄마들이 내 자식 귀한 것밖에 모른다. 잘사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본인들이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못느끼는데 아이들이 알 리가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영남대 국사학과 배영순 교수는 "국사교육을 필수로 해야한다는 얘기는 이미 수차례 강조됐다"면서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주인이 되는 세계화를 하려면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와 문학을 가르쳐야 한다. 그게 진짜 '자기주도형 학습'이다"라고 강조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3·1절은 안중근이 다친 사람 치료한 날?
    • 입력 2011-02-28 05:50:25
    연합뉴스
"3.1절이요? 처음 들어봤어요." 국경일인 3.1절을 사흘 앞둔 26일 오전 성북구 종암동의 한 주택가 골목. 삼삼오오 짝을 지은 초등학생들은 3.1절 얘기를 꺼내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꿈뻑이기만 했다. 3학년 황모(9)양은 3.1절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는데…. 태극기 다는 날 아니에요?"하고 반문했다. 정모(9)군은 "배웠는데 까먹었다. 다른 공부 하느라 바빠서 그런 거 기억 못한다"라고 대꾸하고 학원 버스에 올랐다. ◇ 안중근 의사가 3.1절에 사람들 치료했다? = 많은 초등학생이 일제하 독립운동의 전기가 된 3.1 운동을 전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수년간 인터넷에는 3.1절을 모르는 학생들이 과제를 해야한다며 그 의미를 묻는 게시글이 계속해 올라오고 있다. 저학년뿐 아니라 3~4학년 초등학생들도 제대로 의미를 알지 못했다. 지난 10일 유명 포털사이트에는 한 초등학생이 "삼일절 의미를 모르는데 (이것을 알아가는게) 3학년 2학기 숙제예요. 알려주세요"라고 썼다. 아이디 'dl****'는 "3.1절이 무슨날입니까"라며 "뜻과 날짜를 자세하게 써주면 게임 아이템을 주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다른 초등생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엉뚱한 댓글이 달렸다. 'te****'는 "1대 대통령 박은식이 광복사(史)를 쓰던 중 3.1운동이 시작됐다"고 답했다. 박은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이다. 'by****'는 "유관순 누나를 기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her****'는 1910년 순국한 안중근 의사를 언급하며 "(3.1운동 당시) 안 의사가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주면서 함께 독립운동을 했다"는 댓글을 달았다. ◇"아이들이 무슨 잘못…어른 탓" = 어른들은 '학교에서 역사 교육을 소홀히한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주부 김향숙(48)씨는 "4학년때까지는 학교에 국사 과목이 없다. 교과목이 국영수에 치중하다보니 관심있는 엄마가 아니면 아이들 역사 교육을 놓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부 곽문정(45.공부방 운영)씨는 "초등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이 사회·국사다. 선생님들이 국사를 너무 재미없게 가르친다는데 만화로 된 역사책을 읽게 하는 등 재미있게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 역사인식을 심어주려는 부모들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부 권영미(52)씨는 "젊은 엄마들이 내 자식 귀한 것밖에 모른다. 잘사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본인들이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못느끼는데 아이들이 알 리가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영남대 국사학과 배영순 교수는 "국사교육을 필수로 해야한다는 얘기는 이미 수차례 강조됐다"면서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주인이 되는 세계화를 하려면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와 문학을 가르쳐야 한다. 그게 진짜 '자기주도형 학습'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