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 종목] ⑤ ‘가혹한 레이스’ 남녀 400m

입력 2011.05.2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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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한계 시험 '가혹한 레이스'

마이클 존슨·마리타 코흐, 男女 '불멸의 기록'


단거리 종목 중 가장 긴 주로를 달리는 400m에는 '가혹한 레이스'라는 별명이 붙는다.

5,000m, 10,000m 종목이 있고, 42.195㎞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까지 있는 마당에 가혹하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육상 선수들은 400m를 그렇게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43~44초간 이어지는 레이스를 달리는 과정에서 극한의 고통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이 들이쉰 산소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는 보통 50초가 넘게 걸린다.

따라서 400m 선수들은 출발 직전 들이쉰 한 번의 호흡만으로 레이스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인체가 한 번 들이마신 산소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한계 시간은 41초 정도에 불과하다.

선수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나서도 3초 이상을 더 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숨은 턱에 차오르고 더는 발을 내디딜 힘도 없는 상황에서 50m 넘게 더 질주해야 결승선을 지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남자 4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마이클 존슨(미국)조차도 마지막 100m 구간의 전략에 대해 '기도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트랙 한 바퀴를 달리는 전략은 저마다 다르지만, 고통스러운 마지막 구간에서 얼마나 버티느냐가 승부를 좌우한다는 사실만은 변함없다.

이를 위해 선수들은 평소 전·후반 구간을 나누어 거듭 달리는 연습을 한다.

지도자에 따라 구간의 길이와 쉬는 시간은 저마다 다르다.

마이클 존슨은 300m를 전력으로 질주한 뒤 1분을 쉬고 100m를 달리는 훈련을 5분 간격으로 세 차례씩 반복하는 방식으로 지구력을 길러 세계 기록을 만들어냈다.

존슨이 1999년 세운 43초18의 세계 기록도 12년째 넘어설 수 없는 벽으로 남아 있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다리를 위아래로 움직여 총총걸음으로 달리는 '스타카토 주법'으로 유명한 존슨은 세계 기록 외에도 7년 동안 400m에서 무려 54연승을 달리는 등 불멸의 기록들을 남겼다.

존슨은 또 1995년 세계선수권대회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200m와 400m를 동시 석권했다.

남자 선수가 두 종목을 동시에 우승한 것은 존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러나 존슨 이후로는 그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걸출한 스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제러미 워리너(미국)가 2007년 작성한 43초45가 최고 기록일 만큼 현역 선수들은 존슨의 기록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여자 400m의 기록도 오랫동안 새로운 기록이 나오지 않고 있다.

1985년 마리타 코흐(동독)이 작성한 47초60이 26년째 세계 기록으로 남아 있는 가운데, 가장 최근에는 샤냐 리처즈(미국)가 2006년 작성한 48초70이 그나마 코흐의 기록에 근접했으나 여전히 1초 이상 차이가 난다.

오히려 지난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여자 200m를 3연패 했던 앨리슨 펠릭스(미국)가 2007년 오사카 대회 1,600m 계주에서 48초00에 400m를 주파한 바 있으나 공식 기록으로 남지는 않았다.

400m는 다른 단거리 종목과 마찬가지로 각자 주어진 레인을 달리지만, 트랙 한 바퀴를 돌기 때문에 풍속 규정이 없다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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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육상 종목] ⑤ ‘가혹한 레이스’ 남녀 400m
    • 입력 2011-05-23 07:39:18
    연합뉴스
인간 한계 시험 '가혹한 레이스'
마이클 존슨·마리타 코흐, 男女 '불멸의 기록'
단거리 종목 중 가장 긴 주로를 달리는 400m에는 '가혹한 레이스'라는 별명이 붙는다. 5,000m, 10,000m 종목이 있고, 42.195㎞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까지 있는 마당에 가혹하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육상 선수들은 400m를 그렇게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43~44초간 이어지는 레이스를 달리는 과정에서 극한의 고통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이 들이쉰 산소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는 보통 50초가 넘게 걸린다. 따라서 400m 선수들은 출발 직전 들이쉰 한 번의 호흡만으로 레이스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인체가 한 번 들이마신 산소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한계 시간은 41초 정도에 불과하다. 선수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나서도 3초 이상을 더 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숨은 턱에 차오르고 더는 발을 내디딜 힘도 없는 상황에서 50m 넘게 더 질주해야 결승선을 지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남자 4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마이클 존슨(미국)조차도 마지막 100m 구간의 전략에 대해 '기도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트랙 한 바퀴를 달리는 전략은 저마다 다르지만, 고통스러운 마지막 구간에서 얼마나 버티느냐가 승부를 좌우한다는 사실만은 변함없다. 이를 위해 선수들은 평소 전·후반 구간을 나누어 거듭 달리는 연습을 한다. 지도자에 따라 구간의 길이와 쉬는 시간은 저마다 다르다. 마이클 존슨은 300m를 전력으로 질주한 뒤 1분을 쉬고 100m를 달리는 훈련을 5분 간격으로 세 차례씩 반복하는 방식으로 지구력을 길러 세계 기록을 만들어냈다. 존슨이 1999년 세운 43초18의 세계 기록도 12년째 넘어설 수 없는 벽으로 남아 있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다리를 위아래로 움직여 총총걸음으로 달리는 '스타카토 주법'으로 유명한 존슨은 세계 기록 외에도 7년 동안 400m에서 무려 54연승을 달리는 등 불멸의 기록들을 남겼다. 존슨은 또 1995년 세계선수권대회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200m와 400m를 동시 석권했다. 남자 선수가 두 종목을 동시에 우승한 것은 존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러나 존슨 이후로는 그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걸출한 스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제러미 워리너(미국)가 2007년 작성한 43초45가 최고 기록일 만큼 현역 선수들은 존슨의 기록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여자 400m의 기록도 오랫동안 새로운 기록이 나오지 않고 있다. 1985년 마리타 코흐(동독)이 작성한 47초60이 26년째 세계 기록으로 남아 있는 가운데, 가장 최근에는 샤냐 리처즈(미국)가 2006년 작성한 48초70이 그나마 코흐의 기록에 근접했으나 여전히 1초 이상 차이가 난다. 오히려 지난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여자 200m를 3연패 했던 앨리슨 펠릭스(미국)가 2007년 오사카 대회 1,600m 계주에서 48초00에 400m를 주파한 바 있으나 공식 기록으로 남지는 않았다. 400m는 다른 단거리 종목과 마찬가지로 각자 주어진 레인을 달리지만, 트랙 한 바퀴를 돌기 때문에 풍속 규정이 없다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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