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지친 초등학생, 정신건강 ‘위태위태’

입력 2011.04.0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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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초등학생 사교육비가 고등학생보다 더 든다는 거 알고 계시나요?

초등학생 한 명이 지난해 쓴 사교육비는 평균 24만 5천 원으로 고등학생의 21만 8천 원보다 많았습니다.

또 초등학생의 87%가 사교육을 받고 있는 걸로 조사됐는데요.

온종일 이어지는 학원과외로 숨돌릴 틈이 없는 어린이들의 일상, 박대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다시 짐을 꾸립니다.

부모가 모두 직장에 나가 있어 혼자 학원을 돌며 수업을 듣습니다.

<인터뷰> 이창윤(초등학생) : "영어는 월·화·수·목·금 피아노는 월·수·금 문예원(국어)은 화·목, 축구는 토요일요."

초등학교 저학년인 이 어린이들은 하루 보통 서너 곳씩 학원을 다닙니다.

<녹취> "(여러분들 하루에 학원 몇 개 씩 다니세요?) 두 개요! 네 개요! 세 개요! 세 개요!"

<인터뷰> 최다은(초등학생) : "영어학원, 수학학원, 미술학원, 그 다음에 스케줄 비는 한 시간 놀고 동영상 (강의 수강)하고 그렇게 해요."

빡빡한 일정 탓에 친구들과 하루 2,3십분 어울리기도 빠듯합니다.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늘면서 학교가 마친 오후에도 놀이터는 이처럼 텅 비어있습니다.

창윤이의 다음 코스는 피아노학원, 영어 마치는 때가 바로 피아노 시작 시간이라 한눈 팔 새가 없습니다.

<인터뷰> 김하연(피아노 학원 교사) : "힘든가 보구나 하고 물어보면, 오늘 학원을 어디 갔다왔고, 또 어디로 가야 해요.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어둑해질 무렵, 학원 문을 나선 어린이들은 집이 아니라 또 다음 학원으로 발길을 재촉합니다.

KBS 뉴스 박대깁니다.

<앵커 멘트>

이처럼 초등학생들까지 학원에 내몰리면서 어린이들의 정신건강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과도한 사교육을 받고 있는 어린이 세 명 중 한 명이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충헌 의학전문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초등학교 2학년인 시호와 수호는 웃음이 그칠 새가 없을 정도로 밝고 활기찹니다.

피아노 학원 이외에는 사교육을 받지 않고, 방과 후 집에서 놀거나 엄마와 책을 봅니다.

<인터뷰> 김선미(서울 방배동) : "놀 시간이 없겠죠. 친구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그렇고 웃을 일이 별로 없지 않을까요?"

경기도 군포시의 초등학교 1학년을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2시간 동안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교육 시간이 길수록 우울증상과 공격성, 문제행동이 늘어나는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특히, 하루 4시간 이상 사교육을 받는 어린이의 30%가 우울증상을 호소했습니다.

<인터뷰> 홍현주(한림대성심병원 정신과) : "공부와 관련된 자극을 재미없는 자극으로 인식합니다. 어릴때부터 학습적인 부담감이 굉장히 큰 스트레스 요소이구요."

실제로 사교육을 하루 3시간 이상 받는 어린이는 부모와 지내는 시간보다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친구나 엄마로부터의 사회적 자극이 줄면 창의성과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또, 과도한 학습은 스트레스로 작용해 오히려 뇌발달을 저해합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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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원에 지친 초등학생, 정신건강 ‘위태위태’
    • 입력 2011-04-02 21:42:49
    뉴스 9
<앵커 멘트> 초등학생 사교육비가 고등학생보다 더 든다는 거 알고 계시나요? 초등학생 한 명이 지난해 쓴 사교육비는 평균 24만 5천 원으로 고등학생의 21만 8천 원보다 많았습니다. 또 초등학생의 87%가 사교육을 받고 있는 걸로 조사됐는데요. 온종일 이어지는 학원과외로 숨돌릴 틈이 없는 어린이들의 일상, 박대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다시 짐을 꾸립니다. 부모가 모두 직장에 나가 있어 혼자 학원을 돌며 수업을 듣습니다. <인터뷰> 이창윤(초등학생) : "영어는 월·화·수·목·금 피아노는 월·수·금 문예원(국어)은 화·목, 축구는 토요일요." 초등학교 저학년인 이 어린이들은 하루 보통 서너 곳씩 학원을 다닙니다. <녹취> "(여러분들 하루에 학원 몇 개 씩 다니세요?) 두 개요! 네 개요! 세 개요! 세 개요!" <인터뷰> 최다은(초등학생) : "영어학원, 수학학원, 미술학원, 그 다음에 스케줄 비는 한 시간 놀고 동영상 (강의 수강)하고 그렇게 해요." 빡빡한 일정 탓에 친구들과 하루 2,3십분 어울리기도 빠듯합니다.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늘면서 학교가 마친 오후에도 놀이터는 이처럼 텅 비어있습니다. 창윤이의 다음 코스는 피아노학원, 영어 마치는 때가 바로 피아노 시작 시간이라 한눈 팔 새가 없습니다. <인터뷰> 김하연(피아노 학원 교사) : "힘든가 보구나 하고 물어보면, 오늘 학원을 어디 갔다왔고, 또 어디로 가야 해요.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어둑해질 무렵, 학원 문을 나선 어린이들은 집이 아니라 또 다음 학원으로 발길을 재촉합니다. KBS 뉴스 박대깁니다. <앵커 멘트> 이처럼 초등학생들까지 학원에 내몰리면서 어린이들의 정신건강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과도한 사교육을 받고 있는 어린이 세 명 중 한 명이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충헌 의학전문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초등학교 2학년인 시호와 수호는 웃음이 그칠 새가 없을 정도로 밝고 활기찹니다. 피아노 학원 이외에는 사교육을 받지 않고, 방과 후 집에서 놀거나 엄마와 책을 봅니다. <인터뷰> 김선미(서울 방배동) : "놀 시간이 없겠죠. 친구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그렇고 웃을 일이 별로 없지 않을까요?" 경기도 군포시의 초등학교 1학년을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2시간 동안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교육 시간이 길수록 우울증상과 공격성, 문제행동이 늘어나는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특히, 하루 4시간 이상 사교육을 받는 어린이의 30%가 우울증상을 호소했습니다. <인터뷰> 홍현주(한림대성심병원 정신과) : "공부와 관련된 자극을 재미없는 자극으로 인식합니다. 어릴때부터 학습적인 부담감이 굉장히 큰 스트레스 요소이구요." 실제로 사교육을 하루 3시간 이상 받는 어린이는 부모와 지내는 시간보다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친구나 엄마로부터의 사회적 자극이 줄면 창의성과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또, 과도한 학습은 스트레스로 작용해 오히려 뇌발달을 저해합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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