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키운 방사능 보도

입력 2011.04.1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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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방사성 물질이 전국에서 검출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인체에 해롭지 않을 정도의 극소량이라고 발표했지만 국민들은 쉽게 믿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언론은 이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보도해야 할까요 ?

방사성 물질과 관련한 언론보도의 문제점 짚어봅니다.

은준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방사성 물질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데요.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이 이런 불안감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

<답변>

네, 그렇습니다.

정부가 원전 사고가 처음 일어났을때 방사능 유입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뒤집었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방사성 물질이 직접 유입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파장은 확산됐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붕괴된 다음날인 지난달 13일.

기상청은 우리나라에 방사성 물질이 직접 유입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습니다.

편서풍이 불면 방사성 물질이 일본 동남쪽인 태평양 쪽으로 날아간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부분 언론도 우리나라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녹취>KBS 뉴스9 : “방사능 기체가 당장 우리나라로 넘어올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녹취>동아일보 : “높이 3km까지는 방사성 물질이 올라가야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올 수 있지만 현재 1.5km 위의 바람은 동쪽(태평양)쪽으로 불고 있어 우리나라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지난달 27일부터 강원도 지역에서 제논과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습니다.

또 지난 3일에는 방사성 물질이 직접 유입될 수 있다는 노르웨이 대기연구소의 분석까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기상청은 방사성 물질이 우리나라에도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녹취>김승배(기상청 대변인) : "동중국 해상에 오염된 물질이 가득 차 있다고 전제한다면 남서기류를 따라 우리나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뒤늦게 정부가 말을 바꾸고 늑장 대응을 했다며 비판했습니다.

<녹취>KBS 뉴스 9 : “정부는 특별한 준비는 필요 없다고 밝혔지만, 인터넷 등지엔 이번에도 외국의 예측 자료가 나온 뒤에야 뒤늦게 대응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독>동아일보 : “지난달 29일 동풍 영향으로 방사성 유입이 가능하다고 말을 바꾼데 이어 또 다시 일본에서 직접 바람이 온다고 밝혀 과연 전문성이 있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당초 정부 발표를 단순히 전달하는데 그쳤다는 점에서 언론도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인터뷰>성동규(중앙대학교 교수) : “우리 언론은 정부의 발표나 외국 언론의 보도 내용에 의존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다보니까 도리어 시청자들이 스마트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 사이에 여전히 뒷북을 칠 수 밖에 없는 취재력 빈곤을 여실히 드러낸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정부가 입장을 바꾸면서 불신을 자초한 셈인데요, 이후에 방사능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까 ?

정부는 이번에도 안전하다고 밝혔지만 국민 대부분은 집 밖으로 나가기를 주저했는데요, 언론은 어떤 시각으로 보도 했나요 ?

<답변>

네, 언론은 이번에도 안전하다는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전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놓고는 불안감을 부각시켰습니다.

방사능 비가 내렸던 지난 7일.

기상청은 제주 지역 빗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지만 인체에는 영향을 줄 수 없는 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MBC, SBS 방송 3사도 이날 저녁 뉴스로 정부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녹취>SBS 8시 뉴스 : “요오드가 최고 농도를 기준으로 2.77베크럴, 세슘 137과 세슘 134는 각각 0.988베크렐과 1.01베크렐이 검출됐습니다.”

<녹취>KBS 뉴스9 : “일반인에 대한 연간 피폭 허용치와 비교하면 요오드는 1/20, 세슘은 1/110에 불과한 매우 적은 양입니다.”

<녹취>MBC 뉴스데스크 : “빗물의 방사능 농도로 볼 때 제주도의 방사능 물질은 일본 남쪽을 따라 내려간 뒤 남서풍을 타고 온 게 아니라 편서풍을 타고 지구를 돌아온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다음날 대부분의 신문도 정부의 발표를 전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내린 방사능 빗물을 마시더라도 안전하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녹취>동아일보 : “6,7일 제주도에서 내린 비에서 방사성 요오드와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으나 인체에는 영향이 없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녹취>조선일보 : “수돗물뿐 아니라 6일 제주도에 내린 빗물이 매일 2리터 씩 2년간 마셔도 X선 촬영을 1.4번 한 정도 밖에 안 된다.“

<녹취>경향신문 : “윤철호 원자력 안전기술원장은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방사성 물질이 직접 유인될 수 있다고 예상한 시간대에 제주에서 오히려 방사능 물질이 줄거나 검출되지 않았다. 며...”

하지만 안전하다는 방사능 비를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전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강조했고, 요오드가 포함된 식품이나 소금 등의 사재기 조짐을 부각시키기도 했습니다.

<녹취>SBS 8시뉴스 : “방사능 오염 치료 효과가 있는 요오드가 함유된 제품은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녹취>중앙일보 : “주부 김영민 씨는 1kg짜리 천일염을 열 봉지나 카트에 쓸어 담았다. 이날 김 씨가 구입한 소금은 총 16kg으로 4인 가족이 1년은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한편으로 적은 양이기 때문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정부의 발표를 인용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우려하는 국민들 모습을 부각해 결과적으로 불안감을 가중시킨 셈입니다.

<인터뷰>성동규(중앙대학교 교수) : “이중적인 보도야말로 우리 언론이 재난방송을 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의 현주소라고 생각됩니다. 취재시스템이 일관되지 못하고, 구체적으로 이런 것을 탐사하고 사실을 규명하려고 하는 전문성이나 노력 역시도 부족하다고 보니까..”

<질문>

안전하지만 비는 피해라...국민들은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는데요.

언론은 정부의 발표외에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해 이번 사태를 진단했는데요, 문제점은 없었습니까 ?

<답변>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했지만 상반된 내용을 전해 혼란을 주었고, 전문가들도 정부쪽 인사로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은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이 인체에 영향이 없다고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견해를 소개했습니다.

<녹취>한겨레신문 : “하미나 단국대학교 교수는 극미량의 방사선 노출도 유전적 특성 등 사람에 다라 암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제한치 이하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반대로 핵의학 권위자의 말을 빌려 우리나라로 날아온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조선일보 : “지속적으로 노출되더라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 이보다는 도심 배기가스가 더 유해하고 담배를 피우는 것이 더 치명적이다.”

전문가의 견해를 빌어 과학적 가능성을 따져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상반된 내용 때문에 국민들은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취재원이 편중된 것도 문제입니다.

미디어 비평 취재팀은 방사성 물질 보도가 집중됐던 지난 5일부터 엿새동안 방송3사 메인뉴스에 등장한 취재원을 분석했습니다.

KBS 뉴스는 기상청과 원자력 안전기술원 등 정부 기관 소속 전문가들이 7차례 출연했지만 의사나 교수 등 민간 전문가의 견해는 4차례에 그쳤습니다.

MBC는 정부 기관 전문가들이 5차례 출연했지만 민간 전문가는 없었습니다.

SBS 역시 정부 기관 전문가들은 9차례 출연한 반면 민간 전문가 출연은 4차례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분석한 결과 방사성 물질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안전하다는 정부 입장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장하용(동국대학교 교수) : "방사능이 올 가능성 크다는 점을 파악하고 그것이 사실로 드러났을 경우 언론은 정부 발표를 그대로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를 다양하게 활용해서 이와 같은 방사능 위험성이 실제 어떤 것이 구체적이고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게 필요하다는 겁니다."

<질문>

앞서 언론사의 성향에 따라 방사성 물질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색깔론까지 등장했죠 ?

<답변>

네, 그렇습니다.

논란의 시작은 일부 보수성향 언론이 방사능 공포가 확산된 배경을 지목하면서 불거졌습니다.

방사능 비가 내린 다음날 조선일보는 방사능 공포가 과장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부 좌파 성향 단체와 매체가 근거 없이 방사능 공포를 부풀렸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정부에 방사능 비 대책을 요구한 시민단체 가운데 절반 이상이 3년 전 광우병 파동 당시 활동했던 단체라고 전했습니다.

<녹취>조선일보 : “공동행동 49개 단체 가운데 28개는 3년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소속됐던 단체들이 한국진보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으로 구성됐다.”

중앙일보도 사설을 통해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할 수 있도록 한 경기도 교육청을 비판했습니다.

<녹취>중앙일보 사설 :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려깊은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당국이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가 아니라 불안감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다음날 진보성향 신문들은 무책임한 이념 공세라며 상반된 입장을 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보수 언론들이 정부를 편들며 이념에 따라 여론을 나누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경향신문 : “정부의 방사능 대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보수 언론들이 정부 거들기에 나섰다. 이들은 좌파단체들이 근거 없는 방사능 공포를 조장했다며 여론을 정부 대 반정부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한겨레신문도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에게 무리하게 색깔론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한겨레신문 : “이념적 성향과 무관하게 국민 누구나 염려하는 방사능 문제에 대해 체제 불순세력, 좌파 등의 용어를 써가며 색깔론을 들이대는 것은 역풍에 부닥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정치적 성향이 다른 언론사간에 서로 다른 분석과 주장을 내놓고 있다며, 이는 불필요한 갈등과 분열만 낳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장하용(동국대학교 교수) : “어떤 정치 영역에서 나오는 사실이나 주장같은 것들이 실제로 어떤 가치가 있는가 그리고 보도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대한 분명한 필터링 과정을 거쳐서 언론은 보도를 결정해야 겠지요.”

국민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경험해보지도 못한 방사능이라는 위험을 맞았습니다.

정부는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말을 바꾸면서 불신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정부의 발표만 전한 것은 아닌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되짚어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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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신 키운 방사능 보도
    • 입력 2011-04-16 08:42:15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방사성 물질이 전국에서 검출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인체에 해롭지 않을 정도의 극소량이라고 발표했지만 국민들은 쉽게 믿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언론은 이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보도해야 할까요 ? 방사성 물질과 관련한 언론보도의 문제점 짚어봅니다. 은준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방사성 물질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데요.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이 이런 불안감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 <답변> 네, 그렇습니다. 정부가 원전 사고가 처음 일어났을때 방사능 유입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뒤집었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방사성 물질이 직접 유입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파장은 확산됐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붕괴된 다음날인 지난달 13일. 기상청은 우리나라에 방사성 물질이 직접 유입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습니다. 편서풍이 불면 방사성 물질이 일본 동남쪽인 태평양 쪽으로 날아간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부분 언론도 우리나라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녹취>KBS 뉴스9 : “방사능 기체가 당장 우리나라로 넘어올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녹취>동아일보 : “높이 3km까지는 방사성 물질이 올라가야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올 수 있지만 현재 1.5km 위의 바람은 동쪽(태평양)쪽으로 불고 있어 우리나라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지난달 27일부터 강원도 지역에서 제논과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습니다. 또 지난 3일에는 방사성 물질이 직접 유입될 수 있다는 노르웨이 대기연구소의 분석까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기상청은 방사성 물질이 우리나라에도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녹취>김승배(기상청 대변인) : "동중국 해상에 오염된 물질이 가득 차 있다고 전제한다면 남서기류를 따라 우리나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뒤늦게 정부가 말을 바꾸고 늑장 대응을 했다며 비판했습니다. <녹취>KBS 뉴스 9 : “정부는 특별한 준비는 필요 없다고 밝혔지만, 인터넷 등지엔 이번에도 외국의 예측 자료가 나온 뒤에야 뒤늦게 대응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독>동아일보 : “지난달 29일 동풍 영향으로 방사성 유입이 가능하다고 말을 바꾼데 이어 또 다시 일본에서 직접 바람이 온다고 밝혀 과연 전문성이 있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당초 정부 발표를 단순히 전달하는데 그쳤다는 점에서 언론도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인터뷰>성동규(중앙대학교 교수) : “우리 언론은 정부의 발표나 외국 언론의 보도 내용에 의존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다보니까 도리어 시청자들이 스마트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 사이에 여전히 뒷북을 칠 수 밖에 없는 취재력 빈곤을 여실히 드러낸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정부가 입장을 바꾸면서 불신을 자초한 셈인데요, 이후에 방사능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까 ? 정부는 이번에도 안전하다고 밝혔지만 국민 대부분은 집 밖으로 나가기를 주저했는데요, 언론은 어떤 시각으로 보도 했나요 ? <답변> 네, 언론은 이번에도 안전하다는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전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놓고는 불안감을 부각시켰습니다. 방사능 비가 내렸던 지난 7일. 기상청은 제주 지역 빗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지만 인체에는 영향을 줄 수 없는 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MBC, SBS 방송 3사도 이날 저녁 뉴스로 정부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녹취>SBS 8시 뉴스 : “요오드가 최고 농도를 기준으로 2.77베크럴, 세슘 137과 세슘 134는 각각 0.988베크렐과 1.01베크렐이 검출됐습니다.” <녹취>KBS 뉴스9 : “일반인에 대한 연간 피폭 허용치와 비교하면 요오드는 1/20, 세슘은 1/110에 불과한 매우 적은 양입니다.” <녹취>MBC 뉴스데스크 : “빗물의 방사능 농도로 볼 때 제주도의 방사능 물질은 일본 남쪽을 따라 내려간 뒤 남서풍을 타고 온 게 아니라 편서풍을 타고 지구를 돌아온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다음날 대부분의 신문도 정부의 발표를 전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내린 방사능 빗물을 마시더라도 안전하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녹취>동아일보 : “6,7일 제주도에서 내린 비에서 방사성 요오드와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으나 인체에는 영향이 없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녹취>조선일보 : “수돗물뿐 아니라 6일 제주도에 내린 빗물이 매일 2리터 씩 2년간 마셔도 X선 촬영을 1.4번 한 정도 밖에 안 된다.“ <녹취>경향신문 : “윤철호 원자력 안전기술원장은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방사성 물질이 직접 유인될 수 있다고 예상한 시간대에 제주에서 오히려 방사능 물질이 줄거나 검출되지 않았다. 며...” 하지만 안전하다는 방사능 비를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전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강조했고, 요오드가 포함된 식품이나 소금 등의 사재기 조짐을 부각시키기도 했습니다. <녹취>SBS 8시뉴스 : “방사능 오염 치료 효과가 있는 요오드가 함유된 제품은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녹취>중앙일보 : “주부 김영민 씨는 1kg짜리 천일염을 열 봉지나 카트에 쓸어 담았다. 이날 김 씨가 구입한 소금은 총 16kg으로 4인 가족이 1년은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한편으로 적은 양이기 때문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정부의 발표를 인용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우려하는 국민들 모습을 부각해 결과적으로 불안감을 가중시킨 셈입니다. <인터뷰>성동규(중앙대학교 교수) : “이중적인 보도야말로 우리 언론이 재난방송을 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의 현주소라고 생각됩니다. 취재시스템이 일관되지 못하고, 구체적으로 이런 것을 탐사하고 사실을 규명하려고 하는 전문성이나 노력 역시도 부족하다고 보니까..” <질문> 안전하지만 비는 피해라...국민들은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는데요. 언론은 정부의 발표외에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해 이번 사태를 진단했는데요, 문제점은 없었습니까 ? <답변>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했지만 상반된 내용을 전해 혼란을 주었고, 전문가들도 정부쪽 인사로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은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이 인체에 영향이 없다고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견해를 소개했습니다. <녹취>한겨레신문 : “하미나 단국대학교 교수는 극미량의 방사선 노출도 유전적 특성 등 사람에 다라 암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제한치 이하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반대로 핵의학 권위자의 말을 빌려 우리나라로 날아온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조선일보 : “지속적으로 노출되더라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 이보다는 도심 배기가스가 더 유해하고 담배를 피우는 것이 더 치명적이다.” 전문가의 견해를 빌어 과학적 가능성을 따져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상반된 내용 때문에 국민들은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취재원이 편중된 것도 문제입니다. 미디어 비평 취재팀은 방사성 물질 보도가 집중됐던 지난 5일부터 엿새동안 방송3사 메인뉴스에 등장한 취재원을 분석했습니다. KBS 뉴스는 기상청과 원자력 안전기술원 등 정부 기관 소속 전문가들이 7차례 출연했지만 의사나 교수 등 민간 전문가의 견해는 4차례에 그쳤습니다. MBC는 정부 기관 전문가들이 5차례 출연했지만 민간 전문가는 없었습니다. SBS 역시 정부 기관 전문가들은 9차례 출연한 반면 민간 전문가 출연은 4차례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분석한 결과 방사성 물질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안전하다는 정부 입장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장하용(동국대학교 교수) : "방사능이 올 가능성 크다는 점을 파악하고 그것이 사실로 드러났을 경우 언론은 정부 발표를 그대로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를 다양하게 활용해서 이와 같은 방사능 위험성이 실제 어떤 것이 구체적이고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게 필요하다는 겁니다." <질문> 앞서 언론사의 성향에 따라 방사성 물질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색깔론까지 등장했죠 ? <답변> 네, 그렇습니다. 논란의 시작은 일부 보수성향 언론이 방사능 공포가 확산된 배경을 지목하면서 불거졌습니다. 방사능 비가 내린 다음날 조선일보는 방사능 공포가 과장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부 좌파 성향 단체와 매체가 근거 없이 방사능 공포를 부풀렸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정부에 방사능 비 대책을 요구한 시민단체 가운데 절반 이상이 3년 전 광우병 파동 당시 활동했던 단체라고 전했습니다. <녹취>조선일보 : “공동행동 49개 단체 가운데 28개는 3년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소속됐던 단체들이 한국진보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으로 구성됐다.” 중앙일보도 사설을 통해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할 수 있도록 한 경기도 교육청을 비판했습니다. <녹취>중앙일보 사설 :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려깊은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당국이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가 아니라 불안감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다음날 진보성향 신문들은 무책임한 이념 공세라며 상반된 입장을 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보수 언론들이 정부를 편들며 이념에 따라 여론을 나누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경향신문 : “정부의 방사능 대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보수 언론들이 정부 거들기에 나섰다. 이들은 좌파단체들이 근거 없는 방사능 공포를 조장했다며 여론을 정부 대 반정부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한겨레신문도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에게 무리하게 색깔론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한겨레신문 : “이념적 성향과 무관하게 국민 누구나 염려하는 방사능 문제에 대해 체제 불순세력, 좌파 등의 용어를 써가며 색깔론을 들이대는 것은 역풍에 부닥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정치적 성향이 다른 언론사간에 서로 다른 분석과 주장을 내놓고 있다며, 이는 불필요한 갈등과 분열만 낳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장하용(동국대학교 교수) : “어떤 정치 영역에서 나오는 사실이나 주장같은 것들이 실제로 어떤 가치가 있는가 그리고 보도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대한 분명한 필터링 과정을 거쳐서 언론은 보도를 결정해야 겠지요.” 국민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경험해보지도 못한 방사능이라는 위험을 맞았습니다. 정부는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말을 바꾸면서 불신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정부의 발표만 전한 것은 아닌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되짚어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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