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신장이라도 팔려고 했는데…”

입력 2011.06.02 (08:56) 수정 2011.06.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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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주로 공중화장실 등에서 이런 광고 스티커 보신 경험 한번 쯤 있으실 겁니다.



신장이나 간 같은 장기를 사고 판다는 불법 광고 말씀이시죠.



네, 실제로 불법 장기 매매가 이런 광고를 통해 벌어지나 했더니, 알고보니 사기였습니다.



정수영 기자, 장기 매매를 미끼로 돈을 뜯어낸 사기 피의자가 붙잡혔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벼룩의 간을 내먹어도 이 정도일 수가 있나 싶은 사기였습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장기라도 팔아보려던 사람들로부터 또다시 수백만 원을 가로챘습니다.



피해자들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본 장기매매 광고 스티커에 속아 넘어갔습니다.



홀몸으로 아이를 키우며 생활고에 쪼들린 주부, 거액의 빚에 쫒기는 여성 사업가가 당했습니다.



떳떳지 못한 일을 하다 당했다는 생각에 피해자들은 쉽사리 신고할 수도 없었습니다.



<리포트>



주부 35살 김모 씨는 지난 2009년 말 경부고속도로 한 휴게소 화장실에서 벽에 붙어 있는 스티커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신장을 팔면 1억 4천만 원을 주겠다는 불법 장기매매 광고였습니다.



미용실에서 일하며 홀몸으로 7살 딸을 키우느라 돈 한 푼이 아쉬웠던 김 씨로서는 거액의 장기 매매 대금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녹취> 김 모씨(장기매매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남편이) 군대 제대하고 한 3개월 있다가 (집을) 나가버렸으니까 지금(까지) 7년 동안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빚도 많아지고. 항상 이자 때문에 생활이 안 되니까 빨리 갚고 다시 좀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다달이 빠져나가는 대출금 이자에 심한 빈혈 때문에 병원을 들락거리느라 몹시 궁한 처지였지만 생살을 도려내 팔아치우는 일은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1년 남짓이 흐르는 동안 지갑 사정은 나날이 나빠졌고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김 씨는 휴게소에서 눈여겨봐 둔 장기 매매 광고를 떠올렸습니다.



<녹취> 김 모씨(장기매매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병원비도 많이 나가고 그래서 빚이 좀 많아지고. 아이가 약간 아토피가 있는데 지하에서 사니까 불쌍하기도 하고."



광고 스티커 번호대로 전화를 걸자 장기매매 브로커라는 남성과 통화할 수 있었고 거액의 거래대금을 약속받은 뒤 눈 질끈 감고 신장을 팔기로 결정했습니다.



브로커는 조직검사비 명목으로 200만 원을 준비해오면 바로 당일 신장 이식 수술까지 끝낼 수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녹취> 당시 통화 내용(음성변조) : "(아저씨 이거 200만 원 내면 잘못되고 그런 건 아니죠?) 그런 것은 절대 없습니다. 안되면 180만 원 환불해 드리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실 때 신분증, 도장, 그리고 돈을 받을 수 있는, 1억 4천만 원 받을 수 있는 계좌번호 가지고 오시고요."



브로커 말만 믿고 돈을 입금한 뒤 서울 한 종합병원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브로커는 단속 따위를 핑계로 차일피일 미뤘고 연락마저 좀처럼 닿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에게 애걸해 빌린 돈 2백만 원을 졸지에 날리게 되자 김 씨는 끈질기게 브로커에게 연락을 시도했고 결국 다시 통화가 연결됐지만 헛수고였습니다.



<녹취> 김 모씨(장기매매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잘 들으세요, 이거 사기입니다. 이러더라고요 그러지 마시라고 되게 어렵게 구한 돈이라고 그렇게 애원했더니 그렇게 요즘 세상에 누가 장기 매매하냐(고 하였습니다)"



남편 몰래 빚 수천만 원을 지게 된 주부 43살 이모 씨 역시 지난 4월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같은 장기매매 광고에 눈길을 빼앗겼습니다.



남편이 알아차리기 전, 돈을 채워 넣어야 했던 이 씨는 절박한 마음에 장기 매매를 결심했지만 똑같은 수법으로 200만 원만 뜯겨야 했습니다.



떳떳치 못한 일에 손을 댄 죄로 신고조차 꺼리고 속앓이만 하던 이 씨에게 사기 용의자로부터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김태훈(경사/부산 사하경찰서 강력2팀) : "다시 피해자한테 전화를 걸어서 우리하고 같이 일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돈을 인출하는 책임을 진다면 건당 한 5만 원씩 주겠다고 유인을 한 거죠. 전화를 걸어서"



이 씨처럼 사기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들이 돈을 입금시키면 자신 대신 돈을 인출해 건네 달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이 씨는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했고 사기 용의자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잠복하던 경찰은 47살 배모 씨를 붙잡았습니다.



<인터뷰> 이장무(팀장/부산 사하경찰서 강력2팀) : "짧은 기간 동안 6명의 피해자가 1,200만 원의 피해를 봤는데 이런 범행 수법으로 봐서는 다수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경찰 조사 결과 장기 매매 사기 피의자 배 씨는 10년 전에도 같은 수법으로 돈을 뜯어냈다가 경찰에 붙잡혀 2년간 복역한 뒤 출소 후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들은 주로 극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극빈층이나 거액의 빚을 지고 독촉에 쫓기던 채무자들이었습니다.



피해자들 역시 불법에 손을 댔기 때문에 쉽게 경찰에 신고할 수 없다는 점을 노려 돈을 뜯어낸 것도 모자라 사기 범행에 가담시키려 들기까지 했습니다.



<인터뷰>김태훈(경사/부산 사하경찰서 강력2팀) : "혹시나 신장을 불법적으로 매매하면 자기도 처벌을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피해자들이) 쉽게 신고를 못 하는 것 같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 배 씨는 모든 범행을 지시한 공범으로 31살 최모 씨를 지목했습니다.



공범으로 몰린 최 씨는 자신 역시 8년 전 장기 매매 사기에 속아 100만원을 갈취당하고 명의마저 도둑맞은 피해자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최 모씨(음성변조) : "그 과정에서 제 개인정보나 이런 게 전부 노출된 거죠. 그쪽 사람들한테. 돈도 손해 보고 개인정보도 (유출되고). 그때부터 해서 계속 그 피해가 (이어지고) 피해자들은 늘어나고."



경찰은 배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범행에 가담한 또다른 공범을 추적하는 한편 실제 장기 매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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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6-02 08:56:27
    • 수정2011-06-02 10: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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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주로 공중화장실 등에서 이런 광고 스티커 보신 경험 한번 쯤 있으실 겁니다.

신장이나 간 같은 장기를 사고 판다는 불법 광고 말씀이시죠.

네, 실제로 불법 장기 매매가 이런 광고를 통해 벌어지나 했더니, 알고보니 사기였습니다.

정수영 기자, 장기 매매를 미끼로 돈을 뜯어낸 사기 피의자가 붙잡혔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벼룩의 간을 내먹어도 이 정도일 수가 있나 싶은 사기였습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장기라도 팔아보려던 사람들로부터 또다시 수백만 원을 가로챘습니다.

피해자들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본 장기매매 광고 스티커에 속아 넘어갔습니다.

홀몸으로 아이를 키우며 생활고에 쪼들린 주부, 거액의 빚에 쫒기는 여성 사업가가 당했습니다.

떳떳지 못한 일을 하다 당했다는 생각에 피해자들은 쉽사리 신고할 수도 없었습니다.

<리포트>

주부 35살 김모 씨는 지난 2009년 말 경부고속도로 한 휴게소 화장실에서 벽에 붙어 있는 스티커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신장을 팔면 1억 4천만 원을 주겠다는 불법 장기매매 광고였습니다.

미용실에서 일하며 홀몸으로 7살 딸을 키우느라 돈 한 푼이 아쉬웠던 김 씨로서는 거액의 장기 매매 대금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녹취> 김 모씨(장기매매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남편이) 군대 제대하고 한 3개월 있다가 (집을) 나가버렸으니까 지금(까지) 7년 동안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빚도 많아지고. 항상 이자 때문에 생활이 안 되니까 빨리 갚고 다시 좀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다달이 빠져나가는 대출금 이자에 심한 빈혈 때문에 병원을 들락거리느라 몹시 궁한 처지였지만 생살을 도려내 팔아치우는 일은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1년 남짓이 흐르는 동안 지갑 사정은 나날이 나빠졌고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김 씨는 휴게소에서 눈여겨봐 둔 장기 매매 광고를 떠올렸습니다.

<녹취> 김 모씨(장기매매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병원비도 많이 나가고 그래서 빚이 좀 많아지고. 아이가 약간 아토피가 있는데 지하에서 사니까 불쌍하기도 하고."

광고 스티커 번호대로 전화를 걸자 장기매매 브로커라는 남성과 통화할 수 있었고 거액의 거래대금을 약속받은 뒤 눈 질끈 감고 신장을 팔기로 결정했습니다.

브로커는 조직검사비 명목으로 200만 원을 준비해오면 바로 당일 신장 이식 수술까지 끝낼 수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녹취> 당시 통화 내용(음성변조) : "(아저씨 이거 200만 원 내면 잘못되고 그런 건 아니죠?) 그런 것은 절대 없습니다. 안되면 180만 원 환불해 드리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실 때 신분증, 도장, 그리고 돈을 받을 수 있는, 1억 4천만 원 받을 수 있는 계좌번호 가지고 오시고요."

브로커 말만 믿고 돈을 입금한 뒤 서울 한 종합병원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브로커는 단속 따위를 핑계로 차일피일 미뤘고 연락마저 좀처럼 닿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에게 애걸해 빌린 돈 2백만 원을 졸지에 날리게 되자 김 씨는 끈질기게 브로커에게 연락을 시도했고 결국 다시 통화가 연결됐지만 헛수고였습니다.

<녹취> 김 모씨(장기매매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잘 들으세요, 이거 사기입니다. 이러더라고요 그러지 마시라고 되게 어렵게 구한 돈이라고 그렇게 애원했더니 그렇게 요즘 세상에 누가 장기 매매하냐(고 하였습니다)"

남편 몰래 빚 수천만 원을 지게 된 주부 43살 이모 씨 역시 지난 4월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같은 장기매매 광고에 눈길을 빼앗겼습니다.

남편이 알아차리기 전, 돈을 채워 넣어야 했던 이 씨는 절박한 마음에 장기 매매를 결심했지만 똑같은 수법으로 200만 원만 뜯겨야 했습니다.

떳떳치 못한 일에 손을 댄 죄로 신고조차 꺼리고 속앓이만 하던 이 씨에게 사기 용의자로부터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터뷰> 김태훈(경사/부산 사하경찰서 강력2팀) : "다시 피해자한테 전화를 걸어서 우리하고 같이 일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돈을 인출하는 책임을 진다면 건당 한 5만 원씩 주겠다고 유인을 한 거죠. 전화를 걸어서"

이 씨처럼 사기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들이 돈을 입금시키면 자신 대신 돈을 인출해 건네 달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이 씨는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했고 사기 용의자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잠복하던 경찰은 47살 배모 씨를 붙잡았습니다.

<인터뷰> 이장무(팀장/부산 사하경찰서 강력2팀) : "짧은 기간 동안 6명의 피해자가 1,200만 원의 피해를 봤는데 이런 범행 수법으로 봐서는 다수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경찰 조사 결과 장기 매매 사기 피의자 배 씨는 10년 전에도 같은 수법으로 돈을 뜯어냈다가 경찰에 붙잡혀 2년간 복역한 뒤 출소 후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들은 주로 극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극빈층이나 거액의 빚을 지고 독촉에 쫓기던 채무자들이었습니다.

피해자들 역시 불법에 손을 댔기 때문에 쉽게 경찰에 신고할 수 없다는 점을 노려 돈을 뜯어낸 것도 모자라 사기 범행에 가담시키려 들기까지 했습니다.

<인터뷰>김태훈(경사/부산 사하경찰서 강력2팀) : "혹시나 신장을 불법적으로 매매하면 자기도 처벌을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피해자들이) 쉽게 신고를 못 하는 것 같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 배 씨는 모든 범행을 지시한 공범으로 31살 최모 씨를 지목했습니다.

공범으로 몰린 최 씨는 자신 역시 8년 전 장기 매매 사기에 속아 100만원을 갈취당하고 명의마저 도둑맞은 피해자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최 모씨(음성변조) : "그 과정에서 제 개인정보나 이런 게 전부 노출된 거죠. 그쪽 사람들한테. 돈도 손해 보고 개인정보도 (유출되고). 그때부터 해서 계속 그 피해가 (이어지고) 피해자들은 늘어나고."

경찰은 배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범행에 가담한 또다른 공범을 추적하는 한편 실제 장기 매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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