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으로 얽힌 프로축구 ‘승부 조작’

입력 2011.05.3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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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의 이면에는 브로커와 선수들간에 얽힌 학연(學緣)이 도사리고 있었다.

30일 경남지역 축구계에 따르면 이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유나이티드 정종관(30) 선수는 21일 검찰에 구속된 브로커 2명과 고교 선후배 사이다.

또 구속된 브로커 김모(27)씨와 또 다른 김모(28)씨는 창원지역의 축구명문인 모 고교에서 함께 선수생활을 했다.

김씨는 다른 김씨와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중학교도 같이 다니다 다른 학교로 전학했다가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27)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축구선수를 그만뒀고 다른 김(28)씨는 실업팀을 거쳐 프로축구팀에 잠시 몸을 담았다.

전 소속구단은 "김씨가 소속됐던 건 사실이지만, 실제 경기를 뛴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전했다.

소수의 선수들이 짧게는 1년, 길게는 몇년 동안 엄격한 규율 속에서 같이 훈련을 하고 그라운드를 뒹구는 축구선수들은 일반 학생들보다 더 끈끈한 선후배 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브로커들은 전국의 고교 또는 대학 출신 선수들이 모여 있는 프로축구단 선수들 중에서 학연이 있는 선수들을 우선 포섭한 뒤 이를 고리로 다른 선수들을 승부조작에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브로커들이 끈끈한 학연을 이용한 승부조작이 보안유지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점도 학교 선후배를 범죄에 끌어들인 한 요인이 된 것으로 축구계는 보고 있다.

지역 축구계의 한 인사는 "브로커들은 학연을 내세워 같은 학교 출신 선수들에게 접근해 돈을 건네며 악의 구렁텅이로 유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학연으로 인해 한번 덫에 걸리면 그것이 약점이 돼 쉽사리 빠져 나오기 힘들다"며 "이로 인해 선수 생활을 접거나 그만둘 뻔한 선수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 선수도 학연에 얽혀 승부조작에 가담한 뒤 고민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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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연으로 얽힌 프로축구 ‘승부 조작’
    • 입력 2011-05-30 20:31:16
    연합뉴스
한국 축구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의 이면에는 브로커와 선수들간에 얽힌 학연(學緣)이 도사리고 있었다. 30일 경남지역 축구계에 따르면 이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유나이티드 정종관(30) 선수는 21일 검찰에 구속된 브로커 2명과 고교 선후배 사이다. 또 구속된 브로커 김모(27)씨와 또 다른 김모(28)씨는 창원지역의 축구명문인 모 고교에서 함께 선수생활을 했다. 김씨는 다른 김씨와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중학교도 같이 다니다 다른 학교로 전학했다가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27)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축구선수를 그만뒀고 다른 김(28)씨는 실업팀을 거쳐 프로축구팀에 잠시 몸을 담았다. 전 소속구단은 "김씨가 소속됐던 건 사실이지만, 실제 경기를 뛴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전했다. 소수의 선수들이 짧게는 1년, 길게는 몇년 동안 엄격한 규율 속에서 같이 훈련을 하고 그라운드를 뒹구는 축구선수들은 일반 학생들보다 더 끈끈한 선후배 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브로커들은 전국의 고교 또는 대학 출신 선수들이 모여 있는 프로축구단 선수들 중에서 학연이 있는 선수들을 우선 포섭한 뒤 이를 고리로 다른 선수들을 승부조작에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브로커들이 끈끈한 학연을 이용한 승부조작이 보안유지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점도 학교 선후배를 범죄에 끌어들인 한 요인이 된 것으로 축구계는 보고 있다. 지역 축구계의 한 인사는 "브로커들은 학연을 내세워 같은 학교 출신 선수들에게 접근해 돈을 건네며 악의 구렁텅이로 유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학연으로 인해 한번 덫에 걸리면 그것이 약점이 돼 쉽사리 빠져 나오기 힘들다"며 "이로 인해 선수 생활을 접거나 그만둘 뻔한 선수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 선수도 학연에 얽혀 승부조작에 가담한 뒤 고민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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