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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공포에 썰렁해진 수산시장
입력 2011.03.29 (06:09) 연합뉴스
"일본산 생태 한 짝에 10만원 넘던 게 2만원까지 떨어졌어. 그런데도 사람들이 물건에 아예 손을 안 대. 12년 장사에 요즘이 제일 힘들어."

28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가락동 수산시장은 월요일인데도 손님이 없는데다 비까지 내려 썰렁한 기운만 가득했다. 상인들은 마냥 앉아 자리를 지키거나 서로 잡담을 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40여 개 업체가 늘어서 있었지만 손님을 상대하고 있는 가게는 한 두 곳에 불과했다.

소매상 '한우리수산'을 운영하는 강인영(45.여)씨는 "평소 같으면 이 시간까지 손님이 열 명 정도 왔을텐데 이제 겨우 다섯 명째"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생태를 늘어놓고 팔던 매대는 텅텅 비어있거나 국내산 대구 등 다른 수산물이 차지했다.

생태는 국내 판매량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하는데 동일본 대지진 이후 수입이 사실상 중단된데다 갖다 놔도 방사선 오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손님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고 한다.

강씨는 "생태를 취급했는데 지진이 난 뒤로는 안 들여놔. 팔리지도 않고 조업을 안 나가는지 물건도 없대"라며 하소연을 했다.

상인들은 생태 대신 국내산 대구나 갈치, 고등어를 팔아보려 하지만 이들 수산물은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르는 바람에 매출이 늘지는 않고 있다.

일본에 지진이 난 이후 소매가 기준으로 국산 갈치는 500g당 1만5천원에서 2만5천원선으로, 고등어는 한 상자에 3만8천원에서 5만원선까지 올랐다. 일본산 돔이 안 들어오면서 국산 돔 역시 ㎏당 2만5천원에서 3만원까지 뛰었다.

'영춘수산' 도매상 정은순(57.여)씨에게 일본산 생선 얘기를 꺼내자 "아이고, 말도 마"라며 손을 내저었다.

정씨는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안 팔려. 손님들이 거부하니까...일본산이라고 하면 그냥 고개를 돌려버려. 더 물어보지도 않아"라며 답답해했다.

대화 도중 주부로 보이는 한 손님이 매대에 놓인 갈치를 가리키며 원산지를 물었다.

정씨가 망설이다가 "일본산이에요"라고 대답하자 손님은 머뭇거리다가 발길을 돌렸다. 정씨는 "요즘에는 일본산이라고 말 안하면 큰일 나. 다들 예민해서 숨기면 안돼"라며 허탈한 듯 웃었다.

국내산 수산물이 달리자 평소 잘 안나가던 중국산 생선의 판매량이 늘었다고 정씨는 전했다. "예전에는 중국산 생선이 인기가 없었는데 요새는 많이 나가. 일본산을 못 사고 국산도 없으니까 이거라도 먹자는 거지 뭐"라고 그는 말했다.

방사선 공포가 커지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도 일본산 생선이 자취를 감췄다.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은 22일부터 일본산 생태 판매를 중단하고 원산지 표시를 눈에 잘 띄도록 배치했는데도 생선의 원산지를 되묻는 손님들이 많았다.

이곳에서 장을 보던 주부 심화자(65)씨는 "평소에 생선을 많이 먹는 편이지만 오늘은 국산 생물 고등어 한 마리만 샀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생태 대신 비슷한 국물 맛을 내는 국내산 대구를 권하지만 신통치 않다. 수산팀에서 일하는 홍승진(45)씨는 "대구는 값이 비싸기도 하고 동해 쪽 수산물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분위기 때문에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가정에서는 동해 바닷물을 타고 방사성 물질이 퍼져 국내산 생선도 오염되지 않을까 우려하며 아예 밥상에 생선을 올리지 않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주부 홍윤희(38)씨는 "국산은 믿고 사지만 아무래도 요새는 꺼림칙하다"고 했고 최고은(28.여)씨는 "생선을 안 먹는다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데 굳이 걱정하면서 사먹고 싶지는 않다"며 발길을 돌렸다.

하나로클럽 직원 정재광(33)씨는 "생산지와 가격을 실컷 물어보기만 하고 그냥 가는 사람들이 많다. 요새는 밤 10시 이후에 생선을 사면 한 마리를 얹어주는 행사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 근처 바닷물의 흐름을 따져볼 때 국내산 생선의 방사선 오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국립수산과학원 식품안전과 김지회 박사는 "방사선 때문에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문제가 된 후쿠시마는 태평양 연안에 위치해 있는데 그 앞을 흐르는 해류가 우리나라 쪽으로 들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은 안전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 방사선 공포에 썰렁해진 수산시장
    • 입력 2011-03-29 06:09:39
    연합뉴스
"일본산 생태 한 짝에 10만원 넘던 게 2만원까지 떨어졌어. 그런데도 사람들이 물건에 아예 손을 안 대. 12년 장사에 요즘이 제일 힘들어."

28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가락동 수산시장은 월요일인데도 손님이 없는데다 비까지 내려 썰렁한 기운만 가득했다. 상인들은 마냥 앉아 자리를 지키거나 서로 잡담을 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40여 개 업체가 늘어서 있었지만 손님을 상대하고 있는 가게는 한 두 곳에 불과했다.

소매상 '한우리수산'을 운영하는 강인영(45.여)씨는 "평소 같으면 이 시간까지 손님이 열 명 정도 왔을텐데 이제 겨우 다섯 명째"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생태를 늘어놓고 팔던 매대는 텅텅 비어있거나 국내산 대구 등 다른 수산물이 차지했다.

생태는 국내 판매량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하는데 동일본 대지진 이후 수입이 사실상 중단된데다 갖다 놔도 방사선 오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손님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고 한다.

강씨는 "생태를 취급했는데 지진이 난 뒤로는 안 들여놔. 팔리지도 않고 조업을 안 나가는지 물건도 없대"라며 하소연을 했다.

상인들은 생태 대신 국내산 대구나 갈치, 고등어를 팔아보려 하지만 이들 수산물은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르는 바람에 매출이 늘지는 않고 있다.

일본에 지진이 난 이후 소매가 기준으로 국산 갈치는 500g당 1만5천원에서 2만5천원선으로, 고등어는 한 상자에 3만8천원에서 5만원선까지 올랐다. 일본산 돔이 안 들어오면서 국산 돔 역시 ㎏당 2만5천원에서 3만원까지 뛰었다.

'영춘수산' 도매상 정은순(57.여)씨에게 일본산 생선 얘기를 꺼내자 "아이고, 말도 마"라며 손을 내저었다.

정씨는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안 팔려. 손님들이 거부하니까...일본산이라고 하면 그냥 고개를 돌려버려. 더 물어보지도 않아"라며 답답해했다.

대화 도중 주부로 보이는 한 손님이 매대에 놓인 갈치를 가리키며 원산지를 물었다.

정씨가 망설이다가 "일본산이에요"라고 대답하자 손님은 머뭇거리다가 발길을 돌렸다. 정씨는 "요즘에는 일본산이라고 말 안하면 큰일 나. 다들 예민해서 숨기면 안돼"라며 허탈한 듯 웃었다.

국내산 수산물이 달리자 평소 잘 안나가던 중국산 생선의 판매량이 늘었다고 정씨는 전했다. "예전에는 중국산 생선이 인기가 없었는데 요새는 많이 나가. 일본산을 못 사고 국산도 없으니까 이거라도 먹자는 거지 뭐"라고 그는 말했다.

방사선 공포가 커지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도 일본산 생선이 자취를 감췄다.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은 22일부터 일본산 생태 판매를 중단하고 원산지 표시를 눈에 잘 띄도록 배치했는데도 생선의 원산지를 되묻는 손님들이 많았다.

이곳에서 장을 보던 주부 심화자(65)씨는 "평소에 생선을 많이 먹는 편이지만 오늘은 국산 생물 고등어 한 마리만 샀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생태 대신 비슷한 국물 맛을 내는 국내산 대구를 권하지만 신통치 않다. 수산팀에서 일하는 홍승진(45)씨는 "대구는 값이 비싸기도 하고 동해 쪽 수산물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분위기 때문에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가정에서는 동해 바닷물을 타고 방사성 물질이 퍼져 국내산 생선도 오염되지 않을까 우려하며 아예 밥상에 생선을 올리지 않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주부 홍윤희(38)씨는 "국산은 믿고 사지만 아무래도 요새는 꺼림칙하다"고 했고 최고은(28.여)씨는 "생선을 안 먹는다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데 굳이 걱정하면서 사먹고 싶지는 않다"며 발길을 돌렸다.

하나로클럽 직원 정재광(33)씨는 "생산지와 가격을 실컷 물어보기만 하고 그냥 가는 사람들이 많다. 요새는 밤 10시 이후에 생선을 사면 한 마리를 얹어주는 행사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 근처 바닷물의 흐름을 따져볼 때 국내산 생선의 방사선 오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국립수산과학원 식품안전과 김지회 박사는 "방사선 때문에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문제가 된 후쿠시마는 태평양 연안에 위치해 있는데 그 앞을 흐르는 해류가 우리나라 쪽으로 들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은 안전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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