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교육·보육 유치원과 ‘나란히’

입력 2011.05.02 (10:29) 수정 2011.05.0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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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일 발표한 '만 5세 공통과정' 도입 계획은 어린이집 보육·교육의 질을 유치원과 똑같은 수준으로 맞춰 형평성을 기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또 그동안 만 5세 유아에게 투자되던 국고 및 지방비를 보육교사 처우개선 및 시설 현대화에 계속 지원키로 해, 보육시설의 질도 전반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이날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유치원과 보육시설의 만 5세 유아에 대해 '만 5세 공통과정'이라는 표준화한 교육 및 보육 과정을 적용키로 했다.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 소관의 유치원은 '유치원 교육과정', 보건복지부 소관인 보육시설은 '표준보육과정'에 따라 보육과 교육 활동이 이뤄져왔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시설의 교육 및 보육 질이 유치원에 비해 떨어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유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교사 처우는 어린이집 보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 린덴바움 어린이집의 황은식(52·여) 원장은 "어린이집 보육의 질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처우 때문에 양질의 교사를 채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특히 영유아보육법상 교사의 하루 근무시간은 12시간이지만 노동법이 정한 근로시간은 8시간"이라며 "차이가 나는 4시간분의 처우는 그동안 시설 대표가 감수해야 했고 이 때문에 보육시설 교사에 대한 처우가 떨어지고, 질 좋은 교사들이 유치원으로 몰리면서 보육시설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보육의 질 차이는 곧바로 초등교육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인생의 출발선에서부터 교육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생애 초기 가정환경과 소득 격차에 따라 발생하는 기본 학습능력의 격차는 이후 성장과정에서 누적적인 교육격차를 발생시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유아교육 기관을 경험하거나 유아기에 질 높은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초등학교 이후에도 학교 성적이 우수하며, 영유아기에 정해진 정신 및 행동 패턴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는 교정이 어렵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이런 이유로 북미나 유럽권의 대부분 국가는 'K 학년제'를 도입하거나 교사의 자격기준을 강화하는 방법 등으로 취학 직전 1년간의 교육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교육·보육 과정을 통합한 '공통과정'을 적용해 초등교육에 필요한 기본소양을 똑같이 길러주는 것은 인생의 출발점에 선 아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런 계획을 현실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유치원과 보육시설의 만 5세 공통과정 담당자의 자격을 유치원 교사 1·2급, 보육교사 1·2급으로 제한하고, 이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만 5세 아동 교육·보육비 지원금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충당하는 대신, 그동안 보육비로 지원되던 연간 약 2천억원의 국고 및 지방비는 보육교사 처우개선 및 시설 현대화 등에 계속 지원키로 했다.

이를 통해 만 5세 아동은 물론 만 3~4세 아동에 대한 보육서비스 질 개선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서영숙 교수는 "이번 대책은 정부가 유아 교육과 보육의 질을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육시설 교사 등의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측면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그러나 보육시설 교사의 근무여건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황 원장은 "보육비로 지원되던 국고 및 지방비를 보육서비스 질 개선에 쓰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며 "앞으로도 보육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이 더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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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집 교육·보육 유치원과 ‘나란히’
    • 입력 2011-05-02 10:29:27
    • 수정2011-05-02 10:35:46
    연합뉴스
정부가 2일 발표한 '만 5세 공통과정' 도입 계획은 어린이집 보육·교육의 질을 유치원과 똑같은 수준으로 맞춰 형평성을 기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또 그동안 만 5세 유아에게 투자되던 국고 및 지방비를 보육교사 처우개선 및 시설 현대화에 계속 지원키로 해, 보육시설의 질도 전반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이날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유치원과 보육시설의 만 5세 유아에 대해 '만 5세 공통과정'이라는 표준화한 교육 및 보육 과정을 적용키로 했다.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 소관의 유치원은 '유치원 교육과정', 보건복지부 소관인 보육시설은 '표준보육과정'에 따라 보육과 교육 활동이 이뤄져왔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시설의 교육 및 보육 질이 유치원에 비해 떨어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유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교사 처우는 어린이집 보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 린덴바움 어린이집의 황은식(52·여) 원장은 "어린이집 보육의 질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처우 때문에 양질의 교사를 채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특히 영유아보육법상 교사의 하루 근무시간은 12시간이지만 노동법이 정한 근로시간은 8시간"이라며 "차이가 나는 4시간분의 처우는 그동안 시설 대표가 감수해야 했고 이 때문에 보육시설 교사에 대한 처우가 떨어지고, 질 좋은 교사들이 유치원으로 몰리면서 보육시설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보육의 질 차이는 곧바로 초등교육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인생의 출발선에서부터 교육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생애 초기 가정환경과 소득 격차에 따라 발생하는 기본 학습능력의 격차는 이후 성장과정에서 누적적인 교육격차를 발생시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유아교육 기관을 경험하거나 유아기에 질 높은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초등학교 이후에도 학교 성적이 우수하며, 영유아기에 정해진 정신 및 행동 패턴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는 교정이 어렵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이런 이유로 북미나 유럽권의 대부분 국가는 'K 학년제'를 도입하거나 교사의 자격기준을 강화하는 방법 등으로 취학 직전 1년간의 교육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교육·보육 과정을 통합한 '공통과정'을 적용해 초등교육에 필요한 기본소양을 똑같이 길러주는 것은 인생의 출발점에 선 아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런 계획을 현실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유치원과 보육시설의 만 5세 공통과정 담당자의 자격을 유치원 교사 1·2급, 보육교사 1·2급으로 제한하고, 이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만 5세 아동 교육·보육비 지원금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충당하는 대신, 그동안 보육비로 지원되던 연간 약 2천억원의 국고 및 지방비는 보육교사 처우개선 및 시설 현대화 등에 계속 지원키로 했다. 이를 통해 만 5세 아동은 물론 만 3~4세 아동에 대한 보육서비스 질 개선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서영숙 교수는 "이번 대책은 정부가 유아 교육과 보육의 질을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육시설 교사 등의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측면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그러나 보육시설 교사의 근무여건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황 원장은 "보육비로 지원되던 국고 및 지방비를 보육서비스 질 개선에 쓰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며 "앞으로도 보육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이 더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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