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재 감독, 상무 농구 61연승 위업

입력 2011.03.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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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하는 법 가르치려 애씁니다"

"선수 때는 32연패도 해봤는데 감독이 돼서 61연승을 했다네요."

'불사조' 상무 농구단을 프로농구 2군 리그인 윈터리그에서 전승 우승으로 이끈 이훈재(44)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양정고와 성균관대를 거쳐 실업 기아자동차에서 선수로 뛰었던 이 감독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기아자동차 시절 허재, 강동희, 김유택 등 화려한 선수들의 뒤를 묵묵히 받치며 수비 전문 포워드로 궂은 일을 도맡아 했던 이 감독은 당시 1년에 지는 일이 몇 번 없을 정도였던 최강팀 기아자동차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로농구 출범 이후 동양(현 오리온스)으로 트레이드된 이 감독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프로농구 최다 연패 기록인 32연패 당시에도 주전 베스트 멤버로 활약했다.

이 감독은 "지도자로 변신해 여자농구 금호생명(현 KDB생명)에서 코치로 있을 때도 꼴찌도 해보고 우승도 해봤다"고 했다.

15일 끝난 2010-2011시즌 KBL 윈터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상무는 최근 61연승 행진 중이다.

2009년 12월 농구대잔치부터 시작한 '불사조'의 연승 행진은 2010년 KBL 윈터리그, 전국체전, 세계군인선수권, 농구대잔치에 이어 올해 윈터리그까지 끝날 줄을 몰랐다.

2월 말에 양희종, 전정규, 신명호 등 주축 선수들이 전역했어도 연승 행진은 계속됐다.

이 감독은 "좋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고 부대에서도 많은 관심을 두고 지원을 잘 해주셔서 좋은 성적이 났다"며 선수와 부대로 공을 돌렸다.

실제로 상무는 입대를 지원한 프로 선수들 가운데서 테스트를 거쳐 뽑을 만큼 자원이 늘 좋았던 팀이다.

최근 61연승에 비결에 대해 이 감독은 "어차피 상무에 오는 선수들은 기량이 좋다. 농구 기량도 중요하지만 희생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애쓴다"고 지도 철학을 얘기했다.

2004년 9월부터 상무를 이끈 그는 "선수 이전에 군인이기 때문에 와서 청소도 하고 풀도 뽑고 각종 작업도 해야 한다. 단체 생활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한다"며 "당장 농구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몰라도 앞으로 자기 인생에 플러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강 팀에도 있어보고 꼴찌 팀에도 있어본 이 감독의 풍부한 경험이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밑바탕이 된 셈이다.

군인 팀의 특성을 재미있게 소개하기도 했다.

농구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일병 때 병장들로 구성된 팀하고 경기하면 이길 것 같지만 못 이기더라는 것이다.

선수 구성원이 수시로 바뀌는 가운데서도 상무를 국내 대학 및 프로 2군 최강으로 조련해낸 이 감독은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치를 지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연승 숫자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팀을 맡고 있는 감독이기에 지기는 싫다는 말을 남기고 다음 주 상무 입대 지원자들의 실기 테스트를 준비해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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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훈재 감독, 상무 농구 61연승 위업
    • 입력 2011-03-16 11:24:24
    연합뉴스
"희생하는 법 가르치려 애씁니다" "선수 때는 32연패도 해봤는데 감독이 돼서 61연승을 했다네요." '불사조' 상무 농구단을 프로농구 2군 리그인 윈터리그에서 전승 우승으로 이끈 이훈재(44)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양정고와 성균관대를 거쳐 실업 기아자동차에서 선수로 뛰었던 이 감독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기아자동차 시절 허재, 강동희, 김유택 등 화려한 선수들의 뒤를 묵묵히 받치며 수비 전문 포워드로 궂은 일을 도맡아 했던 이 감독은 당시 1년에 지는 일이 몇 번 없을 정도였던 최강팀 기아자동차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로농구 출범 이후 동양(현 오리온스)으로 트레이드된 이 감독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프로농구 최다 연패 기록인 32연패 당시에도 주전 베스트 멤버로 활약했다. 이 감독은 "지도자로 변신해 여자농구 금호생명(현 KDB생명)에서 코치로 있을 때도 꼴찌도 해보고 우승도 해봤다"고 했다. 15일 끝난 2010-2011시즌 KBL 윈터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상무는 최근 61연승 행진 중이다. 2009년 12월 농구대잔치부터 시작한 '불사조'의 연승 행진은 2010년 KBL 윈터리그, 전국체전, 세계군인선수권, 농구대잔치에 이어 올해 윈터리그까지 끝날 줄을 몰랐다. 2월 말에 양희종, 전정규, 신명호 등 주축 선수들이 전역했어도 연승 행진은 계속됐다. 이 감독은 "좋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고 부대에서도 많은 관심을 두고 지원을 잘 해주셔서 좋은 성적이 났다"며 선수와 부대로 공을 돌렸다. 실제로 상무는 입대를 지원한 프로 선수들 가운데서 테스트를 거쳐 뽑을 만큼 자원이 늘 좋았던 팀이다. 최근 61연승에 비결에 대해 이 감독은 "어차피 상무에 오는 선수들은 기량이 좋다. 농구 기량도 중요하지만 희생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애쓴다"고 지도 철학을 얘기했다. 2004년 9월부터 상무를 이끈 그는 "선수 이전에 군인이기 때문에 와서 청소도 하고 풀도 뽑고 각종 작업도 해야 한다. 단체 생활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한다"며 "당장 농구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몰라도 앞으로 자기 인생에 플러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강 팀에도 있어보고 꼴찌 팀에도 있어본 이 감독의 풍부한 경험이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밑바탕이 된 셈이다. 군인 팀의 특성을 재미있게 소개하기도 했다. 농구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일병 때 병장들로 구성된 팀하고 경기하면 이길 것 같지만 못 이기더라는 것이다. 선수 구성원이 수시로 바뀌는 가운데서도 상무를 국내 대학 및 프로 2군 최강으로 조련해낸 이 감독은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치를 지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연승 숫자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팀을 맡고 있는 감독이기에 지기는 싫다는 말을 남기고 다음 주 상무 입대 지원자들의 실기 테스트를 준비해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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