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수환·김연아 기념주화는 ‘외국돈’

입력 2011.05.2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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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고(故) 김수환 추기경, 김연아 선수의 모습이 새겨진 기념주화는 어느 나라 화폐일까.

한국이라고 생각했다면 오답이다.

고 김 전 대통령 기념주화는 노르웨이, 고 김 추기경 기념주화는 라이베리아, 김연아 기념주화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에서 만들어진 외국화폐다.

이들 화폐는 국내 민간회사가 해외 조폐국 등에 요청해 발행한 뒤 역수입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들여왔다.

29일 한국은행과 조폐공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은은 특정 인물을 소재로 기념주화를 만든 적이 없다.

물론 역사적인 사건이나 국내에서 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대회가 열렸을 때 주최 측 등의 요청에 따라 필요성을 검토한 뒤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기념화폐를 발행한다.

한은은 1970년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라는 기념주화를 처음 만든 이후 지금까지 총 27종을 발행했다. 또 오는 8월에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념주화'를 발행할 예정이다. 기념은행권(지폐)도 아직 발행된 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은이 기념화폐 발행에 지나치게 보수적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김연아 기념주화의 외국 발행을 계기로 기념화폐 역수입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기념화폐 발행과 관련한 법안이 잇따라 국회에 제출돼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한나라당 서병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은법 및 조폐공사법 개정안과 그 해 9월 같은 당 김광림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은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서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은법 개정안은 기념화폐에 대한 규정 명문화와 매년 기념화폐 계획 수립 및 공표를 골자로 한다.

또 조폐공사법 개정안은 조폐공사가 한은에 기념화폐의 발행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되 남발을 막기 위해 요청 사실을 기획재정부와 기재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은법 개정안도 큰 맥락에서는 비슷한 취지다.

법안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長)이 한은 총재에게 화폐 발행을 건의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도 지난해 3월 기념주화가 해외에서 만들어져 역수입됨으로써 수익 절반이 해외로 흘러나가는 등 폐단이 있다며 한국인의 기념주화를 발행ㆍ 유통할 때 한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해당 법안들은 여전히 소위원회에 계류된 채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관련당사자인 한은과 조폐공사의 입장도 여전히 평행선이다.

양측 모두 기념화폐 발행 권한을 한은이 가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조폐공사는 타 기관도 기념화폐를 요청할 수 있도록 명문화해 기념화폐 발행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은은 기념화폐도 법정통화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기념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국가적 행사를 세계에 알리고 세계시장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며 "기념화폐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발행해 판매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반면에 한은 관계자는 "기념화폐를 사려는 수요가 크지 않아 생각만큼 팔리지 않는데다 기념화폐는 기념메달과 달리 법정통화이기 때문에 전국민적인 지지 없이 발행할 경우 오히려 화폐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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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대중·김수환·김연아 기념주화는 ‘외국돈’
    • 입력 2011-05-29 07:51:16
    연합뉴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고(故) 김수환 추기경, 김연아 선수의 모습이 새겨진 기념주화는 어느 나라 화폐일까. 한국이라고 생각했다면 오답이다. 고 김 전 대통령 기념주화는 노르웨이, 고 김 추기경 기념주화는 라이베리아, 김연아 기념주화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에서 만들어진 외국화폐다. 이들 화폐는 국내 민간회사가 해외 조폐국 등에 요청해 발행한 뒤 역수입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들여왔다. 29일 한국은행과 조폐공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은은 특정 인물을 소재로 기념주화를 만든 적이 없다. 물론 역사적인 사건이나 국내에서 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대회가 열렸을 때 주최 측 등의 요청에 따라 필요성을 검토한 뒤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기념화폐를 발행한다. 한은은 1970년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라는 기념주화를 처음 만든 이후 지금까지 총 27종을 발행했다. 또 오는 8월에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념주화'를 발행할 예정이다. 기념은행권(지폐)도 아직 발행된 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은이 기념화폐 발행에 지나치게 보수적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김연아 기념주화의 외국 발행을 계기로 기념화폐 역수입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기념화폐 발행과 관련한 법안이 잇따라 국회에 제출돼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한나라당 서병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은법 및 조폐공사법 개정안과 그 해 9월 같은 당 김광림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은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서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은법 개정안은 기념화폐에 대한 규정 명문화와 매년 기념화폐 계획 수립 및 공표를 골자로 한다. 또 조폐공사법 개정안은 조폐공사가 한은에 기념화폐의 발행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되 남발을 막기 위해 요청 사실을 기획재정부와 기재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은법 개정안도 큰 맥락에서는 비슷한 취지다. 법안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長)이 한은 총재에게 화폐 발행을 건의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도 지난해 3월 기념주화가 해외에서 만들어져 역수입됨으로써 수익 절반이 해외로 흘러나가는 등 폐단이 있다며 한국인의 기념주화를 발행ㆍ 유통할 때 한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해당 법안들은 여전히 소위원회에 계류된 채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관련당사자인 한은과 조폐공사의 입장도 여전히 평행선이다. 양측 모두 기념화폐 발행 권한을 한은이 가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조폐공사는 타 기관도 기념화폐를 요청할 수 있도록 명문화해 기념화폐 발행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은은 기념화폐도 법정통화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기념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국가적 행사를 세계에 알리고 세계시장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며 "기념화폐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발행해 판매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반면에 한은 관계자는 "기념화폐를 사려는 수요가 크지 않아 생각만큼 팔리지 않는데다 기념화폐는 기념메달과 달리 법정통화이기 때문에 전국민적인 지지 없이 발행할 경우 오히려 화폐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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