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음악 원천은 상상…진실해야 감동줘”

입력 2011.05.1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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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서 ’피아노 콘서트’…"아이돌 선입견 깨져"



정원영(51)이 음악과 더부살이 한 지 벌써 30여 년이다.



그가 사는 공간을 채우는 건 늘 비틀스, 에리카 바두, 라디오 헤드 등의 음악이다. 선배 이장희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도, 이적ㆍ장기하 등 후배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도,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들과 소통할 때도 화법은 음악이다.



밴드 리더, 작곡가, 피아니스트, 실용음악학부 교수(호원대),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 등 그가 취한 업(業)도 음악이다.



최근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만난 정원영은 이날도 음악 안에 있었다. 어둑한 무대에서 그랜드 피아노와 호흡을 고르는 중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19-22일 ’피아노 콘서트-내가 받은 선물’이란 타이틀로 공연한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피아노 연주 음반인 솔로 5집을 들려주는 자리다.



"몇곡에 기타와 아코디언이 등장하지만 피아노가 주인공인 콘서트는 처음이에요. 제가 감정적인 걸 좋아해 연습을 안하는데 메트로놈 틀어놓고 피아노를 친 게 얼마만인지. 이처럼 지독하게 연습한 건 20대 이후 없었던 것 같아요. 하하."



2004년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아 청각이 예민해졌을 그가 피아노 연주 음반을 낸 건 의외였다. 그는 "오랜 시간 피아노 곡을 써 둔 게 모였을 뿐"이라고 했다.



’봄타령’ ’그 여름의 끝’ ’가을이 오면’ ’겨울’ 등 계절색을 띈 수록곡의 선율은 뇌파의 알파파를 증폭시킬 만큼 안락하다. 몇곡엔 낭랑한 그의 보컬도 실렸다. "노래를 잘하진 않지만 부끄러운 가창력은 아니다"고 웃었다.



그와 음악의 동거는 성장 환경에서 자연스레 이뤄졌다. 그는 음악을 엄청 많이 들었고 어마어마하게 영화를 봤으며 다독(多讀)했다. 상상력이 꿈틀댔고 창작욕이 솟으니 세상에 들려주고 싶었단다.



"음악은 기능, 화성이 아니라 상상이에요. 그럴려면 음악도 듣고 책과 영화도 보고 여행도 다녀야하죠. 전 캐나다 호숫가 옆에 사는 음악가, 시카고 지하 단칸방에 사는 기타리스트가 어떤 음악을 할 지 상상이 돼요."



상상력이 똬리를 틀려면 뮤지션이 처한 환경과 교육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감수성이 예민할 때 콜드 플레이를 들어야 할 친구들이 입시 위주의 기능을 연마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테크닉은 좋은데 창의적이지 않은 바보의 머리를 갖게 되는 이유죠."



음악을 섬기는 그의 열의는 음악 프로그램 진행으로도 이어졌다. 얼마 전부터 그는 방송인 박경림과 엠넷 ’엠 사운드플렉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 경험은 비주얼을 내세운 아이돌 가수들에 대한 그의 선입견을 깨줬다.



"솔직히 아이돌 가수들은 이상한 음악을 한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이젠 선입견을 버렸죠. 빅뱅도 실력있고, 에이트 백찬의 노래에도 반했죠. 씨엔블루도 연주력은 좀 부족하지만 충분히 밴드를 할 수 있는 팀이고요. 사실 비틀스의 연주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듯이 연주가 훌륭해야만 음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는 MBC TV ’나는 가수다’의 가수들에게 감동받는 것도 가창력보다는 이들의 진실한 마음이 대중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나는 가수다’에서 박정현이 진실한 마음으로 노래했기에 우린 감동받은 것"이라며 "해외에선 음 이탈을 하는 밥 딜런, 닐 영도 음반을 내지만 우린 고음을 풍성하게 질러야만 노래하는 줄 안다. 김민기 선배처럼 편하게 소리를 내뱉는 사람도 감동을 주지 않나. 좋은 음악은 위로가 되고 마음을 움직이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시봉을 비롯해 ’나는 가수다’ ’슈퍼스타K 2’ ’위대한 탄생’ 등 각종 음악 관련 프로그램이 쏟아진 흐름을 통해 희망을 봤다고도 했다.



"앞으로의 음악계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해요. 근 10년 동안 아이돌만 있던 음악계에서 세시봉, 임재범이 주목받고 있으니까요. (대학 제자이자 ’슈퍼스타K 2’ 출신인) 장재인도 얼마 전 녹음실에서 패티김의 ’이별’을 물어보더군요. 컨트리, 재즈, 록 등이 공존하는 미국 시장처럼 세대를 막론하고 다양한 음악을 요구하는 층이 생겨날 것 같아요."



그는 건강한 음악 시장을 위해 허리를 맡는 가수들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이적, 김동률, 유희열 등 허리 역할을 맡는 후배들이 음악을 놓을까봐 걱정된다"며 "이들이 자신들의 음악 영역 안에서 경쟁하면서 앞으로 10년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난 후배들의 공연을 보고나면 ’고맙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면서 웃었다.



자신도 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보조를 맞출 생각이다.



"음악하는 후배들이든, 제가 가르치는 제자들이든 모두 동시대를 사는 동업자라고 생각해요. 음악은 나이가 많다고 잘하는 게 아니니까요."



인터뷰에 앞서 박경림과 장재인은 기자에게 이런 ’팁’을 줬다.



"정원영 교수님은 ’한량이고 싶은 선비’예요. 음악에 조예가 깊어 자제하는 게 많지만 마음 속에 끓는 게 있거든요."(박경림)



"소년 같은 분이죠. 호기심 많은 눈과 새로운 마음으로 음악을 대하니까요."(장재인)



이들의 말처럼 정원영은 음악 탐험을 쉬지 않을 듯 보였다.



"옛날 악기들을 쓴 아날로그 음악도 해보고 싶고, 비틀스 같은 곡도 쓰고 있어요. 음악과 영상을 입히는 ’송 북’ 작업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도전하고 싶은 음악이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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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영 “음악 원천은 상상…진실해야 감동줘”
    • 입력 2011-05-18 16:28:43
    연합뉴스
학전서 ’피아노 콘서트’…"아이돌 선입견 깨져"

정원영(51)이 음악과 더부살이 한 지 벌써 30여 년이다.

그가 사는 공간을 채우는 건 늘 비틀스, 에리카 바두, 라디오 헤드 등의 음악이다. 선배 이장희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도, 이적ㆍ장기하 등 후배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도,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들과 소통할 때도 화법은 음악이다.

밴드 리더, 작곡가, 피아니스트, 실용음악학부 교수(호원대),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 등 그가 취한 업(業)도 음악이다.

최근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만난 정원영은 이날도 음악 안에 있었다. 어둑한 무대에서 그랜드 피아노와 호흡을 고르는 중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19-22일 ’피아노 콘서트-내가 받은 선물’이란 타이틀로 공연한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피아노 연주 음반인 솔로 5집을 들려주는 자리다.

"몇곡에 기타와 아코디언이 등장하지만 피아노가 주인공인 콘서트는 처음이에요. 제가 감정적인 걸 좋아해 연습을 안하는데 메트로놈 틀어놓고 피아노를 친 게 얼마만인지. 이처럼 지독하게 연습한 건 20대 이후 없었던 것 같아요. 하하."

2004년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아 청각이 예민해졌을 그가 피아노 연주 음반을 낸 건 의외였다. 그는 "오랜 시간 피아노 곡을 써 둔 게 모였을 뿐"이라고 했다.

’봄타령’ ’그 여름의 끝’ ’가을이 오면’ ’겨울’ 등 계절색을 띈 수록곡의 선율은 뇌파의 알파파를 증폭시킬 만큼 안락하다. 몇곡엔 낭랑한 그의 보컬도 실렸다. "노래를 잘하진 않지만 부끄러운 가창력은 아니다"고 웃었다.

그와 음악의 동거는 성장 환경에서 자연스레 이뤄졌다. 그는 음악을 엄청 많이 들었고 어마어마하게 영화를 봤으며 다독(多讀)했다. 상상력이 꿈틀댔고 창작욕이 솟으니 세상에 들려주고 싶었단다.

"음악은 기능, 화성이 아니라 상상이에요. 그럴려면 음악도 듣고 책과 영화도 보고 여행도 다녀야하죠. 전 캐나다 호숫가 옆에 사는 음악가, 시카고 지하 단칸방에 사는 기타리스트가 어떤 음악을 할 지 상상이 돼요."

상상력이 똬리를 틀려면 뮤지션이 처한 환경과 교육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감수성이 예민할 때 콜드 플레이를 들어야 할 친구들이 입시 위주의 기능을 연마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테크닉은 좋은데 창의적이지 않은 바보의 머리를 갖게 되는 이유죠."

음악을 섬기는 그의 열의는 음악 프로그램 진행으로도 이어졌다. 얼마 전부터 그는 방송인 박경림과 엠넷 ’엠 사운드플렉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 경험은 비주얼을 내세운 아이돌 가수들에 대한 그의 선입견을 깨줬다.

"솔직히 아이돌 가수들은 이상한 음악을 한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이젠 선입견을 버렸죠. 빅뱅도 실력있고, 에이트 백찬의 노래에도 반했죠. 씨엔블루도 연주력은 좀 부족하지만 충분히 밴드를 할 수 있는 팀이고요. 사실 비틀스의 연주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듯이 연주가 훌륭해야만 음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는 MBC TV ’나는 가수다’의 가수들에게 감동받는 것도 가창력보다는 이들의 진실한 마음이 대중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나는 가수다’에서 박정현이 진실한 마음으로 노래했기에 우린 감동받은 것"이라며 "해외에선 음 이탈을 하는 밥 딜런, 닐 영도 음반을 내지만 우린 고음을 풍성하게 질러야만 노래하는 줄 안다. 김민기 선배처럼 편하게 소리를 내뱉는 사람도 감동을 주지 않나. 좋은 음악은 위로가 되고 마음을 움직이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시봉을 비롯해 ’나는 가수다’ ’슈퍼스타K 2’ ’위대한 탄생’ 등 각종 음악 관련 프로그램이 쏟아진 흐름을 통해 희망을 봤다고도 했다.

"앞으로의 음악계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해요. 근 10년 동안 아이돌만 있던 음악계에서 세시봉, 임재범이 주목받고 있으니까요. (대학 제자이자 ’슈퍼스타K 2’ 출신인) 장재인도 얼마 전 녹음실에서 패티김의 ’이별’을 물어보더군요. 컨트리, 재즈, 록 등이 공존하는 미국 시장처럼 세대를 막론하고 다양한 음악을 요구하는 층이 생겨날 것 같아요."

그는 건강한 음악 시장을 위해 허리를 맡는 가수들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이적, 김동률, 유희열 등 허리 역할을 맡는 후배들이 음악을 놓을까봐 걱정된다"며 "이들이 자신들의 음악 영역 안에서 경쟁하면서 앞으로 10년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난 후배들의 공연을 보고나면 ’고맙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면서 웃었다.

자신도 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보조를 맞출 생각이다.

"음악하는 후배들이든, 제가 가르치는 제자들이든 모두 동시대를 사는 동업자라고 생각해요. 음악은 나이가 많다고 잘하는 게 아니니까요."

인터뷰에 앞서 박경림과 장재인은 기자에게 이런 ’팁’을 줬다.

"정원영 교수님은 ’한량이고 싶은 선비’예요. 음악에 조예가 깊어 자제하는 게 많지만 마음 속에 끓는 게 있거든요."(박경림)

"소년 같은 분이죠. 호기심 많은 눈과 새로운 마음으로 음악을 대하니까요."(장재인)

이들의 말처럼 정원영은 음악 탐험을 쉬지 않을 듯 보였다.

"옛날 악기들을 쓴 아날로그 음악도 해보고 싶고, 비틀스 같은 곡도 쓰고 있어요. 음악과 영상을 입히는 ’송 북’ 작업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도전하고 싶은 음악이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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