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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여론에 밀린 방통위…이통사 ‘압박’
입력 2011.06.02 (18:59) 연합뉴스
"국장 전결사항을 차관급인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국회에 들고가 퇴짜를 맞다니…", "통신요금을 놓고 정부 여당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방통위가 2일 발표한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두고 통신업계에서 들려오는 볼멘소리들이다.

방통위의 통신요금 인하 방안은 최종 발표되기까지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정치적 포퓰리즘' 논란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요금은 이동통신사들이 결정하고, 방통위에 신고만 하면 된다. 시장에서 경쟁의 원칙에 따라 이통사에 요금조정 권한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은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 SK텔레콤에 대해서는 요금을 인상할 경우 방통위의 인가를 받도록 규제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요금 인상 계획을 마련해 방통위에 인가를 요청하면,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이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지금까지 이런 절차에 따라 요금조정이 이뤄져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가 직접 통신요금을 내리겠다고 나섰다. 전기통신사업법을 모를 리 없는 방통위가 권한 밖의 통신요금 인하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물가 잡기'를 위해서였다.

3월 초 방통위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 담당자로 구성된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TF는 두 달 동안 논의 끝에 지난달 초 '이동통신 요금부담 경감을 위한 정책방안'을 마련했다.

이때부터 요금 인하 수준이 간간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들은 "수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내는 이통사들이 요금 인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차세대 통신망 구축에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면서 '요금인하 불가'를 외치며 방어막을 쳤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달 18일 신용섭 방통위 상임위원을 불러 요금인하안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당정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요금 인하 방안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고 호통을 쳤다.

그는 "이런 식으로 하니까 민심이반 현상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 "가만히 안 두겠다" 등의 격앙된 표현을 쓰며 거칠게 항의했다.

기본료 인하와 가입비 폐지 등 '국민 체감 수준의 요금 인하'를 주문하기도 했다.

미리 불러온 TV카메라 앞에서 나온 그의 호통은 시청자들을 통쾌하게 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호통이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정치적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도 그런 까닭이다.

방통위와 한나라당 간의 당정협의를 두고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방통위 설치법 제8조 '위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추천을 받은 김충식·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한나라당을 상대로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에 퇴짜를 맞은 방통위는 인가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매달렸다. 요금 인하 권한이 없는 방통위로서는 SK텔레콤을 압박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발표될 예정이었던 요금 인하안에 들어 있지 않은 '기본료 1천원 인하안'은 이렇게 나왔다. 청소년·노인에 대한 가입비 50% 인하, 스마트폰 무료통화 20분 추가제공 계획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요금 인하안이 탄생한 것이다.

이제 요금 조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KT와 LG유플러스에 관심이 쏠린다.

두 회사 역시 완강하게 버티고 있지만, 결국 요금 인하에 동참할 것으로 방통위는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황철증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타 사업자(KT, LG유플러스)도 인하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의 사활이 달린 주파수 경매와 각종 규제정책 등에 키를 쥐고 있는 방통위의 의지를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번 요금 인하안이 시장원리가 아닌 힘의 논리에 나온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방통위 요금 인하 방안이 발표되자 "앞으로 이런 일이 두번 다시 없었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이번 통신요금 인하 방안이 이통사의 자율적 판단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정치권, 시민단체, 규제기관 등 권한 밖의 수많은 사공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 정치권·여론에 밀린 방통위…이통사 ‘압박’
    • 입력 2011-06-02 18:59:50
    연합뉴스
"국장 전결사항을 차관급인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국회에 들고가 퇴짜를 맞다니…", "통신요금을 놓고 정부 여당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방통위가 2일 발표한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두고 통신업계에서 들려오는 볼멘소리들이다.

방통위의 통신요금 인하 방안은 최종 발표되기까지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정치적 포퓰리즘' 논란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요금은 이동통신사들이 결정하고, 방통위에 신고만 하면 된다. 시장에서 경쟁의 원칙에 따라 이통사에 요금조정 권한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은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 SK텔레콤에 대해서는 요금을 인상할 경우 방통위의 인가를 받도록 규제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요금 인상 계획을 마련해 방통위에 인가를 요청하면,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이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지금까지 이런 절차에 따라 요금조정이 이뤄져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가 직접 통신요금을 내리겠다고 나섰다. 전기통신사업법을 모를 리 없는 방통위가 권한 밖의 통신요금 인하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물가 잡기'를 위해서였다.

3월 초 방통위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 담당자로 구성된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TF는 두 달 동안 논의 끝에 지난달 초 '이동통신 요금부담 경감을 위한 정책방안'을 마련했다.

이때부터 요금 인하 수준이 간간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들은 "수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내는 이통사들이 요금 인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차세대 통신망 구축에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면서 '요금인하 불가'를 외치며 방어막을 쳤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달 18일 신용섭 방통위 상임위원을 불러 요금인하안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당정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요금 인하 방안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고 호통을 쳤다.

그는 "이런 식으로 하니까 민심이반 현상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 "가만히 안 두겠다" 등의 격앙된 표현을 쓰며 거칠게 항의했다.

기본료 인하와 가입비 폐지 등 '국민 체감 수준의 요금 인하'를 주문하기도 했다.

미리 불러온 TV카메라 앞에서 나온 그의 호통은 시청자들을 통쾌하게 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호통이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정치적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도 그런 까닭이다.

방통위와 한나라당 간의 당정협의를 두고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방통위 설치법 제8조 '위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추천을 받은 김충식·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한나라당을 상대로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에 퇴짜를 맞은 방통위는 인가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매달렸다. 요금 인하 권한이 없는 방통위로서는 SK텔레콤을 압박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발표될 예정이었던 요금 인하안에 들어 있지 않은 '기본료 1천원 인하안'은 이렇게 나왔다. 청소년·노인에 대한 가입비 50% 인하, 스마트폰 무료통화 20분 추가제공 계획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요금 인하안이 탄생한 것이다.

이제 요금 조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KT와 LG유플러스에 관심이 쏠린다.

두 회사 역시 완강하게 버티고 있지만, 결국 요금 인하에 동참할 것으로 방통위는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황철증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타 사업자(KT, LG유플러스)도 인하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의 사활이 달린 주파수 경매와 각종 규제정책 등에 키를 쥐고 있는 방통위의 의지를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번 요금 인하안이 시장원리가 아닌 힘의 논리에 나온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방통위 요금 인하 방안이 발표되자 "앞으로 이런 일이 두번 다시 없었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이번 통신요금 인하 방안이 이통사의 자율적 판단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정치권, 시민단체, 규제기관 등 권한 밖의 수많은 사공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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