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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 자살 금감원 직원 “매장될까 두려웠다”
입력 2011.05.04 (11:00) 연합뉴스
"우리 회사(금융감독원)는 한번 이런 사태에 연관돼 이름이 오르내리면 그 자체로 조직에서 문제가 된다. 매장될 수도 있다"

지난 3일 투신자살한 금융감독원 수석조사역 김모(43)씨는 부인이 영업정지 전 저축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한 문제를 놓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 부산지원에 근무하는 김씨의 동료 직원은 4일 김씨의 부인이 전날 경찰에서 진술하는 것을 옆에서 듣고 이 같은 진술 내용을 전했다. 이 직원은 "고인에게 추호도 오명이 없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방송국 PD로 근무하는 김씨의 부인은 지난 2월17일 오전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직장이 있는 부산 남천동의 부산2저축은행 지점을 찾았다.

이미 객장 밖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사람들은 "모기업인 부산저축은행이 오늘 영업정지됐으니 조만간 부산2저축은행도 영업정지될지 모른다"며 "무조건 줄을 서서 예금을 찾아야 한다"고 아우성이었다.

김씨의 부인도 부리나케 번호표를 뽑아서 1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본인과 자녀 명의로 예금한 원리금 5천900만원을 찾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2명의 명의로 돼 있기 때문에 전액 예금보호를 받을 수 있었지만, 당시는 누구라도 돈을 찾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받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이 지난달 28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서 본인이나 가족 등이 돈을 찾은 사람은 자진신고하도록 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부인은 경찰 조사에서 "그날 이후로 집에 와서 계속 관련자 조사 등등 거론하며 걱정을 계속 하더라"고 회고했다.

"내 돈 내가 번호표 뽑고 줄 서서 정당하게 인출했고, 그때는 부산2저축은행은 영업정지도 아니고 정상영업 중이었는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따졌지만, 김씨는 `서슬 퍼런' 금감원의 조직 문화가 걱정이었다.

그는 "우리 회사는 다르다. 한 번 이런 사태에 연관돼 이름이 오르내리면 일단 그 자체로 조직 내에서 문제가 되고 매장될 수도 있다"며 전전긍긍했다는 게 부인의 진술.

"도대체 무슨 그런 놈의 융통성 없는 직장이 다 있느냐, 정 싫으면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만둘 수도 없다"는 게 김씨의 대답이었다.

부인은 "그런 남편을 보고 내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처럼 느껴져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더 하실 말씀이 있느냐'는 담당 경찰관의 질문에 부인은 "내가 내 예금을, 그것도 남들과 똑같이 번호표를 뽑고 줄 서서 찾아왔는데, 이게 사람을 그렇게 못 견디게 괴롭히고 죽게 만들 정도로 내가 정말 그런 죄를 지은 거냐"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김씨의 동료 직원은 전했다.

이 직원은 "김씨의 부인이 `그 회사는 정말 그런 회사냐'며 눈물을 흘리면서 물었지만, 나도 눈물만 쏟을 뿐 뭐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 투신 자살 금감원 직원 “매장될까 두려웠다”
    • 입력 2011-05-04 11:00:08
    연합뉴스
"우리 회사(금융감독원)는 한번 이런 사태에 연관돼 이름이 오르내리면 그 자체로 조직에서 문제가 된다. 매장될 수도 있다"

지난 3일 투신자살한 금융감독원 수석조사역 김모(43)씨는 부인이 영업정지 전 저축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한 문제를 놓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 부산지원에 근무하는 김씨의 동료 직원은 4일 김씨의 부인이 전날 경찰에서 진술하는 것을 옆에서 듣고 이 같은 진술 내용을 전했다. 이 직원은 "고인에게 추호도 오명이 없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방송국 PD로 근무하는 김씨의 부인은 지난 2월17일 오전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직장이 있는 부산 남천동의 부산2저축은행 지점을 찾았다.

이미 객장 밖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사람들은 "모기업인 부산저축은행이 오늘 영업정지됐으니 조만간 부산2저축은행도 영업정지될지 모른다"며 "무조건 줄을 서서 예금을 찾아야 한다"고 아우성이었다.

김씨의 부인도 부리나케 번호표를 뽑아서 1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본인과 자녀 명의로 예금한 원리금 5천900만원을 찾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2명의 명의로 돼 있기 때문에 전액 예금보호를 받을 수 있었지만, 당시는 누구라도 돈을 찾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받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이 지난달 28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서 본인이나 가족 등이 돈을 찾은 사람은 자진신고하도록 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부인은 경찰 조사에서 "그날 이후로 집에 와서 계속 관련자 조사 등등 거론하며 걱정을 계속 하더라"고 회고했다.

"내 돈 내가 번호표 뽑고 줄 서서 정당하게 인출했고, 그때는 부산2저축은행은 영업정지도 아니고 정상영업 중이었는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따졌지만, 김씨는 `서슬 퍼런' 금감원의 조직 문화가 걱정이었다.

그는 "우리 회사는 다르다. 한 번 이런 사태에 연관돼 이름이 오르내리면 일단 그 자체로 조직 내에서 문제가 되고 매장될 수도 있다"며 전전긍긍했다는 게 부인의 진술.

"도대체 무슨 그런 놈의 융통성 없는 직장이 다 있느냐, 정 싫으면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만둘 수도 없다"는 게 김씨의 대답이었다.

부인은 "그런 남편을 보고 내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처럼 느껴져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더 하실 말씀이 있느냐'는 담당 경찰관의 질문에 부인은 "내가 내 예금을, 그것도 남들과 똑같이 번호표를 뽑고 줄 서서 찾아왔는데, 이게 사람을 그렇게 못 견디게 괴롭히고 죽게 만들 정도로 내가 정말 그런 죄를 지은 거냐"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김씨의 동료 직원은 전했다.

이 직원은 "김씨의 부인이 `그 회사는 정말 그런 회사냐'며 눈물을 흘리면서 물었지만, 나도 눈물만 쏟을 뿐 뭐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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