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살려면 버리고 튀어라”

입력 2011.03.1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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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 그대로 튀어라", "물건을 챙기러 돌아오면 안된다"

태평양 연안에 위치,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의 직격을 받아 마을 전체가 황폐해진 일본 이와테(岩手)현 노다(野田) 마을.

15일 오전 쓰나미의 습격을 견뎌낸 친척의 주택 곳곳에 들러붙은 진흙을 청소하던 한 중년 남자는 교도(共同)통신 취재진에 "어릴때부터 지금 102살 된 할아버지로부터 여러차례 이런 말을 들어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11일 지진을 느낀 뒤 자동차를 몰고 할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달렸다. 바다에서는 6m에 달하는 거대한 물기둥이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이 남성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할아버지를 차에 태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향했다. 가재도구나 집에 걸어 놓았던 가족 사진, 평소 아끼던 책들은 그대로 둔 채였다.

그는 "쓰나미가 오면 일단 튀라는 말을 예부터 들어왔다"며 "이 말이 결국 할아버지와 나를 살렸다"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남성과 함께 정리를 하던 40대 여성도 "엄청난 쓰나미였지만, 주변 사람들이 마구 달려나가기에 나도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 60년째 양복점을 경영하는 나카노 게이사쿠(中野慶作.77)씨는 "손자 덕분에 살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양복점에 내에 있는 상품과 작업도구들은 토사와 진흙 범벅이었다.

그는 대지진 당시 가게가 크게 흔들렸지만 "설마 쓰나미가 오겠느냐"고 생각했다. 그 순간 "쓰나미니 피해요!"라는 손자의 절규가 귓전을 때렸다. 밖을 보니 높은 곳을 찾아 달리는 손자의 뒤로 거대한 물기둥이 보였다.

나카노씨는 "생각할 틈도 없이 옥상으로 뛰었다"며 "3층에 올랐더니 1층에는 토사가 뒤섞인 바닷물로 가득찼다"며 씁쓸해 했다.

이 마을에서는 300~400채의 집이 쓰나미에 떠내려갔다. 나카노씨처럼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 목숨을 구한 사람도 많았지만 15일 현재 47명이 숨지거나 행방불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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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나미? 살려면 버리고 튀어라”
    • 입력 2011-03-15 19:22:36
    연합뉴스
"쓰나미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 그대로 튀어라", "물건을 챙기러 돌아오면 안된다" 태평양 연안에 위치,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의 직격을 받아 마을 전체가 황폐해진 일본 이와테(岩手)현 노다(野田) 마을. 15일 오전 쓰나미의 습격을 견뎌낸 친척의 주택 곳곳에 들러붙은 진흙을 청소하던 한 중년 남자는 교도(共同)통신 취재진에 "어릴때부터 지금 102살 된 할아버지로부터 여러차례 이런 말을 들어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11일 지진을 느낀 뒤 자동차를 몰고 할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달렸다. 바다에서는 6m에 달하는 거대한 물기둥이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이 남성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할아버지를 차에 태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향했다. 가재도구나 집에 걸어 놓았던 가족 사진, 평소 아끼던 책들은 그대로 둔 채였다. 그는 "쓰나미가 오면 일단 튀라는 말을 예부터 들어왔다"며 "이 말이 결국 할아버지와 나를 살렸다"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남성과 함께 정리를 하던 40대 여성도 "엄청난 쓰나미였지만, 주변 사람들이 마구 달려나가기에 나도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 60년째 양복점을 경영하는 나카노 게이사쿠(中野慶作.77)씨는 "손자 덕분에 살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양복점에 내에 있는 상품과 작업도구들은 토사와 진흙 범벅이었다. 그는 대지진 당시 가게가 크게 흔들렸지만 "설마 쓰나미가 오겠느냐"고 생각했다. 그 순간 "쓰나미니 피해요!"라는 손자의 절규가 귓전을 때렸다. 밖을 보니 높은 곳을 찾아 달리는 손자의 뒤로 거대한 물기둥이 보였다. 나카노씨는 "생각할 틈도 없이 옥상으로 뛰었다"며 "3층에 올랐더니 1층에는 토사가 뒤섞인 바닷물로 가득찼다"며 씁쓸해 했다. 이 마을에서는 300~400채의 집이 쓰나미에 떠내려갔다. 나카노씨처럼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 목숨을 구한 사람도 많았지만 15일 현재 47명이 숨지거나 행방불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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