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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입력 2011.05.23 (08:03) 수정 2011.05.23 (13:07) 취재파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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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 현관 앞에 술병이 가득합니다. 이 곳에서 70대 노모와 단 둘이 살던 50대 아들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며 노모를 때려 숨지게 했습니다.



<녹취> 아들(피의자):"스트레스 받고 있는 상황에서 술 한 잔 먹은 김에 순간적으로 저도 모르게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한 40대 며느리는 말다툼을 벌이다 시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고, 노모를 모시고 살던 딸은 부양문제를 놓고 다투다 올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모두 어버이날 무렵에 벌어진 일인데, 어버이날에는 한 60대 노부부가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부모를 모시는 문제로 가족끼리 일어나는 다툼이 일상처럼 되어버린 요즘 노부모는 그래서 서럽습니다.



<인터뷰> 서순금(74세/독거 노인):"저렇게까지 살아서 될까 싶고...안 죽으니 어쩔수 없겠지만은 자식들한테는 절대 폐를 안줘야 될것인데...그러죠"



자식이 있어도 홀로 살다 외롭게 죽음을 맞는 노인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대한민국 노부모들이 겪고 있는 실상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이 이미 80세를 넘어섰는데요, 이 같은 고령화 사회는 과연 축복일까요? 재앙일까요? 요즘 병들고 가난한 노부모를 모시지 못하는 자식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효의 가치가 이대로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가족 구성원의 해결 능력에서 벗어나고 있는 노부모 부양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8일, 한 60대 부부가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했습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집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바로, 정면이었어요. 침대에 누워있었어요, 사람이..."



남편은 중증 노인성 치매였고, 부인마저 유방암 수술을 받고 건강이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남편은) 걷는 게 조금 불편하시더라고요. (부인과) 산책하시고, 그런 모습만 한 번씩 봤었거든요."



침대 옆에는 부인이 쓴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먼저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며, 손자들에게는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올해 89세의 시어머니를 돌보는 60대 며느리. 귀가 어두운데다 거동도 편치 않은 시어머니에게 파스를 붙여드리고 간식을 챙깁니다.



<녹취>"오늘은 여기 좀 괜찮으세요? (여기도 아프고, 여기도) 여기 사타구니가?"



시집 와 노모를 부양한 세월이 40년. 몇년 전 시어머니가 허리를 다쳐 수술했을 땐 병 수발을 하느라 갖은 고생을 했습니다.



<인터뷰> 며느리(64세):"좀 이렇게 걷고 하실 때는 의자에 앉혀놓고 (머리도) 감겨드리고 목욕도 시켜드리고, 소변 대변 받아내고..."



남편에게 남동생 2명과 누나 1명이 있지만, 노모 부양은 맏며느리인 자신의 몫이었습니다. 41세에 남편과 사별한 노모는 그동안 4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했지만 모아놓은 재산은 없습니다. 65세의 아들도 아들과 딸을 공부시키느라 돈을 모으지 못해 지금은 한 달 3십만원 정도인 국민연금이 소득의 전부입니다.



<인터뷰> 아들(65세):"(일감이) 없어요. 이제 나이가 많다고 해가지고 저번에는 (일감 달라고) 이야기해놨지만 좀 기다려라 하면서 못오게 하더라고. 그래서 와버렸어."



노모를 평생 모셨고 손주들까지 키워준 60대 부부. 이제 자신들도 건강이 나빠져 부양을 받아야 할 나이가 됐지만, 자식들로부터 도움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인터뷰> 며느리:"아이고, 부양받기는 뭘 받아요. 내가 어머니 모셔보니깐 불편한 점도 있고 해서 우리 며느리는 같이 있는 거 내가 원치 않아요."



일찍이 남편과 사별한 이 70대 할머니는 2남 2녀의 자녀들이 모두 분가해 홀로 살고 있습니다. 부양 의무가 있는 자녀들 때문에 기초수급 대상도 안돼, 한 달 9만원인 기초 노령연금에 의존해 살아갑니다.



<인터뷰> 서순금(75세):"우리 애들도 아직은 엄마 고생했다는 말만 하지 저희들이 좀 힘드니깐, 그래도 너희는 뭐든지 사고 없이 몸 건강하면...그것만 빌죠."



평생 남의 농사 일을 하면서 자녀들을 키운 할머니. 요즘도 통증이 심한 무릎 관절이 더 나빠지면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걱정입니다.



<녹취>"몸도 아프고 잠도 안오고, 그럴때면 (자식들 사진) 보죠."



이처럼 자식들의 부양을 받지 못하면서도 기초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는 빈곤층은 대략 100만 명.



우리나라 노인의 45% 정도가 최저 생계비 이하 소득으로 살아갑니다. OECD 국가 평균치 13%를 훨씬 웃돌아 꼴찌에 속합니다.



홀로 사는 노인이 늘면서 이른바 나홀로 죽음도 늘고 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사망한 뒤 상당한 시일이 지나고 나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소식을 듣고도 유족들이 찾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후 집 정리와 고인의 유품을 처리하는 전문 업체까지 생겼습니다.



외롭게 숨진 노인들의 유품 가운데는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인터뷰> 김석훈(유품 정리 전문업체 대표):"아드님하고 무슨 사연이 있으셨는지, 고인 분의 머리맡에 사진이랑 글이 적혀있더라고요. 아들한테 아버지가 미안했다, 그동안 미안했다라고 자기가 잘못했던 부분을 아들과 풀어보고자 그런 글들을 봤을 때 참 너무나 씁쓸하고 짠하고 안타까웠죠."



노인 인구가 늘면서 부모 부양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혈압 치료 등으로 생활고를 겪는 아버지가 장남에게 한달 30여만원씩의 부양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해외 노동자로 고생하며 가르쳐 놨더니 아들이 늙은 아버지를 고통스럽게 한다"며 담당 변호사에게 자필 편지를 보냈습니다.



노부모를 모시는 문제는 가정의 심각한 갈등 요인이어서 드라마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합니다. 일찍이 부인과 사별하고 두 딸을 키워서 모두 시집보낸 후 치매 증세를 보이는 아버지.딸들이 모시기로 했지만 남편과 갈등을 겪습니다.



드라마 ’사랑과 전쟁’



경기도의 한 노인 전문 요양원,



<녹취> 노모와 아들 대화:"어머니, 안녕하세요. 아들 왔어요. 현수. 내가 누구에요. 내가? (알죠) 내가 아들이에요, 누구에요? (아들이지) 막내 아들? 큰 아들? 막내 아들? (네) 잘 있었어요? (네)"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노모에게 아들이 찾아왔습니다. 어머니를 안아서 의자에 앉히고 숟가락에 반찬도 올려드립니다.





<인터뷰>최현수(아들):"어머님이 여기 오셔서, 그전에 다른데도 좋았지만, 여기 오셔서 정말 건강이 호전됐어요."



현수씨는 막내지만 그동안 노모 부양을 놓고 가정에서, 또 형제들과 겪는 갈등에 맘 고생을 했습니다.



<인터뷰> 아들:"첫번째로 겪는 갈등이 금전적인 문제 아닙니까? 형제들이 한가지에서 낳았다고 해도 다 마음이 다르고 경제적인 여건도 다르고 더욱이 부모님을 향한 효심이 다르기 때문에 그게 다 갈등의 요인이 되는데 집에서 어머니 앞에 놓고 가족들이 부모님 문제로 논의하는 거 자체가 불효잖아요."



이곳 요양원 노인들의 평균 연령은 85세. 때 맞춰 식사를 챙겨주고 볕이 좋을 땐 산책을 합니다. 자식들과 함께 살 때보다 훨씬 더 편하다는 노인들. 하지만, 자식들이 잘 찾아오지 않을 땐 그립고도 서러운 마음을 감추기 힘듭니다.



<인터뷰> 요양원 입소 노인(92세):"다른 (노인의) 자녀들이 왔다가면 괜히 마음이 벌에 쏘인 거 같아. (벌에 쏘인 것처럼?) 응, 내 마음이 편안하지 않고 벌에 쏘인 거 같아. (다른 노인 자녀들이) 왔다 가면..."



복잡한 인파로 붐비는 서울역.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를 잃어버린 가족들은 새삼 엄마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 봅니다.



<녹취> 엄마와 딸 주고받는 대사

딸:"떡 해와야 아무도 안 먹는다니까요 엄마. 엄마 앞에서는 다 나눠가지고 가서 냉동실에 처박아 놓는다고요. 제발 촌스럽게 굴지 말고 그냥 올라가요."

엄마:"그럼 너도 내가 보낸 떡 냉장고에 처박아놨냐?"

딸:"네, 삼년전에 준 떡도 그냥 있어요. 그거 바라는 사람도 없고, 고마워하지도 않아. (엄마 운다) 엄마, 울어?"

엄마:"나쁜 년, 먹기 싫은데 여태 뭣 하러 뒀냐. 그냥 버리지. 싹 다 버려라."

딸:"지금 다 버릴 거야. 싹 다 치울 거야."



원작은 신경숙 작가의 동명소설. 최근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성녀(뮤지컬 주연배우):"물리적인 엄마를 잃어버리기 전에 마음 속 엄마부터 찾아서 엄마하고 소통하는 방법, 엄마의 삶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엄마를 가장 행복하게 해드리는 것인가, 돌아가신 뒤에 아무리 울어도 소용없거든요."



가족 윤리 중 최고 덕목 가운데 하나인 효의 실천 방안을 놓고 현대인들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규(직장인):"고맙죠, 안 아프시니깐. 근데 막상 편찮으시다고 그러면 아들들은 서로 모시고는 싶어하는데 아내 생각을 안할 수가 없거든요.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다 알건데, 그래서 마음으로는 모시고 싶은데 어려운 부분도 많아요. 솔직히..."



<인터뷰> 손현진(직장인):"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쓰고, 또 유교문화 때문에 어떻게 감히 자식이 부모를 이런 정서가 많잖아요. 근데 사실은 전문가의 손길이 닿는 곳에 계시는게 훨씬 그분들의 상태를 호전시키고 가족들간 심리적인 파괴도 막을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런 부분은 좀더 활성화되도 좋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요."



전통적으로 효를 최고의 덕목으로 존중해온 우리나라. 그러나 수명이 길어지는 노부모의 부양을 가족만이 떠안기에는 그 부담이 너무 크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이태수(꽃동네 현도 사회복지대학교 교수):"카네이션 달기보다는 기초노령연금을 인상하는 쪽으로 우리 자식들이 사회적인 운동을 하자. 그게 카네이션 달아드리는 것보다는 훨씬 현실적으로 의미가 있고 중요한 사회적 흐름을 일으키는 거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축복 대신 재앙이 되지 않도록 적절하고 지속 가능한 노후 안전망 구축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엄마를 부탁해”
    • 입력 2011-05-23 08:03:16
    • 수정2011-05-23 13:07:04
    취재파일K
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 현관 앞에 술병이 가득합니다. 이 곳에서 70대 노모와 단 둘이 살던 50대 아들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며 노모를 때려 숨지게 했습니다.



<녹취> 아들(피의자):"스트레스 받고 있는 상황에서 술 한 잔 먹은 김에 순간적으로 저도 모르게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한 40대 며느리는 말다툼을 벌이다 시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고, 노모를 모시고 살던 딸은 부양문제를 놓고 다투다 올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모두 어버이날 무렵에 벌어진 일인데, 어버이날에는 한 60대 노부부가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부모를 모시는 문제로 가족끼리 일어나는 다툼이 일상처럼 되어버린 요즘 노부모는 그래서 서럽습니다.



<인터뷰> 서순금(74세/독거 노인):"저렇게까지 살아서 될까 싶고...안 죽으니 어쩔수 없겠지만은 자식들한테는 절대 폐를 안줘야 될것인데...그러죠"



자식이 있어도 홀로 살다 외롭게 죽음을 맞는 노인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대한민국 노부모들이 겪고 있는 실상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이 이미 80세를 넘어섰는데요, 이 같은 고령화 사회는 과연 축복일까요? 재앙일까요? 요즘 병들고 가난한 노부모를 모시지 못하는 자식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효의 가치가 이대로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가족 구성원의 해결 능력에서 벗어나고 있는 노부모 부양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8일, 한 60대 부부가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했습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집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바로, 정면이었어요. 침대에 누워있었어요, 사람이..."



남편은 중증 노인성 치매였고, 부인마저 유방암 수술을 받고 건강이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남편은) 걷는 게 조금 불편하시더라고요. (부인과) 산책하시고, 그런 모습만 한 번씩 봤었거든요."



침대 옆에는 부인이 쓴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먼저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며, 손자들에게는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올해 89세의 시어머니를 돌보는 60대 며느리. 귀가 어두운데다 거동도 편치 않은 시어머니에게 파스를 붙여드리고 간식을 챙깁니다.



<녹취>"오늘은 여기 좀 괜찮으세요? (여기도 아프고, 여기도) 여기 사타구니가?"



시집 와 노모를 부양한 세월이 40년. 몇년 전 시어머니가 허리를 다쳐 수술했을 땐 병 수발을 하느라 갖은 고생을 했습니다.



<인터뷰> 며느리(64세):"좀 이렇게 걷고 하실 때는 의자에 앉혀놓고 (머리도) 감겨드리고 목욕도 시켜드리고, 소변 대변 받아내고..."



남편에게 남동생 2명과 누나 1명이 있지만, 노모 부양은 맏며느리인 자신의 몫이었습니다. 41세에 남편과 사별한 노모는 그동안 4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했지만 모아놓은 재산은 없습니다. 65세의 아들도 아들과 딸을 공부시키느라 돈을 모으지 못해 지금은 한 달 3십만원 정도인 국민연금이 소득의 전부입니다.



<인터뷰> 아들(65세):"(일감이) 없어요. 이제 나이가 많다고 해가지고 저번에는 (일감 달라고) 이야기해놨지만 좀 기다려라 하면서 못오게 하더라고. 그래서 와버렸어."



노모를 평생 모셨고 손주들까지 키워준 60대 부부. 이제 자신들도 건강이 나빠져 부양을 받아야 할 나이가 됐지만, 자식들로부터 도움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인터뷰> 며느리:"아이고, 부양받기는 뭘 받아요. 내가 어머니 모셔보니깐 불편한 점도 있고 해서 우리 며느리는 같이 있는 거 내가 원치 않아요."



일찍이 남편과 사별한 이 70대 할머니는 2남 2녀의 자녀들이 모두 분가해 홀로 살고 있습니다. 부양 의무가 있는 자녀들 때문에 기초수급 대상도 안돼, 한 달 9만원인 기초 노령연금에 의존해 살아갑니다.



<인터뷰> 서순금(75세):"우리 애들도 아직은 엄마 고생했다는 말만 하지 저희들이 좀 힘드니깐, 그래도 너희는 뭐든지 사고 없이 몸 건강하면...그것만 빌죠."



평생 남의 농사 일을 하면서 자녀들을 키운 할머니. 요즘도 통증이 심한 무릎 관절이 더 나빠지면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걱정입니다.



<녹취>"몸도 아프고 잠도 안오고, 그럴때면 (자식들 사진) 보죠."



이처럼 자식들의 부양을 받지 못하면서도 기초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는 빈곤층은 대략 100만 명.



우리나라 노인의 45% 정도가 최저 생계비 이하 소득으로 살아갑니다. OECD 국가 평균치 13%를 훨씬 웃돌아 꼴찌에 속합니다.



홀로 사는 노인이 늘면서 이른바 나홀로 죽음도 늘고 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사망한 뒤 상당한 시일이 지나고 나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소식을 듣고도 유족들이 찾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후 집 정리와 고인의 유품을 처리하는 전문 업체까지 생겼습니다.



외롭게 숨진 노인들의 유품 가운데는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인터뷰> 김석훈(유품 정리 전문업체 대표):"아드님하고 무슨 사연이 있으셨는지, 고인 분의 머리맡에 사진이랑 글이 적혀있더라고요. 아들한테 아버지가 미안했다, 그동안 미안했다라고 자기가 잘못했던 부분을 아들과 풀어보고자 그런 글들을 봤을 때 참 너무나 씁쓸하고 짠하고 안타까웠죠."



노인 인구가 늘면서 부모 부양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혈압 치료 등으로 생활고를 겪는 아버지가 장남에게 한달 30여만원씩의 부양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해외 노동자로 고생하며 가르쳐 놨더니 아들이 늙은 아버지를 고통스럽게 한다"며 담당 변호사에게 자필 편지를 보냈습니다.



노부모를 모시는 문제는 가정의 심각한 갈등 요인이어서 드라마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합니다. 일찍이 부인과 사별하고 두 딸을 키워서 모두 시집보낸 후 치매 증세를 보이는 아버지.딸들이 모시기로 했지만 남편과 갈등을 겪습니다.



드라마 ’사랑과 전쟁’



경기도의 한 노인 전문 요양원,



<녹취> 노모와 아들 대화:"어머니, 안녕하세요. 아들 왔어요. 현수. 내가 누구에요. 내가? (알죠) 내가 아들이에요, 누구에요? (아들이지) 막내 아들? 큰 아들? 막내 아들? (네) 잘 있었어요? (네)"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노모에게 아들이 찾아왔습니다. 어머니를 안아서 의자에 앉히고 숟가락에 반찬도 올려드립니다.





<인터뷰>최현수(아들):"어머님이 여기 오셔서, 그전에 다른데도 좋았지만, 여기 오셔서 정말 건강이 호전됐어요."



현수씨는 막내지만 그동안 노모 부양을 놓고 가정에서, 또 형제들과 겪는 갈등에 맘 고생을 했습니다.



<인터뷰> 아들:"첫번째로 겪는 갈등이 금전적인 문제 아닙니까? 형제들이 한가지에서 낳았다고 해도 다 마음이 다르고 경제적인 여건도 다르고 더욱이 부모님을 향한 효심이 다르기 때문에 그게 다 갈등의 요인이 되는데 집에서 어머니 앞에 놓고 가족들이 부모님 문제로 논의하는 거 자체가 불효잖아요."



이곳 요양원 노인들의 평균 연령은 85세. 때 맞춰 식사를 챙겨주고 볕이 좋을 땐 산책을 합니다. 자식들과 함께 살 때보다 훨씬 더 편하다는 노인들. 하지만, 자식들이 잘 찾아오지 않을 땐 그립고도 서러운 마음을 감추기 힘듭니다.



<인터뷰> 요양원 입소 노인(92세):"다른 (노인의) 자녀들이 왔다가면 괜히 마음이 벌에 쏘인 거 같아. (벌에 쏘인 것처럼?) 응, 내 마음이 편안하지 않고 벌에 쏘인 거 같아. (다른 노인 자녀들이) 왔다 가면..."



복잡한 인파로 붐비는 서울역.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를 잃어버린 가족들은 새삼 엄마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 봅니다.



<녹취> 엄마와 딸 주고받는 대사

딸:"떡 해와야 아무도 안 먹는다니까요 엄마. 엄마 앞에서는 다 나눠가지고 가서 냉동실에 처박아 놓는다고요. 제발 촌스럽게 굴지 말고 그냥 올라가요."

엄마:"그럼 너도 내가 보낸 떡 냉장고에 처박아놨냐?"

딸:"네, 삼년전에 준 떡도 그냥 있어요. 그거 바라는 사람도 없고, 고마워하지도 않아. (엄마 운다) 엄마, 울어?"

엄마:"나쁜 년, 먹기 싫은데 여태 뭣 하러 뒀냐. 그냥 버리지. 싹 다 버려라."

딸:"지금 다 버릴 거야. 싹 다 치울 거야."



원작은 신경숙 작가의 동명소설. 최근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성녀(뮤지컬 주연배우):"물리적인 엄마를 잃어버리기 전에 마음 속 엄마부터 찾아서 엄마하고 소통하는 방법, 엄마의 삶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엄마를 가장 행복하게 해드리는 것인가, 돌아가신 뒤에 아무리 울어도 소용없거든요."



가족 윤리 중 최고 덕목 가운데 하나인 효의 실천 방안을 놓고 현대인들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규(직장인):"고맙죠, 안 아프시니깐. 근데 막상 편찮으시다고 그러면 아들들은 서로 모시고는 싶어하는데 아내 생각을 안할 수가 없거든요.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다 알건데, 그래서 마음으로는 모시고 싶은데 어려운 부분도 많아요. 솔직히..."



<인터뷰> 손현진(직장인):"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쓰고, 또 유교문화 때문에 어떻게 감히 자식이 부모를 이런 정서가 많잖아요. 근데 사실은 전문가의 손길이 닿는 곳에 계시는게 훨씬 그분들의 상태를 호전시키고 가족들간 심리적인 파괴도 막을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런 부분은 좀더 활성화되도 좋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요."



전통적으로 효를 최고의 덕목으로 존중해온 우리나라. 그러나 수명이 길어지는 노부모의 부양을 가족만이 떠안기에는 그 부담이 너무 크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이태수(꽃동네 현도 사회복지대학교 교수):"카네이션 달기보다는 기초노령연금을 인상하는 쪽으로 우리 자식들이 사회적인 운동을 하자. 그게 카네이션 달아드리는 것보다는 훨씬 현실적으로 의미가 있고 중요한 사회적 흐름을 일으키는 거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축복 대신 재앙이 되지 않도록 적절하고 지속 가능한 노후 안전망 구축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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