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 종목] ⑮ ‘도약의 미학’ 장대높이뛰기

입력 2011.06.02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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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의 이름은 알아도 정작 장대높이뛰기의 참모습을 즐기는 육상팬은 많지 않다.

장대높이뛰기는 육상 필드 경기 가운데 가장 흥미진진한 승부가 펼쳐지는 종목으로 꼽힌다.

기다란 막대기를 이용해 멀찌감치 솟아있는 바를 넘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쉽게 이해할 수도 있다.

자세히 알고 나면 경기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장대는 선수의 체격에 맞아야 하므로 무게나 길이 등에 특별한 제약이 없다.

초창기엔 일반 나무로 만들어지다가 1920년대부터는 단단하고 잘 휘는 대나무가 인기를 끌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오늘날엔 탄력과 신축력이 좋은 유리섬유나 탄소섬유 재질의 장대를 주로 사용한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대회에 출전할 때 통상 10개 정도의 장대를 갖고 다닌다.

출발선에 선 선수들은 자신의 어깨보다 다소 넓게 두 손으로 장대를 쥔 다음 18~22걸음의 도움닫기를 하고서 하늘로 솟구친다.

이때 조심해야 할 건 장대를 정확히 폴 박스(Pole Box) 안에 꽂아야 한다는 것.

장대가 이 지점 안에 찍히지 않으면 선수가 제아무리 높이 날아도 무효다.

도약 후 손에서 놓은 장대가 크로스바를 건드려도 실패로 선언된다.

도약 의사가 없었다고 해도 발구름을 한 후에 두 발이 일단 땅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한 번의 도약으로 간주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드물지만 날아오르다 장대가 부러질 땐 실패로 간주하지 않는다.

총 세 번에 걸쳐 시도할 수 있으며 세 번 연속 실패하면 끝이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지존' 이신바예바도 2008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내리 세 번 실패해 대회 3연패의 기회를 날린 바 있다.

정상에 오른 다음 180도 몸을 회전시키는 과정은 장대높이뛰기의 가장 짜릿한 순간이다.

선수들은 최대한 몸을 일자로 편 다음 돌아서서 장대를 내려놓고 4m가 훨씬 넘는 아래로 떨어진다.

일반인 같으면 공포감을 느낄 만한 높이지만 무사히 바를 넘은 선수들은 환하게 웃으며 착륙을 준비한다.

발포고무로 가득 찬 1m 높이의 매트가 깔렸기 때문에 등과 어깨로 먼저 떨어지기만 하면 다치는 일은 거의 없다.

남자 세계기록(실외)은 '인간새' 세르게이 부브카(47·우크라이나)가 1994년 작성한 6m14로 17년째 깨지지 않았다.

최초로 '6m 벽'을 넘어선 부브카는 세계선수권 초대 대회부터 무려 6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전설이다.

그가 갈아치운 세계기록만도 모두 35개로 이신바예바의 27번보다 훨씬 많다.

부브카가 1985년 처음으로 6m대를 깬 이후 26년간 16명이 '6m 클럽'에 가입해 그의 기록에 도전했지만 모두 6m 초반에 그쳤다.

부브카 이후 지구에서 두 번째로 높이 날아오른 호주의 스티븐 후커(6m06)도 그의 기록엔 8㎝나 모자란다.

지난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5m90을 날아 금메달을 딴 후커는 오는 8월 대구 스타디움에서 대회 2연패를 노린다.

이신바예바는 2009년 '베를린 참패'의 설욕을 벼르고 있다.

남자는 8월29일 오후 7시25분, 여자는 30일 오후 7시5분에 결승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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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육상 종목] ⑮ ‘도약의 미학’ 장대높이뛰기
    • 입력 2011-06-02 07:09:12
    연합뉴스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의 이름은 알아도 정작 장대높이뛰기의 참모습을 즐기는 육상팬은 많지 않다. 장대높이뛰기는 육상 필드 경기 가운데 가장 흥미진진한 승부가 펼쳐지는 종목으로 꼽힌다. 기다란 막대기를 이용해 멀찌감치 솟아있는 바를 넘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쉽게 이해할 수도 있다. 자세히 알고 나면 경기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장대는 선수의 체격에 맞아야 하므로 무게나 길이 등에 특별한 제약이 없다. 초창기엔 일반 나무로 만들어지다가 1920년대부터는 단단하고 잘 휘는 대나무가 인기를 끌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오늘날엔 탄력과 신축력이 좋은 유리섬유나 탄소섬유 재질의 장대를 주로 사용한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대회에 출전할 때 통상 10개 정도의 장대를 갖고 다닌다. 출발선에 선 선수들은 자신의 어깨보다 다소 넓게 두 손으로 장대를 쥔 다음 18~22걸음의 도움닫기를 하고서 하늘로 솟구친다. 이때 조심해야 할 건 장대를 정확히 폴 박스(Pole Box) 안에 꽂아야 한다는 것. 장대가 이 지점 안에 찍히지 않으면 선수가 제아무리 높이 날아도 무효다. 도약 후 손에서 놓은 장대가 크로스바를 건드려도 실패로 선언된다. 도약 의사가 없었다고 해도 발구름을 한 후에 두 발이 일단 땅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한 번의 도약으로 간주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드물지만 날아오르다 장대가 부러질 땐 실패로 간주하지 않는다. 총 세 번에 걸쳐 시도할 수 있으며 세 번 연속 실패하면 끝이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지존' 이신바예바도 2008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내리 세 번 실패해 대회 3연패의 기회를 날린 바 있다. 정상에 오른 다음 180도 몸을 회전시키는 과정은 장대높이뛰기의 가장 짜릿한 순간이다. 선수들은 최대한 몸을 일자로 편 다음 돌아서서 장대를 내려놓고 4m가 훨씬 넘는 아래로 떨어진다. 일반인 같으면 공포감을 느낄 만한 높이지만 무사히 바를 넘은 선수들은 환하게 웃으며 착륙을 준비한다. 발포고무로 가득 찬 1m 높이의 매트가 깔렸기 때문에 등과 어깨로 먼저 떨어지기만 하면 다치는 일은 거의 없다. 남자 세계기록(실외)은 '인간새' 세르게이 부브카(47·우크라이나)가 1994년 작성한 6m14로 17년째 깨지지 않았다. 최초로 '6m 벽'을 넘어선 부브카는 세계선수권 초대 대회부터 무려 6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전설이다. 그가 갈아치운 세계기록만도 모두 35개로 이신바예바의 27번보다 훨씬 많다. 부브카가 1985년 처음으로 6m대를 깬 이후 26년간 16명이 '6m 클럽'에 가입해 그의 기록에 도전했지만 모두 6m 초반에 그쳤다. 부브카 이후 지구에서 두 번째로 높이 날아오른 호주의 스티븐 후커(6m06)도 그의 기록엔 8㎝나 모자란다. 지난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5m90을 날아 금메달을 딴 후커는 오는 8월 대구 스타디움에서 대회 2연패를 노린다. 이신바예바는 2009년 '베를린 참패'의 설욕을 벼르고 있다. 남자는 8월29일 오후 7시25분, 여자는 30일 오후 7시5분에 결승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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