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이통사 기대에 어긋난 ‘찔끔’ 요금 인하

입력 2011.06.02 (18:51) 수정 2011.06.0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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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일 발표한 통신요금 인하안은 소비자와 이동통신사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의 안을 토대로 SK텔레콤이 발표한 통신요금 인하안에 따라 1인당 한 달 2천333원, 연간 2만8천원의 요금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석달 가까이 끈 통신요금 인하의 결과 치고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한 달에 4~5만원 이상 되는 통신 요금에 비해 인하폭이 너무 다는 것이다.

불만은 요금을 내려 준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통신료 인하가 개인에게는 주는 혜택은 크지 않더라도 이통사 입장에서는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 감소라는 큰 타격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 요금 인하 혜택 얼마나 있나 = SK텔레콤은 이번 요금 인하로 연간 7천480억원 규모의 통신비 경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이용자수로 나눈 뒤 한 달 요금으로 다시 계산하면 1인당 월 2천333원의 요금 혜택이 있는 셈이다.

요금제의 핵심은 모든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기본료 1천원 인하, 문자메시지 한 달 50건(1건 20원) 무료 제공이다. 문자메시지를 한 달 50건 이상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매달 2천원의 눈에 보이는 요금 인하 혜택을 얻는 셈이다.

SK텔레콤은 여기에 맞춤형 스마트폰 요금제 도입, 선불요금제 개선, 초고속 인터넷 요금 인하·결합상품 혜택 강화 등 다른 인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요금 인하폭을 산정했다.

방통위는 요금인하안을 발표하며 "미흡하나마 어느 정도 국민에게 제시할만 한 수준은 됐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썰렁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대다수가 통신비가 매월 4만5천원 이상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요금 인하가 체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TF에서 1천원 이상의 기본료 인하 방안도 논의가 됐고 기본료 뿐 아니라 가입비 인하 방안까지 고려됐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지나치게 이통사들의 눈치를 보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모듈형 요금제·블랙리스트 제도 파급력은? = TF는 ▲모듈형(선택형·조절형) 요금제 출시 ▲취약계층을 위한 전용 스마트폰 요금제 출시 ▲선불요금제 활성화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 ▲이동통신 재판매사업자(MVNO) 활성화 지원 ▲신규 기간통신사업자 진입 지원 등도 정책 방안으로 내 놓았으나 어느 정도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모듈형 요금제의 경우 SK텔레콤은 W조절요금제를, KT는 DIY 요금제, 맞춤조절 요금제를 이미 운용하고 있지만 홍보 부족이나 직접 요금을 설계하기 귀찮아하는 가입자가 많아 실효성이 없는 상태다.

취약계층 전용 요금제는 대상자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요금인하 체감도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선불요금제를 어떻게 활성화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블랙리스트 제도는 이통사에서 단말기 판매가 보편화돼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는 활성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중고 단말기나 수입 단말기에 대한 거래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실제로 혜택을 보는 소비자는 극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요금 인하로 경쟁체제가 강화되면서 MVNO나 신규 기간통신사업자의 시장 진입은 오히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진입을 노리는 MVNO 사업자들은 망을 빌리는 대가(도매대가)가 비싸기 때문에 망을 가지고 있는 이통사들에 비해 불리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제4의 이통사를 노렸던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지난 2월 사업자 선정 심사에 탈락 이후 기간통신사업자 허가 신청을 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는 상태다.

◇이통사 "돈들어갈 때가 넘쳤는데"…"망투자 어떻게 하나" = 이동통신사들이 내지르는 한탄의 목소리도 소비자들의 볼멘소리 못지 않게 크다.

LTE(롱텀에볼루션)나 와이브로 등 4세대 이동통신망에 대한 투자, 데이터 사용량 급증으로 인한 네트워크 설비 강화 등 갈 길이 먼 상황에서 매출 감소라는 타격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도입으로 데이터 이용량이 급증해 통신망 개선에 사력을 다해야 하며 해외의 플랫폼 사업자와도 힘겨운 경쟁을 펼쳐야 할 때에 요금 인하안이 나왔다"며 "요금 인하가 국민에게 체감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통신사업자에게는 수천억원의 연매출이 감소할 정도로 엄청난 파급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요금 인하안은 요금 인가 의무가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만 발표했지만 KT나 LG유플러스(U+) 역시 '기본료 인하'와 '문자메시지 무료'라는 인하안의 큰 틀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KT와 LG U+는 신고사업자인 만큼 방통위에 요금제에 대해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방통위의 의지를 거스르기 어려운 데다 경쟁이 치열한 통신업계에서 한 곳의 요금인하 정책을 다른 두 곳이 따라가지 않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황철증 통신정책국장은 "SK텔레콤 이외 회사의 요금 인하 여부는 스스로 판단하지만 선발사업자의 요금인하를 따라가지 않는다면 시장 쏠림 현상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KT와 LG U+와는 협의를 통해서 요금인하를 유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KT와 LG U+는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은 채 SK텔레콤의 이날 발표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며 인하 여부와 인하 폭에 대해 장고에 들어갔다.

KT 관계자는 "고객이 실질적인 요금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요금 상품에 따라 기본료 인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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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6-02 18:51:09
    • 수정2011-06-02 18:57:14
    연합뉴스
정부가 2일 발표한 통신요금 인하안은 소비자와 이동통신사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의 안을 토대로 SK텔레콤이 발표한 통신요금 인하안에 따라 1인당 한 달 2천333원, 연간 2만8천원의 요금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석달 가까이 끈 통신요금 인하의 결과 치고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한 달에 4~5만원 이상 되는 통신 요금에 비해 인하폭이 너무 다는 것이다. 불만은 요금을 내려 준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통신료 인하가 개인에게는 주는 혜택은 크지 않더라도 이통사 입장에서는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 감소라는 큰 타격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 요금 인하 혜택 얼마나 있나 = SK텔레콤은 이번 요금 인하로 연간 7천480억원 규모의 통신비 경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이용자수로 나눈 뒤 한 달 요금으로 다시 계산하면 1인당 월 2천333원의 요금 혜택이 있는 셈이다. 요금제의 핵심은 모든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기본료 1천원 인하, 문자메시지 한 달 50건(1건 20원) 무료 제공이다. 문자메시지를 한 달 50건 이상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매달 2천원의 눈에 보이는 요금 인하 혜택을 얻는 셈이다. SK텔레콤은 여기에 맞춤형 스마트폰 요금제 도입, 선불요금제 개선, 초고속 인터넷 요금 인하·결합상품 혜택 강화 등 다른 인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요금 인하폭을 산정했다. 방통위는 요금인하안을 발표하며 "미흡하나마 어느 정도 국민에게 제시할만 한 수준은 됐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썰렁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대다수가 통신비가 매월 4만5천원 이상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요금 인하가 체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TF에서 1천원 이상의 기본료 인하 방안도 논의가 됐고 기본료 뿐 아니라 가입비 인하 방안까지 고려됐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지나치게 이통사들의 눈치를 보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모듈형 요금제·블랙리스트 제도 파급력은? = TF는 ▲모듈형(선택형·조절형) 요금제 출시 ▲취약계층을 위한 전용 스마트폰 요금제 출시 ▲선불요금제 활성화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 ▲이동통신 재판매사업자(MVNO) 활성화 지원 ▲신규 기간통신사업자 진입 지원 등도 정책 방안으로 내 놓았으나 어느 정도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모듈형 요금제의 경우 SK텔레콤은 W조절요금제를, KT는 DIY 요금제, 맞춤조절 요금제를 이미 운용하고 있지만 홍보 부족이나 직접 요금을 설계하기 귀찮아하는 가입자가 많아 실효성이 없는 상태다. 취약계층 전용 요금제는 대상자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요금인하 체감도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선불요금제를 어떻게 활성화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블랙리스트 제도는 이통사에서 단말기 판매가 보편화돼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는 활성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중고 단말기나 수입 단말기에 대한 거래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실제로 혜택을 보는 소비자는 극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요금 인하로 경쟁체제가 강화되면서 MVNO나 신규 기간통신사업자의 시장 진입은 오히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진입을 노리는 MVNO 사업자들은 망을 빌리는 대가(도매대가)가 비싸기 때문에 망을 가지고 있는 이통사들에 비해 불리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제4의 이통사를 노렸던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지난 2월 사업자 선정 심사에 탈락 이후 기간통신사업자 허가 신청을 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는 상태다. ◇이통사 "돈들어갈 때가 넘쳤는데"…"망투자 어떻게 하나" = 이동통신사들이 내지르는 한탄의 목소리도 소비자들의 볼멘소리 못지 않게 크다. LTE(롱텀에볼루션)나 와이브로 등 4세대 이동통신망에 대한 투자, 데이터 사용량 급증으로 인한 네트워크 설비 강화 등 갈 길이 먼 상황에서 매출 감소라는 타격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도입으로 데이터 이용량이 급증해 통신망 개선에 사력을 다해야 하며 해외의 플랫폼 사업자와도 힘겨운 경쟁을 펼쳐야 할 때에 요금 인하안이 나왔다"며 "요금 인하가 국민에게 체감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통신사업자에게는 수천억원의 연매출이 감소할 정도로 엄청난 파급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요금 인하안은 요금 인가 의무가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만 발표했지만 KT나 LG유플러스(U+) 역시 '기본료 인하'와 '문자메시지 무료'라는 인하안의 큰 틀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KT와 LG U+는 신고사업자인 만큼 방통위에 요금제에 대해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방통위의 의지를 거스르기 어려운 데다 경쟁이 치열한 통신업계에서 한 곳의 요금인하 정책을 다른 두 곳이 따라가지 않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황철증 통신정책국장은 "SK텔레콤 이외 회사의 요금 인하 여부는 스스로 판단하지만 선발사업자의 요금인하를 따라가지 않는다면 시장 쏠림 현상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KT와 LG U+와는 협의를 통해서 요금인하를 유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KT와 LG U+는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은 채 SK텔레콤의 이날 발표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며 인하 여부와 인하 폭에 대해 장고에 들어갔다. KT 관계자는 "고객이 실질적인 요금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요금 상품에 따라 기본료 인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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